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흥 약사(경기도 안산시 백제약국)

위장염, 관절통, 감기 등에 효과 ‘만병통치약’
‘소화기능-박하후박탕, 혈허-당귀작약산’ 효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약들이 있습니다. 약국에서는 과거와 달리 직접 제조가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적응증을 가진 약을 발견하는 것이 약국을 경영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비타민D도 골밀도 증가의 기능만 알려졌을 때는 골다공증과 뼈의 건강에만 추천을 하였지만 다양한 임상적응증이 알려지고 난 뒤에 약국의 효자품목이 되었던 것처럼 다양한 적응증을 가진 제품을 발견하고 여러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약국 매출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제품 중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오적산이 있습니다. 寒,痰,食,氣,血의 積을 없앤다 하여 오적산이라고 불리는데 그 적응증을 보면, 위장염, 허리통증, 신경통, 관절통, 월경통, 두통, 냉증, 갱년기의 장애, 감기1)와 같이 만병통치약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만약 처음 오적산을 접하는 약사라면 이 광범한 설명에 의심이 들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고, 적어도 위장염과 관절통에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의아함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현대 약물학을 공부한 우리에게 위장염과 관절통이 동시에 개선된다는 내용은 분명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오적산은 쉽게 판매가 가능한 형태로 생산되고 있지 않거나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제약회사도 있는 그런 처방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사들의 임상 스펙트럼을 엄청나게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매출 증진에도 도움이 될 약이기 때문에 이번 화에서는 오적산을 한 번 꼼꼼히 살펴볼까 합니다.

1. 오적산
당귀, 천궁, 작약, 창출, 후박, 진피, 반하, 백지, 지실, 길경, 건강, 계지, 마황, 감초, 생강, 대추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16가지로 구성된 약이지요. 오적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적산은 다섯 가지 積(적체됨)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처방입니다.

寒적, 痰적, 食적, 氣적, 血적의 다섯 積을 제거하는데 사용이 되는데요. 그 처방 구성을 보면 반하후박탕, 평위산, 사물탕, 당귀작약산, 이진탕, 영계출감탕의 의미가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발한제로 창출, 마황, 계지, 생강이 있고, 건위제로 후박, 진피, 반하, 건강, 백복령, 백지, 감초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적은 길경지실탕과 반하후박탕의 의미로 풀어내고, 혈적은 사물탕과 당귀작약산의 의미로 풀어내며, 식적은 평위산의 의미로, 한적은 계지탕의 의미로, 담적은 이진탕의 의미로 풀어내는 처방입니다.2)

이렇게 오적산은 氣,血,食,寒,痰의 순환불리로 생기는 적체를 모두 다스리는 처방으로 다섯 가지 적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각종 동통완화제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그 처방의 면면을 한 번 살펴봐야겠지요?

1) 반하후박탕
반하후박탕은 반하, 후박, 복령, 생강, 소엽으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목에 무엇인가가 계속 걸리고 막힌 느낌(梅核氣)을 없애는 처방으로 알려져 있지요. 반하는 담을 제거하는 기능을 하고 복령은 이수작용을 합니다. 소엽의 rosmarinic acid와 caffeic acid가 항불안 작용과 항우울 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아 담음이 정체된데 쓰이는 약으로 스트레스성 질환에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처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기력하고 안색이 창백하며 맥이 약한 예민한 사람에게 좋고 건강염려증, 매핵기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시호탕이나 마황탕 갈근탕, 계지탕 등과 합방해서 사용할 때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처방입니다.

2) 평위산
평위산은 창출, 진피, 후박, 감초, 생강, 대추로 구성된 처방입니다.

