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정신과전문의가 5개 지점 ‘공동 마케팅’으로 경영
홈페이지 관리도 나눠서, 연 20회 학생•학부모•교사 대상 강의

▲ 최상철 원장

친한 사이라도 같이 일을 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동업을 하면서 다투게 되고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친한 5명의 동기생들이 모여 9년째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병원이 있다. 그들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이 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들이 ‘동업’ 대신에 ‘공동 마케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동업 대신 ‘공동 마케팅’

노원에서 소아청소년 마음클리닉 디딤을 운영하고 있는 최상철 원장은 “10년 전에는 이 같은 공동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협업 구조가 혁신적이었다.”고 말하며 공동 마케팅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최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공중보건의를 거쳐 봉직의로 2년을 근무한 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임상강사로 활동했다. 이후 개원을 결심한 최 원장은 함께 임상강사로 일했던 동기 선생님들 5명과 함께 ‘소아청소년 마음클리닉 디딤’을 개원하기로 한다. 본점이 있고 그 아래 체인점이 있는 프랜차이즈 개념과 다르게 ‘디딤 공동체’는 수평적인 관계를 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상권을 보장하며 ‘공동 마케팅’ 전개한다.

한 병원에서 함께 일을 하는 동업과 다르게, 공동 마케팅을 선택한 5명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진료과의 특성을 고려해 소아청소년 인구가 많은 5군데 지역을 선정하고 각 지역에 독자적으로 ‘디딤 정신건강의학과’를 개원했다. 2008년 노원, 서초, 송파, 서울대입구, 평촌의 5개 지역에서의 개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명의 디딤 정신과 원장들은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작년에 의정부 지점이 추가 됐고, 올해는 동탄에 디딤 정신과가 생길 예정이다.

‘디딤’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광고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 초기에 드는 광고비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인 것을 시작으로 ’디딤 공동체’는 홍보의 일환으로 진행한 ‘Daum 소아정신과 인터넷 상담’을 요일을 나눠 진행하는 등 마케팅 업무를 나눠서 하고 있다. 그 결과 병원 진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마케팅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 같은 활동들은 병원 홍보에 많은 도움을 줬다. 최 원장은 “원장이 모든 역할을 해야 하는 개원 병원의 특성상 홍보에 큰 힘을 쏟기가 힘든데, 디딤 공동체는 홈페이지 관리도 나눠서 하고 있어 콘텐츠 구성이나 내용면에 있어 혼자 하는 병원보다 질은 물론 양적으로도 앞서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월 1회 회의 통해 경영 전략 논의

디딤 공동체는 ‘공동 마케팅’ 이 외에도 매월 1회 회의 열어 경영 전략 등 병원의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주기적인 회의 개최는 개원 초기의 병원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됐으며, 5명의 원장 사이의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또한 같은 정신과 임상강사 출신이라는 구성원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전문의학 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상담, 조언해주기도 한다. 5개 병원의 경영은 회의를 바탕으로 하되 각 병원에서 독자적으로 하고 있지만 세무의 경우 한 세무사 사무소와 계약해 같이 절세 업무를 함께 해 나가고 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곧 홍보가 된다

최 원장은 ‘디딤’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공동 마케팅’ 이 외에도 병원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원장은 6개월 동안 EBS의 ‘60분 부모’라는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으며, 단순한 병원 홍보를 넘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곧 정신건강에 대한 홍보라는 생각으로 인근 구청, 정신보건센터, 중독센터, 학교 등에서 정신건강관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 환원 활동에 힘쓰고 있다. 또한 강의는 학부모, 교사, 학생을 대상으로 1년에 20번 이상 진행하고 있다.
의사회와 학회 활동 또한 최 원장이 정신건강 정보 전달을 위해 이용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그는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위원으로 자료를 제작하고 공익적인 행사에 참여해 정신건강 정보를 알리는 일에 앞서고 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는 홍보위원과 진료심의위원을 겸임하고 있으며, ‘아동정신치료의학회’ 총무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 노원구의사회 의무이사, 서울시의사회 대의원 등 다양한 학회와 의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노원구 생명존중위원회 위원, 노원구 정신보건센터 운영위원, 노원구중독관리센터 운영위원, 북부지방검찰청 아동학대 자문위원, 서울가정법원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들에게 편안함, 보호자에겐 신뢰 주는 인테리어

