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에만 쓰기엔 너무 아까운 '철분'

한국의약통신l승인2017.07.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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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흥 약사(경기도 안산시 백제약국)

잘못 쓰면 산화적 스트레스 증가, DNA 손상
비타민C, 아미노산은 흡수 돕고, 시금치는 방해

1. 이명이 심한 환자가 있습니다. 얼굴이 너무 창백하고, 손발이 너무 차갑고, 혈색이 좋지 않습니다. 두통이 있고, 어지럼증이 심합니다.

2. 초등학생이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약을 달라고 합니다. 다행히 엄마가 같이 와서 병력을 물어보니, 어린 아이가 두통이 심해서 매일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2~3학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두통을 호소하는 것도 그렇지만, 상담하다 보니 온 몸이 아프다고 하고 자꾸 드러누우려고 합니다.

3. 70대 할머니가 정신이 맑지 않습니다. 멍하니 앉아있고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습니다. 단골인 딸이 걱정이 돼서 약국을 방문했습니다. 치매가 의심됩니다.

4. 사우나를 가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사우나를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혈압이 있고 통통한 체격을 가진 환자입니다.

위의 환자들을 보면 생각나는 약물은 철분제입니다. 하지만 철분제는 잘못 사용하거나 너무 과하게 사용할 경우 활성산소의 양을 증가시켜 산화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물질입니다. 너무 과하게 투여할 경우 세포막, 단백질 및 DNA 손상을 유발합니다. 간독성과 심장질환, 내분비교란, 관절질환, 골다공증 및 피부색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철분은 항상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물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빈혈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살펴보고 약사들이 철분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다루면 좋을지를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1)

1. 빈혈의 원인
빈혈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서 조직의 저산소증을 초래한 것을 말합니다. 빈혈의 원인별 분류는 아래와 같습니다.

<빈혈의 분류>

첫째, 혈색소의 주재료인 철분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철결핍 빈혈
둘째, 혈구세포를 구성하는 DNA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비타민 B12나 엽산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거대적아구 빈혈
셋째, 골수의 조혈모세포가 없거나, 조혈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
넷째, 골수의 보상 능력을 앞서가는 용혈이나 실혈
다섯째, 만성 질환에 의한 염증물질 과다로 철분이 충분한데도 조혈이 안되는 급·만성 염증에 의한 빈혈
여섯째, 콩팥 질환이나 종양 때문에 적혈구 조혈을 촉진하는 적혈구 생성인자가 부족한 경우

이 중에서 특히 우리 약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될 내용은 철결핍성 빈혈입니다.

2. 철결핍성 빈혈
철결핍성 빈혈은 체내에 저장된 철분이 적혈구 생성에 필요한 양보다 감소하여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낮은 것을 말합니다. 저장철(페리틴)의 감소, 혈청 철의 감소, 트랜스페린 포화도의 감소2), 이에 따른 순환 적혈구의 소혈구3)화, 저색소4)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철 결핍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몸에서 철의 필요량이 증가하여 철결핍빈혈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미숙아, 영아,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 임산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미숙아, 영아와 청소년에서는 체중이 증가하고 키가 크면서 철분의 요구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음식을 통해 이를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빈혈이 나타납니다. 임신 중의 여성에게는 태아와 태반을 형성하는데 많은 양의 철분이 필요하고, 적혈구 총량이 증가하고, 분만 시 출혈 등으로 인해 철분의 요구량이 증가 합니다.

둘째, 철분의 소실이 증가하여 빈혈이 생깁니다. 위궤양, 치질, 기생충 감염, 간경변 등으로 인한 식도정맥류 출혈, 종양 등으로 인한 만성적인 위장관 출혈, 반복되는 코피, 월경과다 등의 만성 실혈, 잦은 헌혈 등으로 인해 철분 소실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성인 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서 철결핍 빈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철분의 필요량이 증가하는 연령이나 상태가 아니므로, 반드시 위장관 출혈 여부를 대변 잠혈검사5), 위장관 내시경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철분 섭취와 흡수량이 저하되어 빈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모유와 우유, 선식, 채식 위주의 식단 등 철분이 들어있는 음식 섭취가 부족한 경우, 위절제술 등에 의한 위산 부족으로 철 흡수 장애가 생긴 경우, 만성 설사, 흡수장야 증후군, 장결핵과 같은 소화기질환에 의해 철 흡수장애가 발생하면 철결핍빈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6)

그런데 말이죠. 약국에서 환자와 상담할 때 이 사람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정상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빈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3. 경계빈혈
빈혈은 철분의 결핍 정도에 따라 고갈단계, 경계결핍단계, 빈혈단계의 3단계로 나뉩니다.

