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진단법 없이 혀의 색·모양·설태 관찰
흰색 혀는 영양 부족, 붉은데 설태 있다면 감기

약국에 손님이 들어옵니다. 환자는 자신의 혀를 보여주며 혀가 갈라져서 아프다고 말합니다. 혀를 보니 붉은 빛이 강하게 돌며 가운데가 깊게 갈라져 있습니다. 아마도 환자는 열이 많고 음액이 고갈된 상태일 것입니다. 혀가 갈라져 있는 것은 영양의 부족을 의미하고 붉은 빛은 속열을 의미합니다. 속열은 실열(實熱) 일수도 허열(虛熱) 일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지금 열이 있고, 영양이 고갈되어 있어서 음허증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이야기 하면서 알아 가면 됩니다.

 

▲ 김연흥 약사(경기도 안산시 백제약국)

필자가 일하는 약국에서 자주 있는 일입니다.

필자는 약사들에게 설진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진단법이 없는 상태에서 혀의 색이나 형태, 설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음양허실을 제법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설진법은 약사들에게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설진은 그 진단법이 제법 발달해 있지만, 쉽게 그 내용을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따라서 약사들은 설진법 중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고, 약국 임상에서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특징적인 내용들만이라도 정확하게 기억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설진 중 약사들이 꼭 알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1. 혀의 구조

혀의 상태를 보고 질병을 함부로 진단할 순 없지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 출처: 두피디아(www.doopedia.co.kr)

1) 혀의 색
혀의 색이 하얗거나 혈색이 없는 상태이면 담백설이라 합니다. 혈액이 부족하거나, 에너지가 부족하여 영양을 혀까지 잘 보내지 못하는 상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2

▲ 출처: 설진 입문, 마루야마 아키사다 저, 행림출판

왼쪽의 사진은 상대적으로 기혈진액이 부족한 상태라고 본다면, 오른쪽 사진은 몸이 차가워 져서 수분대사를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물론 그로 인해 혈액도 원활히 공급하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혈액이 부족하거나 대사기능이 떨어진 상태 내지는 영양이 부족한 상태일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혀는 홍설이라 하며 열이 있는 상태입니다. 오른쪽도 붉은 색이 있어 열이 있으나 영양의 소모의 결과로 발생하는 열인 허열인 경우가 많습니다. 왼쪽 혀는 붉은 점이 보이고 설태도 보이는 반면, 오른쪽 혀는 갈라져 있고 설태가 위축된 형태를 보입니다.

2) 혀의 모양

이런 상태의 혀를 '반대설'이라고 하는데 넓적한 고기를 물고 있는 것처럼 생겼다는 뜻입니다. 보통 이런 혀는 몸속에 수습과 담음이 고이고 수분을 조절하는 비장의 기능이 저하될 때 발생한다고 봅니다. 혀가 붓는 것이지요.

 

이런 혀는 치흔설(齒痕舌)이라고 하는데 혀에 이빨 자국이 남은 것입니다. 보통 반대설 내지는 비대설이 심해지면 발생하며, 몸이 무겁고 림프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증상을 보입니다. 보통 몸이 차고 잘 붓는 사람에게서 관찰됩니다.

 

이렇게 표면이 갈라진 흔적이 있는 혀를 열문설(裂紋舌)이라고 합니다. 영양 불량성질환이나 만성 소화기질환, 비타민B군 부족이 있을 때 열문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증상은 단지 노화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도 봅니다. 따라서 크게 확대해석하지 않고 환자의 영양을 개선하는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열문의 깊이가 깊거나 각이 예리하거나 빨간 것은 소모가 심한 것이라고 봅니다.

3) 설태의 유무
설태는 모상설(hairy tongue)라고도 불리며 사상유두에 과도한 케라틴이 축적되어 털 같은 모양의 긴 가닥을 형성하고 마치 털 같이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흔히 백태라고 부르며 태설(furred tongue)이라고도 부릅니다.

