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태석 팀장(삼성생명 헤리티지센터)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폐지, 이민자 주식에 양도세 부과
주택 상속 시 최대 5억원 공제, 후순위 상속인 부담 높아져

흔히 사람들은 불의는 용서해도 불이익은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매년 개정되는 세법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상속은 특성상 시기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법 개정 내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2016년 세법 개정안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세법 개정안에서 꼭 알아 두어야 하는 상속·증여 관련 체크포인트를 점검해보자.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28일 ‘2016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통상 정책성이 강한 세법은 여론의 향방에 따라 개정 방향이 요동치는 만큼 올해도 이목이 집중됐다. 그중 매해 ‘부자 봐주기 식’ 논란으로 시끄러운 상속 및 증여세 분야도 일부 손질돼 눈길을 끌었다.

다만 올해 상속·증여세제 개정안은 별다른 이슈 없이 단순히 법령 미비 사항을 보완하거나 불합리한 법령을 합리적으로 소폭 손보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전투에 잘 준비한 자는 절반은 이긴 것”이라는 「돈키호테」의 한 구절처럼 복잡한 상속·증여세 퍼즐을 맞추기 위해 시시각각 변하는 세법 개정안 체크는 필요하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 상속·증여 관련 규정을 정리했다.

■ 법인, 가업용 주식재산 처분 규제 풀린다
연 매출이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의 오너 A씨는 최근 상속세 문제로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당장 내년이면 여든에 접어드는 그는 기업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는 비단 A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세계 1위 손톱깎이 기업 쓰리세븐이나 국내 종자업계 1위 농우바이오 등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상속세를 내지 못해 회사를 매각해야 했던 아픈 전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만만치 않다.

가업승계란 창업자 또는 경영자가 가업의 소유권과 함께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속세율이 최대 5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은 가업승계의 저해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란 10년 이상 경영한 연 매출 30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상속재산 중 최대 200억 원, 15년 이상은 최대 300억 원, 20년 이상은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렇지만 여전히 재계를 중심으로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과 세제 혜택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곧 제기되는 등 관련 법 개정 여부에 이목이 집중돼 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이번 개정안에서도 직접적으로 세제를 줄이는 방안보다는 일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던 부분을 손질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이번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 중 법인의 경우, 상속공제 대상이 주식이므로 가업용 자산의 처분을 제한하는 사후관리 규정을 폐지했다. 가업상속재산 처분 시 상속세 추징과 관련해 법인 기업 추징 요건에서 ‘가업용 자산의 20%(5년 이내 10%) 이상 처분’ 부분이 삭제된 것이다. 가업상속재산으로 주식을 증여하는 법인에 적용되는 사후관리 요건이 개인사업자와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법인의 상속재산이 주식일 때, 주식에 대해 사후 관리하도록 손질했다.

단, 법인 기업이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업종 유지와 고용 유지 의무는 지켜야 한다. 또한 가업상속공제 대상 범위를 ‘중견기업의 범위’에서 ‘조세특례제한법상 중견기업’으로 개정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개인 기업과 법인 기업 간 가업상속재산가액의 형평성을 위해 개인 가업의 가업상속공제액을 계산할 때 가업상속재산가액을 현행 ‘가업에 직접 사용되는 토지, 건축물, 기계장치 등 사업용 자산의 가액’에서 ‘사업용 자산가액에서 사업용 부채가액을 뺀 순자산가액’으로 개정했다.

■ 이민자, 국내 주식에 양도세 부과 추진
이민자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처음 도입된 ‘국외전출세’가 골자다. 국외전출세는 국내 거주자(대주주에 한정)가 이민 등 국외로 나가 비거주자가 되는 경우 국외 전출일에 국내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2018년 1월부터 시행된다. 현행 규정상 대주주에게만 부과되는 주식양도차익세는 거주지 국가만 과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는 2018년부터는 해외 이주 시점을 기준으로 주가를 매겨 소득이 발생할 경우 부과할 방침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해외 거주자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국외로 거처를 옮기는 시점에 자산 평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거나 운영 중이다. 다만, 정부는 국외전출세를 납부한 뒤 해외에서 실제로 주식을 팔아 거주지 국가에 세금을 내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어 이 중 일정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세금이 부과돼도 납세담보를 설정하거나 납세관리인을 지정하면 5년간 납부를 유예할 수 있고, 5년 이내 다시 국내로 전입하면 낸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정부는 우선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국외전출세를 적용하되, 시행 결과를 보고 상속·증여세 등으로 과세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비거주자가 거주자로부터 증여받은 국외 예금·적금 등 해외 금융재산과 국내 소재 재산을 50% 이상 보유한 외국 법인의 주식을 증여받은 경우 수증자인 비거주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증여자인 거주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 부모·자녀 동거주택 상속공제 셈법 바뀌어
부모와 10년 이상 동거한 무주택 자녀가 부모로부터 집을 상속받을 때 적용되는 공제율 셈법도 바뀔 전망이다. 현행 상속공제법은 자녀가 10년 이상 한 주택에서 동거한 뒤 상속받을 경우 주택가액의 80%를 공제 한도 5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동거 기간 중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기간은 제외된다. 상속개시일 당시 자녀가 무주택자인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금 등 채무액은 상속재산가액에서 제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거주택 상속공제에는 이런 계산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상속주택가액에서 해당 자산에 담보된 채무액을 차감한 후 80%의 상속공제율을 곱한 금액을 최대 5억 원까지 공제하는 내용으로 세법을 개정한다.

예를 들어 2억 원의 담보대출이 있는 7억 원짜리 동거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상속주택가액 7억 원에 80%를 곱한 금액은 5억6000만 원이지만, 공제 한도가 5억 원이므로 5억 원을 공제 받을 수 있다. 초과된 6000만 원에 대한 공제는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개정 세법이 적용된다면 담보된 채무 액수인 2억 원을 차감한 금액에서 80%를 공제하게 된다. 즉, 5억 원의 80%인 4억 원에 대한 공제가 이뤄지는 셈이다.
 
■ 후순위 상속인에 유증한 재산 공제배제
현재 상속공제 한도를 계산할 때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유증·사인증여(생전에 증여계약을 체결해 두고 그 효력이 증여자의 사망일부터 발생하는 증여)한 재산가액을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선순위 상속인이 아닌 후순위 상속인(자녀, 배우자를 제외한 자)인 손자나 형제, 자매에게 유증이나 사인증여를 한 경우 상속공제 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개정 세법에서는 공제 한도의 차감 항목을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유증·사인증여한 재산가액’을 ‘선순위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유증·사인증여한 재산가액’으로 변경해 후순위 상속인의 유증 등을 한 경우 상속공제 한도에서 배제하도록 해 세 부담을 높일 방침이다.

■ 기타 개정안
이 밖에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장애인이 직계비속과 친족으로부터 증여받은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 과세가액에 포함되지 않던 규정을 타인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다른 종류의 신탁에 재가입한 경우에도 증여세 추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 장애인에 대한 기부 활성화를 꾀했다.

아울러 공익법인이 출연 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또는 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규정과 관련해 공익법인의 회계기준에 따른 결산서류를 주무관청에 뿐만 아니라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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