<빈혈의 3단계>
첫째, 고갈단계(Depletion stage): 저장 철이 고갈된 상태로 헤모글로빈 농도가 정상이고 또한 철 의존성 단백질 합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단계
둘째, 경계결핍단계(Maginal defieciency stage): 저장철이 고갈된 상태로 헤모글로빈 농도는 정상이나 철의존성 단백질 합성이 감소되어 있는 상태
셋째, 빈혈단계(anemia stage): 가장 심한 철결핍 상태로 저장 철이 고갈된 상태로 헤모글로빈 농도가 저하되어 있고 또한 철의존성 단백질 합성이 감소외어 있는 상태

※ 경계빈혈일 때는 헤모글로빈 수치는 12~13g/dl에 가까운 정상상태이나 기립성 현훈, 오심, 안색 창백, 피로 등 빈혈증상이 있어 20~40mg의 철을 투여해도 임상적 증상이 뚜렷한 경우를 경계빈혈이라고 합니다. 경계결핍은 참을성과 운동 적응 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철분을 섭취하면 소화장애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4. 철분의 흡수와 부작용 흡수를 방해하는 것들
철분은 2가(ferrous)와 3가(ferric) 형태의 철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흡수는 십이지장에 존재하는 2가 양이온 이온 통로를 통해 흡수가 되기 때문에 3가 철은 2가로 환원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free radical를 생성하여 위점막을 자극하여 메스꺼움, 위부팽만감, 변비 등을 일으킵니다.

철의 흡수를 촉진하는 물질은 lactate, 비타민C, pyruvate, succinate, fructose, 아미노산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3가 철을 2가 철로 전환 시키거나, 2가 철이 3가 철로 바뀌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시금치에 함유된 oxalate에 의해 철이 킬레이션 되어 시금치는 철의 흡수를 방해하고 곡류에 함유되어 있는 phytate도 같은 기전으로 철의 흡수를 방해합니다. 철은 또한 2가 양이온 통로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2가 양이온(Ca²+, Mg²+)에 의해 철의 흡수가 저해됩니다.

또 알아야 될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요? 헴철 포르피린 이런 내용은 좀 알아야겠지요?

5. 헴철이란 무엇인가
헴은 포르피린 네 분자에 철 한 분자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이 헴에 글로빈이 결합되면 헤모글로빈이 만들어 집니다. 따라서 제품화된 헴철은 동물성 철분으로 헤모글로빈에서 단백 분해 효소를 처리해서 글로빈 부분을 잘라내서 만드는 것입니다.

헴철은 일반 무기철과 달리 십이지장의 2가 양이온 통로가 아닌 소장 점막세포에 존재하는 헴철 수용체를 통해 흡수됩니다. 따라서 비헴철의 흡수를 저해하는 Ca²+이나 Mg²+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헴철은 일반 비헴철에 비해 흡수율이 매우 높으며7) 위장장애도 높지 않지만, 헴철과 살코기가 당뇨환자의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빈혈과 헴철 비헴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내용만 가지고는 일반적인 상담을 넘어서는 상담은 어려워 보입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봐야겠지요?

헴은 헤모글로빈 이외에도 미토콘드리아에서 cytochrome c를 만드는데도 이용이 됩니다. 또한 세포질 내에 여러 헴철을 함유한 효소단백질인 NO 합성효소나 프로스타글란딘 합성효소를 만드는데도 이용됩니다. 미토콘드리아의 헴합성 능력이 떨어지면 헴과 결합되어야 할 철분이 사용되지 못하고 쌓이게 돼서 이것은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 세포의 기능저하와 노화를 야기합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질환에서 뇌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내에 철이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8)

이 사실은 헤모글로빈이 만들어 지기 위해선 헴과 철분이 동시에 필요한데(헴철), 헴의 생합성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헴과 결합하지 못한 철분은 헤모글로빈이 아닌 형태로 존재하게 돼서 산화를 촉진시킨다는 뜻입니다.