혀의 가운데 부분에 잘 발생하며 세균성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구강의 다른 부분은 침범하지 않습니다. 혀의 색은 하얀 색에서 황갈색 검은색까지 다양하며 어두운 색은 찌꺼기나 세균이 긴 가닥 사이에 끼인 결과이고 이는 흡연자나 구강 위생이 나쁜 사람에게 가장 흔하며, 흡연자는 타르 색상을 띱니다.

또한 특정 항생제의 복용으로 인해서도 발생하고 섬유질이 적은 유동식을 하는 환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탈수와 고열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무증상이나 일부에서는 입냄새나 입맛이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음식과 끼인 파편들의 부패에 의해 구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상유두의 역할: 설유두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설배의 도처에 있으며 가늘고 깁니다. 실과 같이 길쭉한 것이 몇 개씩 공동의 줄기에서 나와 있고 이 줄기를 1개의 유두로 칠 수 있습니다. 상피는 사상유두의 표면에서는 각화되어 있기 때문에 혀의 표면은 다른 구강점막의 여러 부분보다 훨씬 희게 보입니다. 개 고양이 등의 식육류의 혀의 표면에는 각화된 가시가 많이 돋아 있는데, 사람 혀의 사상유두는 이것과 유사합니다. 사상유두는 음식을 씹을 때 그 위치를 감별하는 역할을 합니다.

 

맨 오른쪽 흑태는 흑모설이라고도 하는데 흡연과 나쁜 구강 위생 또는 항생제(페니실린, 테트라싸이클린)의 사용으로 인해 구강의 정상 세균총이 변화를 일으켜 구강의 세균에서 대사되어 만들어지는 포르피린이 검은 색상을 나타냅니다. 장기간의 제산제와 산화성 구강 청결제도 흑모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치료는 1% 혹은 2% 과산화수소수로 양치하는 것이 있고 섬유질을 늘리고 구강호흡 교정, 금연이 중요합니다.

▲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ncledr&logNo=110130309918&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

위축성 설염은 사상유두가 위축 되어서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 용상돌기(fungiform papillae)도 위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위축성 설염은 기본적으로 빈혈, 엽산결핍, 비타민B12,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등이 결핍되면 흔히 발생하고, 전신적 감염(매독)과 국소적 감염(칸디다), 아밀로이드증, 만성소화장애, 단백에너지 영양실조나 약물이나 쇼그렌증후군에 의한 구강건조증이 있습니다. 따라서 영양보충과 기저질환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 출처: 피부질환의 일차진료, 정종영 하창민 저, 엠디월드

지도상 혀는 사상유두의 일과성 위축에 따른 이차적 변화로 생각되며, 증상은 혀끝 측면 경계부의 작은 함몰로 시작하여 점차 퍼집니다. 유두의 소실과 재생에 의해 병변의 모양과 위치가 급속히 변화하기도 하며 오랫동안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아의 열성 질환 후에 흔하게 나타나며 라이터 증후군, 지루피부염, 아토피, 장병성 선단피부염 및 농포성 건선과 관련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호전과 악화를 보이며 평생 지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진에 대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이 정도만 알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그 내용을 가지고 해석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지요?

앞서 예시된 바와 같은 사람의 경우엔 영양이 충분치 못하고 열이 많은 것이므로 허열성 질환에 도움이 되는 약을 선택하면 됩니다.

혀의 색을 관찰했을 때 너무 희다면 기운이 부족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이거나, 영양(특히 혈액)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좋습니다.

색이 붉은데 설태가 보이면서 빨간 돌기가 보인다면 실열이 있는 것이고 감기 등의 고열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색은 붉지만 혀에 오히려 설태가 너무 없고 갈라져 있다면 영양이 부족하거나 만성소모성 질환으로 영양이 혀까지 잘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면 좋습니다.

또 혀가 너무 두껍고 이빨자국이 나있다면 비위기능이 떨어져서 담음이 정체된 상태이거나 림프순환이 잘 되지 않는 상태라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혀를 관찰하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조금은 더 깊이 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설진을 환자상담의 최우선에 두고 너무 설진만 의존해서 환자와 상담하는 것도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약사는 진단을 주목적으로 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와의 상담에 애로를 겪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처음 소개했던 바와 같이, 어쩔 수 없이 환자의 혀를 관찰해야 할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럴 때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료 약사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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