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안내문 등 매개로 상담 주력, 부작용 꼭 확인
직접 만든 POP, 책자 제공…‘후배들 영역 확장 지지’ 부탁

“과포화된 개국가에 6년제 약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 지역과 밀착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는 계층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금 일찍 그 길을 닦아놓으려는 것뿐이죠.”

▲ 정 용 약사와 박상원 약사

건강권 향상을 위한 젊은 약사들의 모임인 ‘늘픔약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상원 약사는 약국을 운영하며 맞춤형방문보건사업과 세이프약국, 소녀돌봄약국사업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와 밀접한 약사상 정립’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8.5평의 작은 약국에서는 직역 확대를 위한 어떤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을까. 박 약사는 “상담을 끌어낼 수 있는 장치를 군데군데 설치해놓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상담시간과 대기시간, 집으로 돌아가서까지 누릴 수 있는 늘픔약국 만의 서비스를 공개했다.

상담할 때 반드시 물어보는 세 가지는?
늘픔약국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상담’이다.

▲ 박상원 약사는 상담할 때 필요한 질문들을 투약대 뒤에 플랜카드를 통해 게시해 놓고 있다.

2012년 개국 당시부터 약봉투나 영수증에 복약안내문을 인쇄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도 상담에 차별성을 두고자 했기 때문이다. 투약대 뒤편으로 ‘1. 현재 복용 중인 약이나 앓고 있는 질환 2. 복용 후 경험했던 불편한 증상과 알레르기 3. 따로 챙기는 영양제를 말씀해주세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 복용을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약사는 환자에게 복약안내문을 제시하면서 반드시 세 가지를 확인한다. 자주 오는 환자에게는‘약을 잘 먹고 있는지, 먹고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남은 약이 얼마 정도 있는지’가 그것이다. 이후 약을 받아간 날짜와 남은 약의 개수를 확인해서 얼마나 복용을 잊었는지를 확인시키고, 복약순응도가 낮은 경우 어떤 상황에서 깜빡하는지, 혹시 어떤 걱정이 있어서 복약을 미루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처음 오는 환자에게는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는지를 꼭 묻는다. 실제로 부작용을 예방하자는 목적도 있지만, 약국에서 약물 부작용을 관리한다는 것을 알리려는 시도이다.

박 약사는 “환자들이 부작용이 나타나면 병원이나 약을 바꾸려는 식으로 회피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꼭 그 약을 처방한 의사나 조제한 약사와 상담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며 “중요한 것은 ‘약사가 먼저 말을 거는 것’으로, 약사가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으면 환자들도 자연스럽게 입을 열게 된다.”고 덧붙였다.

긴 대기 시간 위한 다양한 아이템 ‘가득’
이처럼 다른 약국에 비해 상담 시간이 2~3배 정도 긴 덕분에 박 약사는 양면모니터와 질환별 책자, 제품 POP 등에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다. 긴 대기시간 동안 환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 늘픔약국에서는 긴 대기시간을 위해 양면모니터로 '증상과 영양소'에 대한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기석에는 직접 만든 책자를 비치하고 있다.

투약대에 설치된 양면모니터에는 박 약사가 직접 만든 ‘증상과 영양소 POP’가 돌아가고, 대기석 한편에는 뇌졸중과 위궤양, 폐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자가 비치되어 있다. 이 또한 박 약사가 직접 만든 것인데, 늘픔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주로 앓고 있는 질환을 중심으로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제품 POP는 가능하면 쉬운 말로 만들되, 효능과 함께 반드시 가격을 표시한다. 파스 진열대에 ‘가장 넓은 파스, 부착이 편리한 일체형/ 5매 3,000원’‘한방생약 함유 파스, 만성통증에 탁월/6매 3,000원’과 같은 식이다. 박 약사는 POP를 만들 때, 약사를 만나기 전에 환자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 투약대에 설치되어 있는 '여행상비약 안내 POP'

투약대 바닥에 부착되어 있는 ‘여행상비약 POP’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행 준비물로 챙겨야 할 약 목록을 사진과 함께 제시해놓으면, 관심 있는 환자들이 필요한 것을 지목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환자 돌아가도 ‘집으로, 전화로’ 만나
환자들이 집에 돌아간 뒤에도 늘픔약국의 서비스는 멈추지 않는다.

▲ 늘픔약국에서는 복약스티커에 전화번호를 함께 기재해 환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화 상담인데, ‘1일 3회 2정’과 같이 복용법을 적은 스티커 하단에 약국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상담 마지막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얘기해두면 환자들이 급할 때 약국으로 전화를 걸어온다.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맞춤형방문보건사업’역시 늘픔약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택에 방문해 남은 약과 보관 상태를 점검해주는 사업인데, 약사가 직접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다.

박 약사는 “예전에는 약에 국한된 얘기만 했다면, 이제는 운동방법, 의료기관 선정, 식재료 구입까지 같이 고민하면서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수준이 됐다.”며 “단순히 약을 매개로만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통합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이 사업과는 별개로 조만간 약대생들과 함께 이러한 활동을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좋은 약사 지키기 위해 실력 있는 약국장 필요
박 약사는 올해 만29세가 된 젊은 약국장이지만 어느덧 개국 5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제야 단골도 어느 정도 확보됐고, 약국 경영도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는 박 약사는 개국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약사와 약국장을 별개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복약지도를 열심히 하고 친절한 ‘좋은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약국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이어 6년제 약사들의 경우 공부도 많이 하고 정보가 많아 갖고 있는 에너지가 상당하다며, 선배들에게도 후배들의 가능성을 믿고 영역 확장에 대해 많은 지지를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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