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관 재건축건, KMA Policy 도입, 선거관리규정 통과
“잘못된 의료규제와 의료영리화 정책 백지화” 결의문

대한의사협회는 4월 23일 더케이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제 69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대선을 앞두고 열린 총회에는 표심을 잡기 위한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했으며, 올해부터 바뀐 회의 방식은 그동안 의협이 앓던 ‘정족수 부족’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줬다. 그 결과 의협 회관 재건축건, KMA Policy 도입 그리고 선거관리규정 개정안과 같은 굵직한 안건들이 빠른 시간 안에 무난히 통과 됐다. 

“소통하고 책임 다하는 의협 될 것”

▲ 임수흠 의장

개회식의 화두는 ‘소통’과 ‘공감 노력’이었다.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저수가 정책을 고수하며 의사들의 진료권을 옥죄는 각종 제도와 잘못된 정책들을 남발하면서 의사들에게는 최상의 진료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분명한 책임을 다하는 의협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추무진 회장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또한 의료계의 어려운 현실에 공감을 표하며,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의사들이 국민들과의 소통과 공감 노력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얻고 지지를 얻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 또한 4차 산업 혁명으로 대표되는 세태 변화에 “의협이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력, 소통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표심 공략 위한 정치인의 대거 참석

대선을 16일 앞두고 열린 총회인 만큼 이날 회장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여해 표심을 공략을 위해 힘썼다.

문재인 후보는 영상을 통해 “의협과 함께 하겠다.”는 말을 전했으며, 홍준표 후보 또한 영상을 통해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트너라는 마음으로 함께 가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유승민 후보의 배우자 오선혜씨는 선거운동 복장을 하고 총회에 참석해 회장 입구를 지나는 의협 회원들에게 인사를 건넸으며, 안철수 후보 선대위 천정배 본부장은 “의료분야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약을 밝혔다.

이 외에도 이 날 총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각자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 소개에 최선을  다 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보에 대해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은 “후보들은 경제논리와 표심을 얻기 위한 의료 정책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경고했으며, “회원들은 그 어느 때 보다 꼼꼼하게 공약들을 살피고 검토해 소중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질병 ‘정족수 부족’ 해결

의협은 올해 정기총회부터 회의 방식을 바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안건을 의결하는데 성공했다. 의협은 매년 4월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있지만, 지난 십여 년 동안 토의내용의 재 반복과 논쟁으로 시간이 소비돼 모든 안건을 논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길어진 회의 시간으로 인해 대의원들이 자리를 떠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을 처리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번 정기총회는 달랐다. 기존에 의협은 분과토의와 의결을 함께 진행했는데, 올해는 이틀 중 첫째 날에 분과별 토의를 마치고 이틀째에 논의된 안건들에 대해 의결만 진행했다. 이 같은 회의 방식의 변화와 2회 연속 불참하는 대의원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등의 시스템 도입을 통해 매번 늦은 밤까지 이어지던 총회가 올해는 5시에 마무리 됐으며, 회관 재건축 추진의 건, KMA Policy 도입 건과 같은 큰 안건들이 무난히 통과됐다.

회장 선거 기표소 투표 도입 개정안 부결돼

본회 전날인 22일 열린 분과 토의에서는 대부분의 안건들이 원안대로 통과 됐다. 다만 의협 회장 선거에서의 기표소 투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은 찬성 17표, 반대 27표로 부결됐다. 그러나 선거일 당시 징집 또는 소집돼 군사훈련 중인 선거권자에 대한 우편투표는 군의 협조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표소 투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군대 입소 중인 회원들의 투표 참여권을 보장하는 개정안은 통과됐다. 또한 피선거권을 최근 5년간 매년 회비를 납부한 회원에게만 부여하는 내용도 통과됐다. 투표 전 대의원들 간의 내용 해석문제로 논쟁이 잠시간 오갔으나 결국 총 166명 중 160명 찬성, 5명 반대, 1명이 기권해 가결 됐다.

의협회관 재건축 본격 가동

이날 총회의 가장 큰 이슈는 ‘회관 환경개선을 위한 재건축 추진의 건’이었다. 대한의사협회 회관은 1974년 준공 이후 43년 동안 자리했으나, 2016년 9월 실시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전체적인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D등급을 받은 상태다.

이를 포함하는 사업 계획 및 예산 결산 분과위의 내용보고 이후 진행 된 투표에서 총 164명 중 156명이 찬성하고 8명이 반대표를 행사해 재건축 건은 무사히 가결됐다. 이를 바탕으로 의협은 5월 임시이전을 시작하고 2018년 5월 재건축 시공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4월 19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추무진 회장은 회관 재건축과 관련해 “정기총회가 시작의 계기가, 큰 틀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추 회장은  “2008년 설계에 따르면, 주차장을 지하로 건설해 현재 부지에 재건축 할 경우 건축면적이 기존보다 2배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재건축 소요 비용의 경우 재건축 기간 동안 사용할 임시 사무실 임대와 관리비 27억을 포함해 약 281억 9,700만 원으로 추산되며 의협은 재건축 소요비용을 협회 보유자산 65억과 회원특별회비, 기부금, 융자, 연수교육 평가단 운영지원에 따른 수익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재건축건 가결 이후 충북의사회 대의원은 오송을 임시 이전 장소로 하는 안을 제시 했으며, 긴급 동의안으로 오송 지역의 부지 매입 안을 대의원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집행부에서는 회관 건축에 이어 오송 부지 매입이라는 두 가지 안건을 추진하게 됐다.

KMA Policy 특별위원회 12개 아젠다 의결

또한 이번 총회를 계기로 KMA Policy가 첫 발을 내딛게 됐다.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변화하는 집행부와 관계없이 의협이 일관되고 집약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이번 총회에서는 특별위가 내놓은 12개 아젠다가 의결됐다.

12개 아젠다는 ▲건보공단 진료내역 관련 요양기관 현지 확인에 대한 기본 입장 ▲건보공단 자료 요청 제한 ▲건보공단 현지 확인 절차 ▲건보공단 자료요청 등에 대한 복지부 감독권 강화 ▲진찰료 포함행위 분리▲수가계약제에 대한 기본입장 ▲수가협상 결렬 후 공정한 후속조치 ▲수가협상 범위 ▲저출산 해결 위한 의료적 정책 ▲고위험 임산부 위한 인프라 구축 ▲분만 과정에서 법적 보완 ▲분만 취약지 해결 우선순위 고려 등 의료 및 의학정책분과 등으로 KMA Policy에 포함됐다.

잘못된 의료규제와 의료영리화 정책 백지화 요구

이날 총회를 마치며 대한의사협회는 ‘대의원총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협은 결의문을 통해서 “잘못된 의료규제와 의료영리화 정책을 백지화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호를 목표로 하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원격의료 ▲의료서비스산업화 ▲규제프리존 등을 언급하며, 의료영리화 정책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끝으로 새로 들어설 제 19대 대통령이 이 같은 의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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