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기본’ 진료로 환자 문전성시, 양심의사로 선정
학회 활동 등 통해 직원 관리 및 비용 절감 정보 공유

비급여 중심의 개원가가 밀집해 있는 강남구 역삼동에 ‘양심’있는 산부인과로 유명한 곳이 있다. 삐까뻔쩍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은혜산부인과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요즘 같은 시대에 미용 같은 비급여 시술을 하지 않으면 산부인과는 존폐 위기를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은혜산부인과는 ‘기본’적인 외래 진료만 한다. 그래서일까? 은혜산부인과 김애양 원장은 지난 2015년 7월 방영된 ‘SBS 스페셜, 병원의 고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양심의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요새는 ‘수필가’ 김애양으로 통한다. 그는 “책을 읽고, 쓰고 나서 부터 환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결국 환자와의 소통이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미용 시술 많은 강남서 ‘기본’ 진료로 승부
‘은혜산부인과’가 김 원장의 첫 개원은 아니다.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이후 수원의 한 병원에서 페이닥터로 경험을 쌓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강동구에서 개원 생활을 시작했고, 강남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IMF로 인해 의사 생활을 잠시 중단하다 1999년 강남구 역삼동 1번 출구에 개원한 것이 ‘은혜산부인과’다.

김 원장과 3명의 간호사만 있다보니 분만은 하지 않는다. 입원실 없이 진찰실, 회복실, 수술실, 주사실을 갖추고 있으며, 외래 진료만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임대료가 높기로 유명한 강남에서 미용 수술 없이 소액 진료만으로 운영을 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하지만 김 원장은 “레이저 수술 한 번 하면 천만원이란다. 하지만 그 기계는 1억도 넘을 것”이라며 “기계에 의존하면 기계 장수에게 휘둘릴 거고, 또 돈은 벌어도 보람은 없더라. 의사는 ‘아픈 곳 낫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주변에 미용 목적의 시술만 하는 산부인과가 생겨나니 정작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져 은혜산부인과에는 ‘득’이 됐다.

그는 “환자가 많이 와서 임대료도 내고, 직원 월급도 주고, 장비도 투자하고 그런거다”라며 강동구에서 개원했을 때부터 오던 환자와 딸, 그리고 양심 병원 방송을 보고 온 환자들도 많이 온다”고 밝혔다.

'독서' 취미로 환자 마음 헤아려
김애양 원장이 ‘양심의사’로 선정된 이유는 과잉진료를 지양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은혜산부인과에서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에요’라는 환자들의 말을 들으면 고마우면서도 씁쓸하다”며 “환자는 늘 불안하기 마련이고, 의사는 이를 이용해 돈을 벌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물론 검사를 다 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그 중에서는 진료비가 부담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진료 하나 하나가 소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면서 “환자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환자와 소통할 줄 알아야 신뢰를 얻는다”고 말했다.

개원 초기엔 김 원장도 환자를 대하는 것이 서툴렀다. 하지만 책을 읽고, 쓰면서부터 환자를 이해하게 됐다. 문학이라는 것이 ‘인간’의 불완전함을 말하고, 또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책을 읽다보니 남을 괴롭히거나 나쁜 생각을 가질 시간도 없어졌다고 한다.

김 원장은 “꼭 독서가 아니라 의사들이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들도 환자들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걸 풀 수 있어야 환자들을 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 이용해 직원 관리까지 직원 관리 또한 개원의들의 큰 고민이다. 하지만 김 원장에게 직원 문제는 “더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다” 뿐이다.

현재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중 1명은 10년동안 김 원장의 곁을 지켰다. 1명은 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간호사지만 김 원장과 시시콜콜 담소를 나눈다.

김 원장은 “간호사도 3D 직업이라 힘들다. 간호사들도 조건이 좋으면 화가 덜 날텐데”라며 “그래서 나는 근무시간 짧은 걸로 밀고 나간다.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이다”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의 직원 관리는 역시나 ‘소통’을 통해 이뤄졌다. 김 원장은 매일같이 도시락과 각종 주전부리를 준비해 간호사들과 함께 먹는다. 특히 점심시간은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여직원들이라 술도 안마시고 해서 점심시간이 유일한 소통의 창구이다”라며 “대화를 하면서 평화가 싹 트는 것 같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통해 임대료, 보험 청구 손실 최소화
강남구 일대에서 치솟지 않은 임대료는 찾아 보기 힘들지만, 은혜산부인과는 ‘지역 소통’으로 임대료 상승도 막았다. 은혜산부인과가 위치한 건물에 같이 입주해 있는 내과, 치과 원장과 함께 집세 평균을 알아보며 건물주와 거래를 한 것.

또 김 원장은 학회 참여를 통해 손해를 보는 보험 청구를 줄여 나갔다.

그는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보험청구 잘하기 길라잡이’ 카카오톡 그룹채팅이 만들어 졌다”라며 “동영상 수업도 하고, 궁금한건 물어보기도 한다. 고시된 대로 청구만 잘 하면 손해보는 일 없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청구하는 걸 배운적이 없기 때문에 개원의들이 불이익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학회 차원에서 잘 가르쳐주고, 정보도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김 원장은 강남구의사회 공보이사, 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빚 내서 망한 가게 많다. 실력으로 승부해야”
김 원장은 개원을 앞둔 후배들에게 ‘빚’내서 개원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빚을 갚으려고 환자에게 무리하게 진료를 하게 되면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 ‘치장’에 많은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는 “인테리어 업자들 중에 속이는 사람 많다”며 “인테리어 보다 자기의 실력으로 환자를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원칙대로 해야 한다. 강남에 망하는 의원들 중 리스로 기계 사서 환율 오르면 망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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