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음악 등 집중력, 기억력 향상시켜 인지기능 활성화
분당서울대병원 한지원 교수 노인독서 비약물치료법 개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다. 곧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인구의 14%가 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더욱이 100세 이상 고령자 수가 5년 만에 72% 이상 급증하면서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노인의 주요 질환 중 하나인 치매 환자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병원 진료를 받은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11년 대비 55.8% 가량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2025년에는 100만, 2043년에는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치매 치료제의 효과는 아직은 보존적인 수준이다. 특히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약사의 경우 심각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치매를 조기에 관리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독서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해력이 높을수록 기억력 및 인지 능력이 높게 유지되는데, 독서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책·신문 읽기, 인지영역 단련에 도움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한지원 교수는 종이책과 신문, 음악 등을 이용한 ‘비약물치료요법’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총 64명의 지역사회 거주 경도치매 혹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주 3회, 총 8주간 치료를 시행한 결과 이 중 32명은 전반적 인지기능에서 유의한 호전을 보였으며, 우울 등의 문제행동 또한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원 교수는 “해당 프로그램 중 '인지훈련치료'와 '회상치료'라는 요소가 있는데, 이 치료에는 책과 신문을 활용한 훈련이 있다.”며 “실제 외래에서는 환자분들에게 치매 예방 및 진행 지연을 위해 독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서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이유에 대해 한지원 교수는 ▲집중력 ▲기억력 ▲언어능력 ▲실행기능 등 다양한 인지영역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책이나 신문을 읽는 것은 기본적으로 집중이 되어야 가능한데, 그 자체가 집중력 훈련이 될 수 있다. 또 책이나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앞의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어야 문맥에 맞게 줄거리와 핵심을 파악하게 된다. 기억이 안나면 다시 되돌아가서 찾아서 읽고, 다시 기억해서 그 다음을 읽는 일련의 과정들이 기억력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책을 읽고 문장을 계속 되새기는 과정은 언어 능력의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며 “책이나 신문 모두 상황들을 머리속에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파악을 해야 진도가 나간다. 이렇게 문맥을 파악하고 내용을 머리속에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전두엽의 실행 기능이 잘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론적으로는 책이나 신문이나 읽고 나서 그 내용을 요약해서 기록을 해두는 것이 실행 기능 향상에는 더욱 좋다.”고 덧붙였다. 

신문을 이용한 뇌 훈련법도 존재한다. 중앙치매센터에서 개발한 '두근두근 뇌운동' 프로그램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온몸의 근육을 단련하듯, 매일 신문에 실린 기사나 날씨, 오늘의 운세 등을 이용해 두뇌의 인지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노화나 치매로 인해 쉽게 손상될 수 있는 기억력, 지남력(위치나 시간,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판단력, 집중력, 억제력, 계산력, 시공간능력, 언어능력 등의 인지기능을 훈련하도록 설계됐다.

인지 보유고, 치매 발생 시기 늦춰…꾸준히 책 읽으면 되
한지원 교수는 “독서를 통해 인지 기능을 유지한다면 실제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지 보유고(cognitive reserve)라는 개념이 있다. 인지 보유고가 큰 사람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같은 치매의 병리가 뇌에서 시작이 되어도, 인지 기능이 바로 악화되지 않고 어느 정도 유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똑같은 문제가 뇌 안에 발생했더라도 인지 보유고가 큰 사람은 훨씬 더 나중에 치매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치매 예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교수는 “인지 보유고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를 비롯한 활발한 지적 활동, 학습 활동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노인이 된 상태에서 대학의 전공 수업을 받은 분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시는 노인 분보다 인지 기능이 더 잘 보존된다는 연구 결과,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사회에 치매 예방 혹은 인지 기능 유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독서를 포함한) 꾸준한 공부와 꾸준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연구들은 실제로 공부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인지 기능을 추적해서 어떤 그룹의 인지 기능이 더 잘 유지되는지, 혹은 머리 MRI 사진을 찍어서 어떤 그룹이 더 뇌가 안 줄어들고 잘 유지되는지 하는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공부와 운동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읽기 힘들어도 스트레스는 금물, 틈날 때마다 읽어야
한지원 교수는 “노화의 과정에서 독서를 하면 기억력이 젊었을 때보다는 좋지 않기 때문에 앞의 내용을 기억하기 어려워 자꾸 앞으로 돌아가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독서법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노화에 따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힘이 든다.”며“내용이 복잡하고 등장인물이 많으면 예전처럼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력 및 안과 질환도 노인의 독서를 방해하는 요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집중이 가능한 시간만큼 읽고, 대신 틈나는 대로 자주 펴보는 것이 좋다.”며 “앞의 내용을 요약해놓고, 다음에 책보기 전에 요약본을 먼저 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기억이 안 나서 앞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보는 과정 자체를(그 과정 자체를 뇌운동이라 생각하고) 즐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