소아청소년 정신과라는 특성상 홍보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인테리어이다. 예쁜 하늘색 문틀과 구름이 그려져 있는 유리문, 알록달록 색유리 파티션과 빨간 서랍이 있는 디딤 노원점은 ‘무서운 병원’보다는 ‘놀이방’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진료실에 들어서면 보이는 짙은 체리색 원목 책상과 그 뒤로 보이는 은은한 민트색 벽지는 마냥 가벼운 느낌을 주기 보다는 신뢰감 주고 있었다. 최 원장은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그와 동시에 보호자에게는 믿음을 주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개원 후 10년 동안 3번의 리모델링을 거쳤다.”고 밝혔다.

3번의 인테리어 경험을 통해 최 원장은 “인테리어는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고 망가지면 고치자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개원에 앞서 의사들이 가장 고민을 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인테리어인데, 처음 개원을 하면서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시작한다는 마음보다는 개원 이후 환자 군이 형성되고 집중하는 부분에 맞춰서 수정을 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 원장은 “개원 당시의 인테리어나 규모로 쭉 가는 병원은 많지 않으며, 환자를 맡기 전에는 어떤 공간이 더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딤 노원점의 경우 초기에는 없었던 ‘장기 보호자 대기실’을 이후에 추가했다. 디딤 노원점은 의료 외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부설 연구소를 개설하고 놀이치료, 사회성치료, 학습성치료, 언어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시간에서 2시간정도 걸리는 치료 프로그램에 아이를 맡긴 보호자가 긴 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들의 편의를 위해 장기 보호자 대기실을 이후에 추가한 것이다. 

가격보다는 사업체 지속성이 업체 선정의 관건

인테리어 업체 선정을 위한 팁을 소개하며 최 원장은 “오래 지속되는 사업체에서 적절한 가격에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원장은 가격이 저렴한 업체에 인테리어를 맡겼다가 사업체가 하청업체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고 잠적해버려서 곤란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또한 병원으로서는 매우 응급한 상황인 컴퓨터의 고장과 같은 경우를 대비해 “대기업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 보다는 병원 인근의 컴퓨터 수리가게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사후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최 원장의 의견이다. 대기업 컴퓨터의 경우 A/S를 받기 위해서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거나 기사를 불러도 신청과 방문에 긴 시간이 걸리지만, 동네 컴퓨터 가게를 이용할 경우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료 외 활동으로 정신건강 정보 알리기 노력할 것”

앞으로의 목표를 계획을 묻자 최 원장은 “앞으로도 병원 진료 이외에 의미 있고 뜻 있는 활동을 점차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개인 한 사람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최 원장은 “앞으로 정신건강 정보를 알리기 위해 생각이 비슷한 주변 선생님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최 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소아정신과선생님들과 함께 상담과 봉사활동을 했으며, 소아정신과 선생님들이 모인 공부 모임에서 책을 공동으로 번역해 출판했고(놀이, 그 경이로운 세계, 마음이 자란다 - 학지사 2013) 학교 폭력관련 프로그램(학교폭력치유프로그램 가해자/피해자 - 시그마프레스 2015)을 공동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철학

끝으로 최 원장은 “디딤을 찾으신 환자들이 몸과 마음 모두가 건강해지는 것”이 병영 경영의 최고 목표라고 밝혔다. 정신과라는 진료 과의 특성상 힘든 아이들과 청소년을 많이 보는 최 원장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를 “하루하루 아이들이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디딤이라는 이름은 이런 병원의 목표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디딤 클리닉이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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