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벌써 10년째 1위로 결코 반갑지 않은 자리를 매번 차지한다. 국가 전체의 자살률이 10년간 1위라는 것은 국가의 시스템과 사회구조가 심각하게 오류를 갖고 있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정말 심각성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정부가 자살 사이트를 단속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자살률은 여전히 높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쫓은 채 근본적인 문제를 등한시한 결과가 아닐까?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신과 의원

강원도 원주시에서 ‘고석만 마음클리닉’을 운영하는 고석만 원장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IMF 이후에 양극화도 많아 졌고, 경제적·사회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런 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전부 자살률이 높지 않다.”고 운을 띈다.

고석만 원장은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선진국처럼 4명중 1명꼴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많다. 그러나 그 중 20%정도만 치료적인 도움을 받고 있을 뿐, 나머지 80% 환자들은 치료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러한 자살률을 줄이는데 일조를 하고 싶어 개원을 결정했다.”고 신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사실 정신과 편견이 굉장히 심하다. 그 편견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흔히 정신과라면 ‘신체적인 자유가 구속’되는 등의 마이너스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다. 접근성을 높여보고 싶었지만 봉직의료를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환자들이 질환이 악화 되어 죽음까지 내몰리기 전에 부담 없이 와서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프라이버시 지키는 ‘100% 예약제’
‘고석만 마음클리닉’은 환자 입장에서 생각한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고석만 원장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진료가 끝나고 나가는 순간까지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며 정신과 치료에서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했다.

고 원장은 “우리 의원은 프라이버시를 지켜준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많은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다. 모든 진료기록은 암호화된 전자문서로 관리하고, 본인의 동의 없이 타인이 열람하거나 조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통합형 진료를 제공한다.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가 길게 상담하지 않고 약만 처방하는 것이다. 초진을 45분으로 잡은 이유도 환자와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이다.

대부분 정신질환은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환자에 맞는 심리치료기법들과 약물치료를 동원하여 맞춤형 통합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고석만 마음클리닉은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장시간 진료를 하는 이유는 야간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환자들이 진료상담을 받기 위해 조퇴하거나 병가를 내지 않아도 되는 편의를 위해서다. 또한 서울보다 저렴한 진료비를 통해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고, 경증에서 중증으로 증상이 악화 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막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듀얼 모니터’로 쉽게 진료 결과 전달
고석만 원장은 개원에 이르기까지 5년이 걸렸다. 환자 교육용 자료부터 홈페이지,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에 숨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 원장이 환자를 위해 특히 신경 쓴 곳은 어디일까? 답은 진료실이다.

고 원장은 “환자들은 본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그런 상태에서 말로만 설명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듀얼 모니터를 통해 교육 자료를 보여주면 상담은 물론 쉬운 결과 전달이 가능한 진료에 포커스를 두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석만 원장은 정직한 진료야말로 홍보 효과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정신과는 사회적인 관계에서는 발언을 쉽게 하지 않지만 내밀한 관계에서는 굉장히 전파가 잘된다. 환자가 직접 와서 좋은 경험을 하고 가면 정말 친한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소개를 해 준다. 불특정다수에게 선전하는 것 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둔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아
고석만 원장은 지역사회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역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고 원장은 “원주 노인종합복지관과 사업을 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자살 위험이 높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 중 코너를 맡아서 매주 집단치료를 실시한다. 또한 검찰청에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와 MOU를 맺어 피해자의 치료 지원도 담당하고 있으며 보육원과 Wee센터에서 강의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석만 원장은 정신질환이나 정신과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사보험’ 문제를 꼬집은 그는 “공적으로 제공되는 건강보험 외 실손보험에 아직 가입을 하지 않은 환자들은 정신과 코드를 매겨져 진료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하면 보험사가 가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혀 관계가 없는데 우울증을 앓은 환자가 암보험에 가입이 안 된다. 이러한 문제들이 환자의 접근성을 상당히 떨어드린다. 새 정부가 사보험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목표는 모두를 위한 ‘좋은 경험’
진료과정에서 늘 보람을 느낀다는 고석만 원장은 ‘의사와 직원, 그리고 환자’ 모두가 좋은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석만 원장은 “개인적으로 의사 혼자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것보다, 환자가 진료에 만족하고 나에게 진료 받은 환자부터 자살률을 낮추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뇌 과학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신과적인 치료나 질환을 이해하는 방식도 많이 변화할 것 같다. AI(인공지능)가 의료 분야에 많이 투입됐다고 생각하는데 정신과도 다르지 않다.”며 “정신과 진료가 많이 바뀌는 시점에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진료를 계속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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