평위산은 燥濕建碑, 和中除滿하는 대표적인 소화기계의 실증처방입니다. 창출은 위장내의 수독을 다스리고 조직의 수분을 흡수하며, 후박은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노폐물을 배설시켜 脹滿1)1) 창만: 복강안에 액체가 괴어 배가 불러오는 상태를 다스리고, 진피는 창출, 후박의 작용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위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理氣行痰 작용을 가지고 있고, 감초는 소화흡수를 도우면서 위장기능을 조정하며 다른 약물들을 조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음식이 소화되지 못하고 위장관에 정체되어 있으면 속은 답답하고 소화부족의 상태가 되며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게 됩니다. 또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위장관에 습이 차게 되고 이는 곧 담으로 발전하게 되지요. 진피는 위장에 뭉친 음식의 움직임을 좋게 약간 흩뜨려 놓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후박은 뭉친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가게 해주는 것이죠. 따라서 평위산은 위장기능이 좋지 않아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상태를 개선함으로써 담이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3) 이진탕
이진탕은 반하, 진피, 복령, 감초, 생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담음과 모든 담의 통치방입니다. 담이라는 것은 비위의 기능이 떨어져서 습이 생기고 이 습이 담이 된다고 하는데 가래와 같이 우리 눈에 보이는 유형의 담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일컫는 ‘담결린다’고 말하는 담 역시 무형의 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습담이 몸의 기육에 정체되면 몸이 무겁고 힘든 상태가 되는데 이 담음이 위장관에서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처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반하는 구역질을 멈추고 위장관의 담(정체된 수분)을 제거하는 기능을 하고, 복령은 이수작용을 도와 위장관과 기육에 정체된 수분을 제거하는 기능을 하며 생강, 감초, 진피는 위장관의 기능을 도와 담이 잘 생성되지 않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보여 집니다.

이진탕은 담이 아직은 위장관에 정체되어 있는 증상에 쓰는 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구토, 오심, 현운, 위내정수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4) 영계출감탕
처방명에서 알 수 있듯이 복령, 계지, 백출, 감초로 이루어져 있는 약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위장관을 통해 흡수가 되고 흡수된 물은 전신을 순환하며 영양의 공급을 돕고,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물의 흡수와 분포 배설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대부분 찬 음료를 많이 마시거나 과로 등으로 위장기능이 떨어졌을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타고난 비위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도 이런 문제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계출감탕은 과도하게 유입된 수분이 담의 형태가 되어 순환을 방해하는 것을 치료합니다.

위장이 정상적으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변불리가 수반되고, 입술이 마르는 정도의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수분이 혈액에 정상적으로 공급이 되지 않고 담이 혈액의 순환을 방해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영계출감탕은 상기증을 개선시킬 수 있는데, 이는 담음이 혈액순환을 방해함으로써 심폐기능을 떨어뜨림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느낌을 호소하게 됩니다. 또 머리쪽으로 향하는 혈액의 순환을 방해함으로 인해 머리가 멍해지거나 두통이 오는 증상과, 몸의 위치를 바꿀 때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체위성 현운(기립성 현운, 머리를 돌릴 때 심해지는 어지럼증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담음은 내이의 순환장애를 유발시켜 이명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꼼꼼히 공부할 필요가 있는 처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사물탕
당귀, 작약, 천궁, 숙지황으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혈액과 관련된 처방의 가장 기본방으로 단일로 사용되기 보다는 여러 처방에 합방되어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워낙 그 사용 빈도가 높아서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처방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물탕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한방에서 혈액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숙지황은 生精塡髓(생정전수)라 하여 혈액을 만들어 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지황을 가공할 때 생성되는 5-hydroxymethyl-2-furaldehyde는 지황 가공 중에 saccharine에 의해 생성되는데, 이성분이 헤모글로빈에 결합하게 되면 정상 적혈구나 sickle cell 모두 헤모글로빈의 산소 친화력이 증가하게 된다고 합니다.3)

피를 만드는 기능과 함께 피의 질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요.

