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이 오는 2월 22일 제약협회 정기총회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이번 정기총회를 마지막으로 회장 직을 마무리 한다. 오늘 자리는 이임인사 겸하는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여서 아직 1년이 더 남은 상황.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이 선진제약의 단계에 접어들었고 최근 2~3년 들어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제가 처음에 제약협회에 왔을 때눈 정부의 기조가 약가인하에만 치우쳐 있어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기였는데, 최근 2~3년 간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는 등 정부와의 관계가 대화와 협력을 통한 발전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그야말로 어떻게 하면 제약산업을 잘 키우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평화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됐다. 또 새로운 시기가 온 만큼 제약협의 거버넌스 체제도 심층 검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상 임기가 끝날 때가 오면 여유가 없어 후임자 선정도 어렵다"며 "사실 제가 오래되기도 했다. 거의 6년 6개월 정도 됐나요?"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의 갑작스런 사임 발표에 이사장단이나 회원사와의 갈등 혹은 최순실 국정농단과의 연계성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회장은 웃음으로 답했다.

"제가 국정논단 사태와 연결되어 있을 만큼 큰 인물은 아니다"라며 웃음을 보인 그는 "조직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저와 회원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정리를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제약산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발전되는 모습이기 때문에 나도 마음이 편안하다. 그런 갈등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니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을 묻는 물음에는 불법리베이트 척결을 꼽았다. 불법리베이트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제약업계의 흐름 자체를 윤리경영으로 우회시켰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후임자의 요건으로는 '제약산업에 대한 애정'을 첫번째로 꼽았다. 또 아무래도 정부, 국회, 언론의 이해와 지지를 수월하게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 ICH와 PIC 가입을 완료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안목을 가진 분이 업계와 함께 뛸 수 있는 분일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제약협회는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이행명 이사장을 중심으로 이사장단이 여러 후보를 놓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자리가 길어질수록 제약산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제가 복지부 차관과 인제대학교 총장 등을 거쳤지만 제약협회의 일이 가장 힘들었다. 다른 곳은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었지만, 제약협회는 그런 것도 아니고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제약사를 운영하는 어느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제약산업을 키워가야겠다는 자세로 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저는 사실 복지부에서 약무정책과장을 할 때, 국내 제약업계가 한창 신약개발을 시작할 때였고, 저 역시 우리나라가 맨파워가 있으니 정부와 매칭만 잘 되면 글로벌 마켓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신약개발지원펀드 마련에도 애썼던 기억이 있다"며 "그 때는 제약협회에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2010년에 제약협회에 와서 애정을 갖고 일하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보람된 6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제가 2002년에 차관직에서 물러났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일만 해왔다"며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다시 새로운 분야로 가게될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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