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됐어요’할 때까지 복약지도, 환자 신뢰 독차지
위암 극복 후 회무 시작…“약사들의 정유재란 꼭 막겠다”

닭의 울음으로 새벽을 알리는 것과 같이, 약사사회의 변화를 가장 먼저 회원들에게 알리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이가 있다. 인천광역시약사회 감사와 총회의장,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을 거쳐 현재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봉윤 약사이다.

본지가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을 맞아 닭띠인 그를 만나 개인적인 약국경영 현황과 함께 대한약사회의 정책 방향, 앞으로의 계획을 모두 들어봤다.

환자들 신뢰받는 이유는‘FM 복약지도’
강봉윤약국은 인천 지하철 1호선 신연수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해 있다. 세 개 아파트 단지가 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데 총 3700세대 정도이다. 약국은 2층짜리 아파트 상가의 대로 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2층에 가정의학과가 있고 건너편 건물에 치과와 내과·소아과가 있어 규모에 비해 처방 건수가 많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세대 수 때문만은 아니다. 근처에 강봉윤약국 외에 3개 약국이 더 있지만 그 일대 처방전의 65~70%가 그의 약국으로 몰리는 것은‘FM대로 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성격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강 약사는 조제를 마치면 약봉투에 인쇄되어 있는 서면복약지도서와 약포지를 함께 놓고 일일이 약의 효능과 용량, 먹는 법, 부작용까지 설명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약사님, 오늘은 설명 안 해주셔도 되요”라고 먼저 말할 정도. 처방전도 무더기로 조제실로 갖고 들어가는 일 없이, 환자가 올 때마다 한명씩 조제를 하고 복약지도가 끝나고 나면 다시 조제실로 향한다. 연수구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임에도 불구하고 먼지 한 톨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위암 판정 당시 응원 잊지 못해 회무 뛰어들어
이처럼 FM대로 약국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답게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으로서 활동도 빈틈이 없다. 그는 월, 수요일에는 대한약사회로 출근하고 이밖에도 대관업무를 볼 일이 있으면 수시로 자리를 비운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약국을 찾았을 때도 강 약사는 오전에 복지부 과장과 미팅을 하고 왔다며 코트도 제대로 걸어놓지 못한 채 인터뷰에 응했다.

강 약사가 이렇듯 약사회 회무에 집중하는 이유는 약사사회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위암 판정을 받았던 그는 당시 약사사회에서 쏟아졌던 따뜻한 응원을 잊지 못해, ‘약사를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보답의 마음으로 회무를 보고 있다.

여기에 평소에 정책에 관심이 많은 그의 성향도 한몫했다. 1993년 연수구약사회 초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난매 척결에 앞장섰던 그는 인천시약사회 감사와 총회의장으로 활동하다 조찬휘 회장 집행부에 들어서면서 대한약사회 회무를 보기 시작했다.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대한약사회에 제안서를 냈지만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차에, 강성발언을 쏟아내던 그를 조 회장이 눈여겨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강 약사는 “당시 상비약 외에도 약국 관련 현안이 많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앙으로 진출하게 됐습니다”라며 “사실 정책이라는 것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부분이어서 최근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최고위과정을 수료하는 등 공부와 실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약사들의 역사, 정체성 담은 도서 발간이 최종 목표
그렇다면 닭의 해의 주인공인 그의 2017년 계획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큰 목표는 제2의 정유재란(丁酉再亂)을 막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지난 2012년 임진년에 안전상비약 약국외 판매가 시행된 것이 약사들의‘임진왜란’, 그리고 정부가 상비약 품목 확대를 노리고 있는 2017년 정유년이 약사들의 ‘정유재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강 약사는 “2012년에는 약사만 약을 다룰 수 있다는 대전제가 깨졌기 때문에 약사들의 정신적이 충격이 심했다”며 “제2의 정유재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사회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고 장담했다.

두 번째 목표는 또 다른 공부를 시작하는 것. 그는 내년부터 융합정보에 관한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약학만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약사의 직능과 위상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 대학원 진학과 독학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융합정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강 약사는 다짐했다.

최종적인 목표는 약사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우칠 만한 책을 발간하는 것이다. 약사공론에 연재했던 ‘개념약료’를 바탕으로 약사라는 직능의 역사와 정체성을 배울 수 있는 책을 내고 싶다는 것. 강 약사는 “앞으로 1년 동안의 변화가 과거 10년간의 변화보다 빠를 것”이라며 “급변하는 보건의료환경 속에서 약사들의 역할과 위치를 내다보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나의 커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셈”이라고 장대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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