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학과 반대만 말고 수요 파악 못한 현실 반성해야
평생직장 할 만큼 약국 다양해져야 세대 넘어 발전 가능

한국약학교육협의회와 성균관대학교가 지난 1월 25일 ‘미래약사 직능개발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캐나다와 일본의 사례를 통해 미래 약사직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이재현 약교협 미래약사직능위원장은 “향후 미래약사직능은 약사의 전문성 강화와 지역건강전문가로서 직역 확대라는 두 가지 방향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약사를 키워내는 교육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재현 약교협 미래약사직능위원장은 “향후 미래약사직능은 약사의 전문성 강화와 지역건강전문가로서 직역 확대라는 두 가지 방향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약사를 키워내는 교육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분업 시행 장본인으로 약사 직능 고민 이어와
이재현 교수는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의약분업 담당 사무관으로 실질적으로 분업을 설계하고 시작한 장본인이다. 1997년부터 담당 사무관으로 활동했던 그는 의료계에서 ‘의약분업 오적(五敵)’ 중 한명으로 불리는 오명을 견뎌내며 대한민국 보건의료계의 한 획을 그었다.

직전까지 국립나주병원 약제과장으로 근무하던 그가 의약분업 담당 사무관이 된 데에는 평소 ‘약사의 직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보건사회부로 출근하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의약분업 모델을 머릿속으로 완성한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를 ‘이해당사자와 국민들의 공감대가 완전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행정적이고 기술적인 준비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플레이어들의 생각을 충분히 조정하지 못했다는 것. 이 교수는 “의약분업은 그동안 정부의 방임 아래 일차보건의료인의 역할까지 해야 했던 약사들을 의료보험제도 안으로 포함시킨 사건”이라며 "의료자원을 균형 있게 효율적으로 쓰기위해서 의약분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복지부를 나온 그는 약무행정가 중 최초로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자문위원으로 11년간 근무하다 지난 2012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한국약학교육협의회 미래약사직능위원장으로 ‘약사의 직능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서 필요한 교육해야’…제약산업 인재 육성 강조
이번 토론회는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사회 변화에 맞는 약대생을 배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 한국약학교육협의회와 성균관대학교가 지난 1월 25일 ‘미래약사 직능개발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현 교수는 이날 좌장을 맡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강민구 교수(우석대학교 약학대학)는 “약사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이냐 하는 우려에 ‘약사가 사회에 이것을 제공할 수 있다’라는 답이 아니라 ‘사회가 약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며 “변화하는 미래에 맞는 약학교육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법규와 교과가정, 약사 업무가 함께 업데이트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특히 그는 국가의 기간산업이 될 제약산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제약사들이 약대 졸업생들을 고용해도 막상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약학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 재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때문에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제약산업학과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그도 규제과학 전문가로 제약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6년제 개편에 맞게 직업교육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약학도가 아닌 약사라는 직업인을 배출하기 위해 보다 실무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6년제 개편과 함께 임상적이고 사회친화적인 교육이 도입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4년제 교육에 2년을 연장하는 형태로 변화했지, 4년제 교육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운 교육의 틀을 짜지 못했다”며 “이른바 ‘보수’라고 표현될 수 있는 학문집단이 여전히 남아 있고, 학교에서도 임상교수들이 SCI급 논문을 내지 못하니 충원하지 않는 악순환이 겹치면서 새 판을 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육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전문성 강화와 취급 범위 확대라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의약분업이 당초 의사와 약사의 협업을 위해 시행된 만큼 약에 대한 전문가로서 보다 많은 전문지식을 공부할 필요가 있고, 혈당·혈압 관리나 비만 관리 등 지역건강관리자로서 취급 분야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래 약사 직능은 양자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고, 교육 역시 같은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재 상황으로는 약대 교육 개편에 한계가 있다고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현재 약대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
일례로 제약학과, 제약산업학과 등 약대 유사학과 신설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약대에서 먼저 현실에 맞는 교육을 하지 못한 것에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이라는 전제 아래, 사회에서 필요로 한다면 약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소매점 얼마나 발전했는지 직시해야’
이 교수는 개국 약사들에게도 “가진 것을 내려놓고 변화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양화된 약국의 모델이 필요하지만 개인약국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실력 있는 젊은 약사들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약국 모델을 제시해야 개국가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영과 관리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인약국이 도입되면 동네 약국이 모두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개국약사들도 우리나라 소매점 문화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약국도 하나의 산업인 만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포장 단위를 다양화 해 포 단위 조제를 지양하고, 약국 보조원 문제도 수면 위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변질을 막기 위해 포장해 놓은 의약품을 굳이 포 단위로 조제하는 일이 얼마나 우둔한 짓인가”라며 “또 의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의료기사와 간호사 등 보조 인력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약사들도 자존감 넘치는 직역 확대를 위해서는 약사를 도와주는 입체적인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소 수위가 높은 발언을 이어간 이 교수는 “로펌에서 근무하다 교편을 잡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정년까지 약사로서의 소신을 현실에 관철시켜보자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신 있는 학자로, 약사로, 약학도로 약사 직능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교육이 바로 그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프로필>

1958년 서울 출생
1981년 서울대학교 졸업
198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前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
 김앤장법률사무소 전문위원
現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의약품규제과학센터장
 한국약학교육협의회 미래약사직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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