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행정 모르면 청구도 실수, 지역의사회 참여해 소통해야
“일 하기 좋은 환경 만들면 직원들이 알아서 병원 운영해줘”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져있는 경기도 오산에서 엘리베이터 1호 건물로 이름을 알린 곳이 있다. 경기도의사회장인 현병기 원장은 애플사의 사과처럼 ‘오산의 안과, 현 안과’라고 병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권 의사들의 권익을 책임지는 현 원장만의 특별한 병원 경영 전략은 ‘실력’ 그리고 ‘친밀함’이었다. 지역 특성상 노인 인구가 높아 따로 홍보는 하고 있지 않지만, 환자들과의 유대감이 현안과의 주 무기이다. 근무 간호사들이 20년간 현 원장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상호간 고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1993년 오산 최초 안과 개원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오산역에 내리면 서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곳곳에 새로 짓는 건물들이 보이지만 한산한 거리를 둘러보면 시골 읍내를 방문한 느낌이다. 지금은 각종 병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만 1993년 당시 안과라고는 현안과 밖에 없었다.

현병기 원장은 “수원 비행장에서 군의관으로 제대하고 진로를 탐색하던 중, 지인이 이곳(오산)에 안과가 없다고 추천해서 오게 됐다. 자리를 옮기지도 않고 20여년 간 이 자리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10년간 휴가 안가고 지역 환자 특성 맞춘 진료
“밤 굽는 의사로 소개해주세요 허허허.”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지만 원장실에서 밤을 구우며 기자를 맞이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오산 사람이었다. 그가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이용해 노인 질환 중 하나인 ‘백내장’ 진료를 강점으로 두었다.

그는 “기본 안과 진료부터 라식, 라섹도 하고 있지만 사실 라식, 라섹 시장은 서울로 다 옮겨갔다. 그마저도 병원이 너무 많아 산업이 붕괴되고 있다.”며 “원래 안과 수요는 노인이 많은 곳에서 매출이 난다.”고 말했다.

노인 환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하는 것도 현 원장의 노하우다. 현 원장은 “내가 올 때만 해도 여기는 읍이었다. 교육력, 경제력이 낮은 노인이 많이 사는 곳”이라며 “그분들에게 전문용어를 섞어 말하면 이해가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분들에게 농담도 건네고,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준다. 그러다보니 자주 보는 환자들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수술 부작용 때문에 10년간 휴가도 안 갔다.”면서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소명을 밝혔다. 그는 “노인들의 수술 부작용은 예측 불가하다. 하루만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겨서 (휴가를) 안 갔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경영 철학은 ‘원칙을 지켜라’이다. 음식점이 산에 있어도 맛이 있으면 가는 것처럼 병원은 결과가 좋으면 된다.”라며 “그런데 의사의 스킬, 의사의 인성을 제일 먼저 아는 사람은 환자다.”라고 강조했다.

질 높은 지원으로 직원관리하면 경영시스템 구축된다 
2층과 3층, 120평 규모로 수술실과 진료실을 쓰고 있는 현안과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도자기와 원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현 원장의 안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격을 떠나서 환자들이 혼자 앉기 편한 의자, 소파 등을 직접 검색해서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대리석으로 한 바닥재도 한 몫을 했다. 이에 현 원장은 “사실 이건(대리석) 의도한 것이 아닌데 인테리어 업체가 속여서 했다.”고 오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의사들은 인테리어 업체가 설명하는 거 잘 모른다. 설명 들을 시간도 없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계약을 하니 업체 측에서는 제일 비싼 제품을 소개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현 원장은 “그래서 직원 관리가 중요하다.”며 “사실 간호사, 사무직 직원들이 병원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면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잘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 안과에서 근무하는 6명의 직원들은 6년에서부터 20년까지 장기간 현 원장과 함께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병원 직원들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

면 충분히 지원을 해줘야 한다. 좋은 근무환경이 되어야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의 월급을 깎아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이다. 복지부도 의료정책 펴면서 수가 깎을 생각하는데, 쓴 만큼 결과가 나는 것”이라며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신바람 나게 일 할 수 있도록 복지 지원하고, 다른 곳보다 보너스도 많이 주고, 칭찬도 많이 하니 나보다 일도 잘한다. 믿고 맡길 수 있게 시스템이 됐다.”고 설명했다.

의사 위상은 의사가 만들어야
현 원장은 지역 의사회 참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행정을 모르면 청구 잘못하고, 황당함만 남는다.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알기 위해선 지역 의사회에 참여 자주해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러 문제들로 현재 국민들은 전문가 집단에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면서 “의사들이 앞장서서 현 의료계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사회와 소통해야 떨어진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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