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약사 간호사 팀의료, 회의부터 매뉴얼 제작까지
주 1회 방문, 수가 5500엔…지역주민 위한 서비스도 만점

일본 정부에서 노인들에 대한 효율적인 의료와 인구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실시한 것이 ‘재택의료’이다.

재택의료는 일본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가 되던 1994년 ‘재택(在宅)의료법’이 제정됨으로써 시작되었다. 재택의료법은 의사의 진료행위나 약사의 조제투약 행위는 병의원 또는 약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환자의 사택에서 의료 및 투약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재택의료는 대부분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자택을 방문하여 행해지며, 의사 또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사, 약사, 환자가 계약을 맺고 이루어짐으로 직종간의 팀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이다.    

재택의료에서 약사는 의사의 처방이나 또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환자를 방문하여 합의된 프로토콜에 의해 조제투약, 약력관리, 복약지도 및 의료폐기물 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또 의사나 간호사에게 약제의 종류와 투여량, 투여법을 물론 투여시간 변경이나 검사 요청 등을 자문한다.

▲ ㈜휴메디카의 카라사와 준코 대표이사

이번에 일본 약국경영 연수단이 방문한 요코하마시 소재 신쯔루미약국은 지역에서 재택의료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약국법인 ㈜휴메디카의 카라사와 준코 대표이사는 “재택의료에서 약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복되는 의약품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라며 “의사들이 약사에게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이 ‘poly-pharmacy(한 환자에게 동시에 여러 종류의 약제를 함께 쓰는 일)’에 대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약제사회 중심으로 스터디 시작, 매뉴얼 발간
연수단이 방문한 ‘신쯔루미약국’은 문전약국이지만 재택의료가 도입되기 이전인 1980년대 초반부터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쯔루미구를 중심으로 재택서비스를 선도해온 곳이다.

대장암 환자의 자택을 방문했다가 환자 가족들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재택의료에 본격적으롤 뛰어들게 됐다는 카라사와 준코 약사는 수가가 지급되기도 전인 1984년부터 재택관리를 시작했다.

그러다 1997년부터는 쯔루미구약제사회 회원들을 모아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의사, 방문간호사 등을 초빙하는 방식이었다. 카라사와 준코 대표는 “‘재택 환자가 발생했을 때, 근처에 있는 어떤 약국이라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약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자 한 달에 한 번 ‘처방 검토회’방식으로 스터디를 변경했다.

▲ 쯔루미구약제사회에서 만든 재택관리약사를 위한 매뉴얼

경험이 쌓이자 카라사와 준코 대표는 쯔루미구약제사회 이름으로 매뉴얼을 만들었다. 복약체크 리스트와 질문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을 담은 것이다. 이 매뉴얼은 이후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약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쯔루미구약제사회의 상급 단체인 가나가와현약제사회에서는 마약관리 매뉴얼과 개호상품 매뉴얼을 만들어 재택의료에 참여하는 약사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의사, 간호사와 월례회 하고 참여 인력 공유
최선의 환자 관리를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 월 1회 재택의료에 참여하는 의사, 간호사와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우선 카라사와 준코 대표는 재택의료에 참여하는 의사, 간호사들과 함께 월 1회 회의를 주최하고 있다. 보통 점심시간을 이용해 30분 정도 진행되는데, 의사가 처방의 의도를 설명하고 약사, 간호사와 함께 환자의 상태에 대해 논의하는 식이다. 카라사와 준코 대표는 “사실 제도적으로는 서면으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회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8년 전부터 쯔루미구의사회 주최로 연 2회씩 열리는 ‘쯔루미 중심 재택개호 네트워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는 의사는 물론 약사, 간호사, 복지사, 개호용품 취급자까지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최근에는 가와사키시 등 다른 지역에서 오는 참가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행정공무원들과도 정기적으로 만나 개선사항 등을 전달하는데, 응급상황에서 구급대원들이 자택을 쉽게 찾도록 현관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처방기록지를 환자에게 보관하게 함으로써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공무원들과의 회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카라사와 약사는 설명했다.

▲ 재택의료가 가능한 의사와 치과의사, 약사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또 약제사회 차원에서 재택관리가 가능한 의사와 치과의사, 약사들의 리스트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소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현재 등록된 약국 수는 78개이다. 가나가와현약제사회 차원에서는 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총 21개 약국을 재택관리가 가능한 약국으로 파악하고 있다.

10명 약사가 10명 관리, 회당 30분 소요
그렇다면 실제 약국에서 재택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신쯔루미약국의 경우 현재 10여명의 재택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법적으로 약국에서 직선거리 16km 이내에 위치한 자택만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 근무하는 약사가 25명인데, 이 중 10명이 재택의료에 참여하고 있다.

주사제가 없을 경우 2주에 한 번, 있으면 1주에 한 번 정도 자택을 방문한다. 한 번 방문에 평균적으로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10% 환자 본인부담금을 포함해 5500엔 정도의 수가를 받고 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조제하던 약사가 뛰쳐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을 많지 않은 편이고, 대부분은 의사의 처방이 나오면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자 위한 서비스도 ‘만점’
한편 신쯔루미약국이 재택의료에 주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환자를 위한 서비스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신쯔루미약구은 26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 앞에 위치해 있어 조제수가가 매출의 97%를 차지하는 문전약국이지만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혈당 측정기와 혈압기, 체중계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셀프매대를 활용해 소량이지만 일반의약품과 식품도 취급하고 있으며 투명한 조제실과 칸막이가 설치된 투약대,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전염성 질환 환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약국 입구와 내부에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 건강정보 POP 등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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