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일반약 판매 위법’이라도 제약사에 공급 제한 행위는 부당
약준모, 한약제제 분류 없이 일반약 개봉판매 처분 좌시하지 않을 것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불법성을 두고 약준모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과징금 7,800만원 처분 취소’ 항소심이 기각됐다.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한약사에게 일반약을 판매하는 제약사에게 압력을 가한 약준모에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7,800만원을 부과한 것에 대한 항소심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약제제에 대한 구분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이다. 약준모는 상고는 물론 합법투쟁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범위를 규정할 수 있는 최초의 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판이 약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약준모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지난해 5월, 약준모는 한약국의 일반의약품 취급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불매운동 시도, 공문발송 등의 방법으로 91개 제약회사에 한약국과 거래를 거절할 것을 요청했다. 외국계를 제외한 20위권 내 제약회사 전부를 포함해 91개 주요 제약회사에게 한약국과의 거래 중단 및 신규거래 개시 금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 그 결과 유한양행을 비롯한 일부 제약사에서는 거래 중이던 한약국과의 거래를 일괄 중단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같은 해 10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4호가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강요 행위 중 거래거절강요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과 더불어 7,800만원의 과징금 납부를 명령했다. 제약회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약사단체라는 점을 이용해 제약회사들의 거래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는 궁극적으로 약국과 한약국 간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위한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소멸되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소비자 후생이 저하로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약사 일반약 판매, 위반이어도 공정거래법 위반’
이에 대한 약준모의 항소에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약준모가 제약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점 △현행법 상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명백한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점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행정기관에게 신고를 하는 등 법령에서 허용하는 방법에 외에 제약회사에게 일반의약품 공급을 제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약사가 자신의 경영전략, 영업여건 등을 고려해 한약사 개설 약국과의 일반약 거래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원고의 행위가 제약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수 제약회사의 거래처 및 거래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침해하였고, 한약사 개설 약국은 일반의약품의 판매가 곤란하게 되어 한약사들의 일반의약품 판매 시장에 대한 진입을 방해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원고는 단체의 힘을 빌려 제약회사들로 하여금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게 했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약준모의 행위가 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편의점 등에서도 가능한 한약사 개설 약국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곤란하게 하여 일반의약품 약국 판매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제한시킬 우려가 있으며, 그로 인해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는 등 유·무형의 소비자 이득이 감소되는 측면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약제제에 대한 구분 선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가 적법인지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한약제제에 대한 구분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약준모가 “이 사건 위반행위의 전제로서 한약사가 비한약제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약사법에 위반되는 행위에 해당하여 이를 바로잡기 위한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는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재판부는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은 모두 그 판단의 전제로서 일반의약품 한약제제에 대한 구분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대체로 현 상태에서는 한약사의 위 행위를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고 판결했다.

이어 “한약사가 비한약제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타당한지는 별론으로 하고, 현행법상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 설령 한약사가 비한약제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소관 행정기관에게 신고를 하는 등 법령에서 허용하는 방법에 의하여 행정권의 발동을 촉구하는 것 이외에 현행 법령상 이러한 사유를 내세워 제약회사들에 대하여 일반의약품 공급을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덧붙였다.
적법 여부에 관계없이 약준모의 공정거래법 위반이 성립한다는 판결이다.

약준모 ‘법원, 한약사 비한약제제 판매 해석 포기’
이에 대해 약준모 측은 상고를 결정하였으며, 동시에 ‘불합리한 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합법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약준모는 “(이번 판결은) 20년 간 의도적으로 비약사 판매를 묵인했던 복지부와 무능하게 방관해온 대한약사회, 옆에 한약국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안심하고 있었던 약사들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초유의 해석”이라며 “법원이 아예 한약사의 비한약제제 판매에 대한 해석은 포기하고, 한약사의 일반약품 판매가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는 전 세계 유래 없는 해석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또 “말 그대로 복지부와 식약처가 한약제제 구분을 하지 않는 이상 해석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복지부는 같은 법으로 수많은 약사들의 소소한 일반의약품(한약제제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개봉판매로 과징금과 행정처분을 내렸다. 판피린과 아스피린이 한약제제인지 아닌지를 몰라서 처벌 못한다는 복지부가 약국에서 판피린 한 병을 줬다고 처벌을 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약제제에 대한 구분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판결이 내려졌지만, 오히려 같은 법 때문에 수많은 약사들이 그동안 일반의약품 개봉판매로 과징금과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역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통계포털의 한약제제 종별 청구현황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0년~2015년 복지부는 1,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한약제제 청구비로 한의원에 지급해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약준모 임진형 회장은 “복지부는 한약제제가 분류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한약사가 피임약을 판매하는 것을 처벌하지 못한다고 하고, 한의원에는 한약제제 청구라는 이름으로 1,500억 원을 퍼준 반면 약사들에게는 판피린을 낱병으로 팔았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했다. 2017년 대한민국 정부가 똑같은 약사법을 가지고 한약사와 한의원에는 봐주기 식으로 해석하고, 약사에게는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비난했다.

약준모,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 ‘끝까지 간다’
정리해 보면, 우선 과징금은 전임 집행부가 예산을 마련해놓아 납부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과징금은 7800만원에 1년마다 연 7.8%씩 추가 가산금이 붙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상고를 결정한 만큼 과징금 납부는 추후에 다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합법 투쟁에 대해서는 비한약제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한약사를 직접 고발하고 공정거래법이 아닌 약사법 위반으로 법 해석을 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미 복지부나 식약처의 공식 답변을 통해 한약제제 해당하지 않는 품목리스트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약준모 측의 설명이다.

또 분업 이후 20년간 한약제제에 대한 명확한 판단도 없이 약사에게 가해진 일반의약품 개봉판매에 대한 행정처분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로 처분을 받는 약국이 있다면 건별로 행정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약준모 임진형 회장은 “약사들은 분업 이후 한약제제인지 아닌지 명확한 판단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처분을 받아왔다. 한약사가 혈전용해제를 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지 않냐. 복지부가 한약제제를 명확하게 분류하게 되면 약사들도 무엇을 개봉 판매할 수 있는지 명확해지고, 한약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약준모 측은“복지부의 20년이 넘는 직무유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혼란이 야기되고 방치된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 앞으로 약준모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복지부를 상대로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잘못을 바로 잡아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민초약사들의 노력에도 그동안 한약사 문제를 방관해 온 대한약사회에 대한 원망도 토로했다. 약준모는 “지금까지 한약사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민초약사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는 동안 수수방관으로 일관한 대한약사회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체면차리기식 성명발표 하나로 할 역할을 다했다고 착각한다면 분노한 민초약사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잇속만 차리고 중요한 현안에는 눈을 감고각종 비리에 얼룩져서 회원들에게 검찰 고발까지 당하는 대한약사회는 대오각성하고 이번 고법판결을 계기로 한약사 문제해결에 전면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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