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 전부터 상담 주력, ‘신뢰 위해 집중 필수’깨달아
돌려 팔 시간에 진열 등 고심… 주3회 근무, 만족도 높아

“제가 하는 강의 중에 ‘단골약국 만들기’가 있는데요. 약사를 신뢰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오감(五感)을 사용하는데요. 예를 들어, 감기 환자가 오면 증상을 들으면서 약 봉투에 증상을 적습니다. 시각적인 효과지요. 그리고 증상을 한 번 더 말해줍니다. 청각적인 자극이죠. 사람은 보고 들은 것을 믿기 때문에, 저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 때 제가 환자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약사의 대표주자로 다양한 강의를 통해서 약사들을 만나고 있는 정강희 약사는 이같이 말하며 판매의 기본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환자들이 복약지도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가 식상한 방식 때문일 수 있다는 것. 정 약사는 눈을 맞추고 환자에게 집중하는 방식을 적극 추천했다.

조제 대비 상담판매율 1.2배 높아
정 약사가 2005년부터 운영 중인 대치필리아약국은 주택가에 있지만, 지하철역이 가까운데다 바로 앞에 롯데백화점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강남구 대치동이라는 특성 때문에 단기간 거주하는 가족 단위가 많고, 학원가도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정 약사는 오래된 단골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고객이 끊임없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약국은 실평수 11평 정도로 크지 않은 편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에 조제실과 투약대가 있고 양 옆으로 벽장과 셀프매대가 2개 위치해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조제실을 반으로 나눠 별도의 상담실도 마련되어 있다.

처방은 100건 정도로 같은 건물 2층의 내과와 근처 신경과, 가정의학과의 처방이 주를 이룬다. 조제와 상담판매의 순수익 비율은 1:1.2정도.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동네약국에서 정 약사는 어떻게 ‘상담약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환자에게 집중’ 철학으로 경증질환 주력
정 약사는 의약분업 전부터 상담을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해왔던 것이 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그러다 2000년에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배우게 됐는데, 지금 그가 거의 무보수로 강의를 다니는 솔빛피앤에프 학술강의에서였다. 그는 질병의 결과에 집중하는 현대의학의 한계에서 벗어나 근본 원인을 찾는 강의에 매료됐다. 정 약사는 “건기식으로 환자들을 관리하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상담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정 약사는 상담의 원칙을 세웠다. 환자 한명 한명에게 집중하자는 것. 오감을 활용하는 방식도 환자에게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습관이다.

그는 또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질환보다는 감기나 소화기질환처럼 경증질환에 주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치필리아약국의 경우는 동네에 변비를 잘 관리하는 약국으로 소문이 나 있는 상태. 정 약사는 “처음부터 욕심을 가지고 ‘당뇨환자에게 혈당강하제를 끊게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약사는 물론 환자까지 지치게 된다.”며 “2~3일 만에 바로 효과가 날 수 있는 근육통이나 타박상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말 한마디를 덧붙여 환자를 다시 오게 하는 방법도 정 약사만의 무기이다. 일반의약품을 먹은 환자들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약국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정 약사는 감기 환자의 경우 가장 불편한 증상을 말해달라고 한 후 “나머지 증상은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는데, 만약에 안 되면 약국에 다시 오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환자의 발걸음을 다시 약국으로 돌린다고 말한다. 물론 이때에도 환자의 눈을 보며 “덜 나으면 오세요”라고 집중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량으로 싸게’보다 ‘조금씩 다양하게’
그렇다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부외품 분야에서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정 약사는 주력제품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광고제품에 너무 인색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돌려 파는 시간에 환자의 상태에 집중해서 상담해주면, 약사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 인쇄물을 적극적으로 붙여두면 지나가면서 환자들이 봤을 때 ‘내가 원하는 제품이 여기에 있구나’라고 생각해 약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신 정 약사가 주력하는 부분은 제품 배치와 POP, 트렌드에 맞는 구색 갖추기이다. 그는 짧게는 일주일, 최소 한 달에 한번은 진열 위치를 바꾼다. 당시 광고와 환자들의 관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관심 있어 하는 품목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POP도 직접 만들거나 기존의 것을 오려서 활용하는 등 최대한 눈에 띄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한다.

이 과정에서 재고관리도 중요한 부분. 대치필리아약국의 경우 매장이 넓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대신 한 달이나 보름정도 쓸 양만 구비하고 있다. 대량으로 싸게 구매하면 그만큼 빨리 결제해줘야 하기 때문에, 약국에 플러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약품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반품을 하면서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연중무휴 약국, 주3회 근무로 직원 만족도 높아
이쯤에서 정 약사가 ‘집중’을 강조할 수 있는 이유는 근무약사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한 타임에 약사 2명과 전산직원 1명이 근무하고 있어 다른 약국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긴 대기시간에 대한 불만이 없냐는 물음에, 정 약사는 “자신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다른 환자에게 잠깐 약을 건네고 와도 충분히 기다려준다.”며 “기다려주지 않는 이유는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전체 근무인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약국이 연중무휴로 운영되기 때문. 평일과 토요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2시부터 저녁10시까지 정강희 약사와 책임약사 1명, 파트타임 약사 2명에 전산직원 1명이 환자들을 맞는다.

▲ 워킹맘 근무약사를 위해 주3회 근무를 택하는 대신 정 약사의 사진을 비치해 '약사가 바뀌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신 일주일에 3~4번 정도 근무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대부분 여약사들이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만족도가 더 높다는 판단에서이다. 정 약사는 여러 명을 고용한다고 해서 월급이 더 많이 나가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오히려 근무약사들의 근속연수에 평균 5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환자 집중하기에 지금이 딱 좋다’
상담약사로서 약국을 더 확대할 계획은 없을까. 정 약사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환자에게 집중하기에 지금 규모가 적합하다는 것. 그는 “지금 상태로 10~15년 쭉 약국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 약사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조금 덜 바쁜 상태로 환자 한 명에게 조금 더 집중하고, 환자의 가족들까지 챙겨줄 수 있는 동네약사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프로필>
대치필리아약국 대표약사
솔빛피앤에프 학술이사
덕성여대 약대 졸업
前 메디팜 강남지회 학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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