결국 인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나 기억력 감퇴, 치매 등의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건강한 혈액의 생성 및 유지는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명이 매우 심한 환자의 경우 철결핍성 빈혈이 너무 심했고, 또 여러 차례 철분을 보충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혈이 개선되지 않아서 그 환자에게는 액상 철분제와 포르피린 물약을 추천했습니다. 환자는 빈혈이 개선되었고, 이명과 어지럼증 모두 좋아졌습니다.

두 번째에 소개한 초등학생의 경우 철 결핍성 빈혈이 너무 정확하게 보여, 액상 철분제를 2분의 1씩 아침·저녁으로 복용하게 했고, 요즘 반응이 좋은 약사와 건강의 활력비책을 추천했습니다. 그 안에 헴철이 있고 기운을 북돋울 수 있을 듯 보여서 추천했는데, 한 달 뒤에 신체통과 자꾸 쓰러지는 증상이 없어졌고 두통도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세 번째 소개한 할머니의 경우 철분제품을 바로 사용하기는 산화적 스트레스가 걱정이 되고 소화기능도 좋지 못해, 포르피린 물약과 은행잎 물약을 아침·저녁으로 복용하게 했습니다. 며칠 되지 않아 상태가 개선돼서 가족들이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네 번째 환자는 위장기능이 좋지 못하고, 빈혈수치는 낮지 않아서(경계성 빈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페리친 철분을 단기간 보충 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필자는 경계성 빈혈이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철분의 함량이 크게 높지 않지만 위장장애가 크지 않은 페리친 철분을 자주 추천합니다. 물론 환자가 사우나 갈 때 느꼈던 심한 가슴 답답함은 사라졌습니다.

6. 결론
약국에서 사용 가능한 철분은 헴철과 비헴철, 또는 포르피린과 같은 헴철의 재료물질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철분제품을 추천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고, 안구 건조증9)환자나 운동선수10), 하지불안증11) 환자에게도 철분제를 추천하면 좋습니다. 철분을 단순히 빈혈에만 응용한다면 너무 아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철분을 이해하고 그 한계를 인정하며, 환자의 상태를 개선하는데 철분은 그 나름의 정확한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나지 않을 좋은 방법을 찾고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면 약사의 역량은 다시 한 번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각주>

1)  이번 칼럼은 철분과 헴의 약리학(이은규, 한명관 공저)에 나온 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철분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발견한 사실이, 철분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진행된 책이나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였습니다. 자세히 공부하면 약국 임상에 도움이 될 중요한 내용인데, 좋은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은 크게 우려가 됩니다. 다행히 철분과 헴의 약리학이 아주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 소개해 보기로 했습니다. 약사님들도 많이 찾아보시기를 추천합니다.

2) 트랜스페린 단백질이 철과 결합할 수 있는 능력에 비해 혈청 내에 존재하는 철의 농도가 현저히 낮은 경우

3) 정상 적혈구보다 세포 크기가 작은 상태

4)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의 비율이 정상치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

5) 약국에서 사용 가능한 대장암 검사키트도 잠혈반응을 검사하는 방식이므로 환자가 빈혈 증상을 호소할 경우에는 추천할 수 있습니다.

6) 송창호 교수가 들려주는 혈액이야기, 송창호 지음, 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

7) 비헴철의 흡수율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5% 빈혈환자의 경우 철 흡수율은 10%입니다. 그에 반해 소장상피세포를 통해 흡수되는 헴철은 빈혈 상태에서는 35%의 흡수율을 보인다고 합니다.

8) 알츠하이머 환자는 뇌의 전체 부위에는 철분이 부족하지만, 질병과 관련된 특정 부위는 철분이 높게 관찰됩니다.

9) 철결핍과 비타민 A의 결핍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혈중 레티놀 농도는 헤모글로빈 양, hematocrit치, 혈종 철농도 및 페리틴 포화도와 비례합니다. 비타민 A가 혈중 철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10) 운동선수는 운동을 통해 적혈구 수 및 혈관생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철분이 일반인에 비해 많이 필요합니다. 운동선수가 철분을 보충하면 운동능력이 증가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11) 하지불안증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불편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감각운동계 질환입니다. 뇌내 도파민의 생성에 이상이 생기는데 철분은 도파민 생성의 필수적인 보조 인자로서 철분의 뇌내 용량이 떨어지면 하지 불안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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