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문약사제 법안 추진 중, 수가 인정이 관건
지속적인 방문약료서비스 위해서 대한약사회 나서야

당초 내년으로 예상됐던 한국의 '고령사회' 진입이 올해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약사사회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설 것이며, 오는 2026년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2월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령사회를 맞는 약사사회의 준비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서비스 확대도 문제지만, 고령화로 건보재정 역시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약사 고유의 직능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얼마 전 대한약사회까지 팔을 걷어 부친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와 전국 각지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약사의 가정방문 서비스’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서울시약 추진 시작, 대약 TF 구성 시동
지난 2010년부터 한국병원약사회가 자체적으로 시작한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는 최근 서울시약사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나서면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서울시약사회와 전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노인약료 전문약사 제도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법제화를 위한 법안 발의 준비에 착수한 상태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노인약료 전문약사’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시범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 지난해 11월 20일 서울시약사회는 국회에서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시약사회 김종환 회장은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가 정착된다면 노인들의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며 의료기관과 연계 역할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의료비 절감과 건강보험 안정화 기여 등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여기에 대한약사회도 올해 초 사업계획에 전문약사 제도화를 포함시키고 ‘한국형 전문약사 제도 추진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한국형 전문약사 도입 계획 설정 ▲교육시스템, 자격 인증 및 제도화 방안 마련 ▲직능별 사례 연구·검토 ▲약국 및 약사의 전문화·세분화 관련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게 된다.

수가 없으면 ‘빚 좋은 개살구’ 우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가가 인정되지 않으면 ‘빚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의사의 경우 전문의를 따면 기대수익에 차이가 나지만, 약사들의 경우 자격 취득이 바로 금전적인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

A약사는 “전문약사 서비스료가 인정되지 않으면 약사들 입장에서 공부만 더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약사 면허만 있으면 ‘하루 세 번 30분’만 외치는 약사들과 똑같은 수가를 받는데 굳이 전문약사자격을 취득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가 대한약사회와 서울시약사회의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약사회가 먼저 시작한 사업이지만, 올해 1월 대한약사회가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으로 TF를 출범시키면서 경쟁적인 회무를 펼치고 있다는 것.

노인약료 전문약사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약사회 박규동 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대한약사회로부터 협업을 요청받은 사항은 없다.”며 “서울시약사회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먼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대로 열심히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가정방문서비스, 예산 확보 위한 대약 지원 필요
약사의 가정 방문 서비스는 시도약사회와 분회약사회가 지자체와 협력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고령자나 독거노인을 위한 약사의 가정 방문 서비스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가도 인정받고 있는 상황. 국내에서는 아직 시도약사회나 분회 단위로 지자체와 손을 잡고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자체의 지원이 끊기면 지속하기 힘든 상황.

▲ 도봉강북구약사회는 '독거노인 찾아가는 복약상담 서비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도봉강북구약사회는 ‘독거노인 찾아가는 복약상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148가구를 방문했고, 경상북도약사회는 2014년부터 1약국 1독거노인 매칭 사업인 ‘독거노인 방문약손사업’을 시작, 올해부터는 약국 당 2인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전라남도약사회도 나주시와 손잡고 올해부터 ‘찾아가는 사랑의 약손사업’을 시작하고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월 2회 방문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이밖에도 약대생 동아리 늘픔의 쪽방봉사활동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독거노인 가정 방문 약손사랑, 서울시약사회 여약사위원회의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쪽방촌 방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관내 저소득층 83명을 대상으로 방문약료서비스를 시행한 경기도 시흥시약사회는 이후 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당시 시흥시약사회장이었던 경기도약사회 안화영 부회장은 “770만원을 들여 보고서까지 만들었음에도 행정기관 책임자가 바뀌면서 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다음해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며 “방문약료서비스는 국민들 개개인의 안전한 약물복용 및 건강관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건보재정을 절감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약사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석 3조의 사업이다. 분회나 시도약사회에서 추진하기 보다는 대한약사회가 나서 약사직능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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