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복약지도 원칙에 약력관리, 생활습관까지 책임
품목 다양화하고 대기석 매대 방향 배치 등 시선 잡아

문전약국 임에도 드럭스토어를 표방하며 만성질환자들의 약력관리와 부작용 보고까지 책임지는 약국이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앞에 위치한 1번약국이 그 주인공.

▲ 1번약국은 고대구로병원 앞 문전약국이지만, 근처에 재래시장이 위치하고 있어 상담을 위해 약국을 찾는 환자들도 많다.

정동만 대표 약사는 “1번약국은 문전약국이지만 정문과 거리가 좀 있고, 근처에 시장도 있어서 처방과 매약 비율이 거의 반반 정도”라며 “개국할 때부터 약국이 ‘토탈 헬스케어’가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확한 조제와 복약지도는 물론 질 높은 상담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주력했다”고 소개했다.
 
“흥미 유발 장치 최대한 많이 마련”
1번약국의 주요 내방객은 만성질환자들이다. 대학병원에서 오는 처방전도 있지만 근처에 시장이 있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인환자들도 많은 편. 게다가 지역적 특성상 외국인도 많다. 일평균 처방건수는 100~120건, 일반약 내방환자는 200명 정도다.

‘토탈 헬스케어’를 꿈꿨던 정 약사는 이런 이유 때문에 품목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심장·당뇨질환자들이 많아 기본적인 영양제를 갖추는 것은 물론, 폼클렌징과 약국 화장품까지 갖춰 환자들의 선택권을 높이고 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는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보다는 서비스적인 성격이 강하다.

▲ 대기석을 투악대가 아닌 매대를 향해 배치해 환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대기석 사이에 공간을 활용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품목도 다양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공간 활용이다.
1번약국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특이하게도 대기석이 투약대 방향이 아닌 진열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대기 시간 동안 환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또 대기석 사이에 매대를 설치해 소량의 제품을 진열함으로써 비교적 편안하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1번약국만의 아이템이다.

▲ 진열을 할 때는 품목별로 여러 제품을 구비해 두고 있다. 또 플랜카드를 통해 약사에게 물어볼 거리를 만들어 준다.

여기에 품목별로 다양한 제품을 진열하는 것은 물론, 각종 POP와 플랜카드를 설치해 환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투약대와 일반의약품, 건기식 매대에 설치되어 있는 플랜카드는 질환별 추천 영양제와 평균적인 가격대까지 적어둬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품을 진열을 할 때는 품목별로 묶는 편인데, 제품별 특장점을 설명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간장약 코너를 따로 마련해 여러 제품을 진열해놓고,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 지역 특성상 힘든 일을 하는 외국인이 많아 파스와 손목보호대 매대에는 중국어로 된 POP를 부착했다.

정 약사는 “환자들이 필요한 것은 미리 생각하고 오기도 하지만, 대기 시간동안 여러 제품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놓으면 처방약을 탈 때 자연스럽게 관련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라며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봉투에 효능만 적어줘도 순응도 높아져
복약상담에 정 약사가 쏟는 노력도 특별하다. 1번약국에서는 복약상담에서도 효능만을 알려주기보다는 부작용과 약물상호작용, 복약순응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 개국 초기부터 사용해온 복약지도 스티커

때문에 구두 복약지도로는 한계가 있어 개국 초기부터 복약지도문과 생활관리지침을 출력해서 제공해왔고, 복약스티커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평균적으로 5분 이상을 상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놓고 있다.

▲ 정동만 약사는 약 봉투에 어떤 약인지 효능을 적어주는 것만으로 순응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만의 복약상담 팁은 무엇일까. 정 약사는 고령 환자의 경우, 약봉투에 효능을 적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시메티딘이 처방된 경우 네임펜으로 ‘위장약’이라고 써주는 식이다. 고령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많은데다 약봉투에 인쇄되는 복약지도문은 글자가 작고 말 자체도 어려워 대부분 주의 깊게 보지 않기 때문. 정 약사는 “거창한 것이 아닌데도 환자들이 먼저 ‘이 약국은 무슨 약인지 적어줘서 좋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와 나를 동일시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해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부작용 관리 궤도 안착, 처음 몇 달은 신경 써야
부작용 보고에 참여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번약국에서는 고대구로병원과 대한약사회 두 곳에 부작용 보고를 하고 있는데, 2012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일평균 4~5건씩 보고할 정도로 열심히 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보다는 감소한 모양새이다. 어느 정도 환자들의 부작용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 정 약사는 “처음 부작용 보고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보고하면서 나도 공부하게 되고, 처방을 바꾸며 환자들의 부작용을 관리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들에게도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게 됐고, 이제는 신규 환자들만 보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약사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적고 어느 순간부터 데이터만 쌓아주고 있다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정 약사는 덧붙였다.

하지만 정 약사는 “로컬의 경우에도 근처 처방이 비슷한 패턴이기 때문에 처음 몇 달 동안은 반드시 부작용 관리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영수증 붙이는 ‘약수첩’ 배포 계획
정 약사는 올해부터 보다 정확한 약력관리를 위해 ‘약수첩’도 배포할 계획이다. 약 이름이 함께 인쇄되는 영수증을 수첩에 붙여서 병원에 갈 때 그 수첩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정동만 약사는 빠른 시일 내에 여러 병원을 다니는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약이름이 인쇄된 영수증을 붙이는 ‘약수첩’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약사들의 일이 많아지긴 하겠지만, 모든 환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복투약 등 관리가 안 되는 환자들만 대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며 “여러 병원을 다니는 환자를 대상으로 수첩이든 노트든 형식에 상관없이 시작해볼 계획”이라고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서 잠깐! 1번 약국 일반약 판매 추이 변화 분석
1번약국에서는 개국 초부터 POS를 사용해 일반약과 전문약 모든 제품에 대해 매일 입출고를 확인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일반약 판매추이도 분석하곤 하는데, 최근에 설을 앞두고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소비패턴의 변화를 감지해낼 수 있었다.

예전에는 포장단위가 커도 낮은 판매가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소량으로 구매해 몸에 맞으면 더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 또 약력관리 기간이 길수록 광고 품목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정 약사는 “일반적으로 설이나 추석에 오메가 3나 칼슘, 종합영양제 등 선물용 제품이 많이 나가겠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POS를 사용해 다각도로 분석해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경영자로서 적극적인 개입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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