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일반인 질문 가장 많은 분야 ‘부작용’, 17년간 매달려
실제 상담 위주 집필, 노인 상담 관련 약계 전반 수준 높아지길

부작용과 상호작용 분야에 있어 가장 앞서가는 약사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엄준철 약사가 그동안의 경험을 녹여 ‘노인약료 핵심정리(도서출판 정다와)’를 출간했다.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노인약료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이때, 국내 최초로 약사가 노인약료에 대한 첫 책을 내놓은 셈이다.

엄 약사는 “노인약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만성질환약료 등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대한민국 모든 약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며 “대한민국 약사의 절반 이상을 노인약료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하고,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부작용과 관련된 학술활동을 17년째 하고 있는 약사입니다(웃음). 처음에는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익명으로 학술적인 질문에 댓글을 달다가, 2013년부터 경기도약사회지에 제 이름을 걸고 연재를 시작했고, 다음해부터 데일리팜에 부작용 리포트를 연재했어요. 비슷한 시기부터 네이버 지식IN 약사전문가로 활동했고, 작년부터는 헬스조선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헬스조선과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간헐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기도 합니다.

현재는 데일리팜 부작용 리포트와 헬스조선 자문위원 활동은 물론 노원구약사회와 중랑구약사회 부작용 카톡방에서 부작용과 관련된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Q. 학술활동 중에서 유독 ‘부작용’에 집중하신 이유가 있다면?
간단합니다. 약사들도 그렇고 일반인도 그렇고, 질문이 가장 많은 분야였기 때문이에요.  약사들의 경우, 부작용이라는 게 기존의 약대에서 별로 가르치지 않는데 외국 책들을 보면 정보가 굉장히 많은 분야에요. 그래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었죠.
데일리팜 부작용 리포트도 저의 관심이라기보다 열독률이 높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는 거예요. 약물치료학의 경우 항상 듣는 이야기인데다 특별할 게 없으니까요. 시장성이 좋다는 얘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약사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조제 업무를 대신 한다면, 약사들은 종합적인 사고로 부작용까지 상담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Q. 특별히 노인들의 부작용이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노인약료가 부작용을 중점적으로 약료상담을 할 때 큰 줄기이자 종착점이라고 볼 수 있죠.

노인약료의 핵심은 어르신들이 다중질환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부적절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그런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또 다른 연쇄처방 패턴이 나타나는, 결과적으로 다약제복용을 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 약사는 다약제 복용으로 인한 약물 상호작용을 꿰고 있어야 하지요.

사실 약물 부작용은 일반 성인에 비해 소아와 노인에게 비슷한 정도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소아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겨도 잘 알 수가 없죠. 엄마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반면 노인들은 말이 많아요. 환자가 꾸준히 약국에서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드러나기도 쉽고 관리하기도 쉬운 것이지요.

해외에서도 소아전문약사가 따로 있고 교재도 있지만, 노인약료 교재가 훨씬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소아약료는 조금 더 높은 단계이자, 미래 약사들이 밝혀내야 할 새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죠.

Q. ‘노인약료 핵심정리’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우선 노인약료는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일반 성인 약료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노인약료에 대한 관심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약사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세부 목차를 보면 ‘핵심별 노인약료’와 ‘질환별 노인약료’로 나뉘어져 있으며, 특히 질환별로는 위장관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 정신·신경계 질환, 감염성 질환, 내분비계 질환, 비뇨기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안과 질환 및 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약물 상호작용과 DUR 병용금기 핵심정리’와 ‘약물 유전학 핵심 정리’가 부록으로 수록돼 있습니다.

“공부한지가 오래되었는데, 임상약학이나 약물학 책 좀 추천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데, 이런 분들이 보기에 참 좋은 책이죠. 기본부터 실제 응용까지 한 눈에 보기 쉽게 요점정리가 되어 있으니까요. 실제 소비자들이 묻는 질문들 위주로 적었기 때문에 실전 상담에 많은 도움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개국 약사가 대학교 교수와 비교해 책을 쓸 때 강점이 있다면 실제로 들어오는 질문과 상담을 토대로 한다는 것이겠죠. 대학 교재 2천 페이지 중에서 실제 약국에서 쓸 수 있는 것만 골라 400페이지로 줄인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엑기스만 모아져 있는 것이죠.

Q. 국내에서 약사가 출간한 첫 노인약료 서적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국내 노인의료는 20년 전부터 시작돼 기반이 충분히 잡혀 있어요. 아마 이 책이 출간되면 의료계와 간호계, 한의계 쪽의 관심도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사들이 노인약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죠.

일부 약사회에서 노인약료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소수의 노인약료전문약사를 배출하는 것보다는 약계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시급합니다. 제가 노인약료를 주제로 집필을 결심한 것도 국내 약학의 수준을 미국만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책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약사들의 반 이상은 노인약료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하고,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아주 높은 수준이 아니라, 비교적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Q.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약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팁을 주자면.
저는 대학생 때부터 출판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약국 이용법을 쓰고 싶었죠. 아마존에서 관련 서적을 10권정도 사서 읽었지만 50페이지 정도를 쓰다가 포기했어요. 약국을 차리고 기반을 잡아야 하는 상황들이 책 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없게 했죠.  나이가 들면서 생활이 안정되고, 읽은 책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쓰게 되더라고요.

좀 더 구체적인 팁을 드리자면, 전반적인 뼈대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처음부터 400페이지 책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목차를 먼저 정한 뒤 계속 살을 붙이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약학 책들은 어차피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중간 중간 추가할 수가 있어요. 두 달이 지났을 때와 여섯 달이 지났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다르죠. 그동안 공부를 더 했을 수도 있고요. 

Q. 약사로서, 또 저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책을 쓰느라 사실 조금 힘들었거든요(웃음). 최근 경기도약사회지에 노인약료 관련 연재를 시작했고, 데일리팜 연재와 헬스조선 자문위원단 활동 정도만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틈틈이 개정판도 준비해야겠죠.

엄준철 약사
대한약사회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운영자문위원
경기도약사회 약국경영지원단 위원
군포시약사회 학술이사
데일리팜, 경기도약사회지 학술연재
헬스조선 약사자문단위원
경기도 군포시 편한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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