당귀는 補血活血하는 기능을 하는데 혈액의 보충과 더불어 혈액이 잘 순환되도록 합니다. 당귀 추출물은 적혈구의 응집 속도를 감소시키고 적혈구의 변형능 감소를 억제하며(유동적이게 하며) 삼투압으로 인한 용혈을 현저하게 감소시켜서 혈구의 이동을 원활하게 합니다. 또한 관상동맥의 저항을 감소시키고 순환량을 증가시키며 경동맥의 비후를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결국 혈구의 질과 순환에 있어 당귀는 아주 중요한 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천궁은 破宿血, 養新血하니 혈액을 조직까지 공급시켜 주는 역할을 하면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좋은 혈액을 그 조직에 공급해 주는 작용을 합니다.

천궁은 혈장에서 PT time(프로트롬빈 time)를 연장시켜 혈액의 응고를 억제한다고 합니다. 또한 혈관평활근의 자발적 수축과 Ca²+ 진폭을 용량의존적으로 억제함으로써 혈관을 확장시킵니다.4)

따라서 천궁은 혈액이 뭉치지 않도록 하고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고 이해하면 좋겠지요.

마지막으로 작약은 혈관을 튼튼하게 해서 천궁, 당귀, 숙지황 등으로 생성된 양질의 혈액이 잘 공급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혈관을 확장하고 동맥경화를 억제하고 혈압상승효과를 가짐으로써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합니다.5)

이로써 사물탕은 혈액의 공급이 잘 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질환에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염증이나 통증 등이 그 치료목적이 될 수 있습니다.

6) 당귀작약산
당귀작약산은 당귀, 작약, 복령, 백출, 택사, 천궁으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사물탕과 오령산의 합방의 의미를 가진 처방으로 체질 감별 없이 혈허에 유효한 처방입니다.

이런 당귀작약산을 응용할 수 있는 증상을 정리하자면 1)혈허로 인해 입술, 혀, 안검, 손, 발톱이 파리해지는 경우와 2) 수독으로 인해 위내정수, 振水音이 있으면서 아침에 잘 붓는 경우, 3) 현운 4)어깨가 무거운증상 5) 낮에 피로감이 심하고 6) 눈이 침침한 경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혈장량은 많고 혈구가 부족하다면 심한 빈혈이 초래되겠죠? 결국 당귀작약산은 담음으로 인한 혈액의 질 저하와 혈구 자체의 부족으로 인한 빈혈과 부종 무기력감 등을 개선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되는 처방으로 철분제와 동시에 사용하면 아주 빠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는 처방입니다. 만성 재발성 빈혈에도 아주 좋은 약이지요.

2. 오적산의 활용
이렇게 오적산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처방들을 확인해 봤는데요. 오적산을 이해하려다 보니 담의 생성원리와 그 병증의 진행 방향을 이해하는 쪽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소화기능의 저하와 그로 인한 담의 생성 그리고 그 담으로 인한 병증의 발생과 어혈로 인한 병에 대한 모든 부분에 오적산이 쓰일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적산은 소화기능이 나쁘고 몸이 잘 붓고 아프며 근육통이 잦고 어지럼증이 있는 등 컨디션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몸이 무겁고, 담이 있으며 쉽게 살이 찌는 사람에게는 다이어트의 목적으로도 쓸 수 있고, 관절 등이 잘 붓는 사람에게 소염제와 더불어 쓸 수 있으며, 통풍 환자에게도 응용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감기 몸살이 오래되어 몸이 무겁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도 줄 수 있고, 소화기능이 나쁜 빈혈환자에게도 응용할 수 있겠지요. 또한 어지럼증 현운 등의 증상에도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담병이라는 것이 칼로 자르듯 한 가지 증상만 딱 떨어지게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적산을 잘만 이해한다면 응용할 바는 매우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오적산은 어혈과 담병의 전반에 다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처방입니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약을 사용하다 보면 응용할 수 있는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약사님들이 자세히 공부하고 곱씹어서 이 처방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한국신약 선치원(오적산 하우치)에 적힌 적응증임
2) 임상방제학강좌, 노영범, 대성의학사
3) 한방약리학, 한방약리학 편찬위원회 저. 신일북스
4) 한방약리학, 한방약리학 편찬위원회 저. 신일북스
5) 한방약리학, 한방약리학 편찬위원회 저. 신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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