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 헤리티지센터 임태석 팀장

상속세·증여세 부과기간 10년, 부정행위는 15년
일부는 제한 없어…10년 이내 재차 증여는 합산적용

#김 씨는 아버지로부터 1999년 1월, 2008년 1월 각각 10억 원씩을 증여받았으나, 증여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았다. 2016년 아버지가 사망해 상속세 세무조사 도중 과거 1999년, 2008년 아들에게 증여한 내역이 밝혀져 과세관청은 증여세 신고에서 누락한 총 20억 원을 합산과세 해 증여세 6억4000만 원 및 가산세를 결정, 고지했다.
하지만 김 씨는 1999년 증여는 현재 시점에서 증여의 국세부과제척기간 15년이 지났으므로, 2008년에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10억 원에 대하여만 증여세(2억4000만 원) 및 가산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세부과제척기간’은 국가가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 동안 과세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세를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기간이다. 국세부과제척기간을 두는 취지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함으로써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국세부과제척기간이 없다면 국가가 영원히 납세자에게 부과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해 납세자의 법적 불안정성과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더불어 과세관청이 과세권 실행에 있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법으로 정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는 형법의 공소시효 기간과 유사한 것이며, 일종의 세금 부과의 유효기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 고액 상속·증여, 세금 부과 기간 무한대?  
대부분 사람들이 국세부과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5년으로 알고 있지만,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7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는 10년, 국제거래 부정행위의 경우에는 15년까지 더 연장하고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에는 다른 세목에 비해 국세부과제척기간을 더 길게 두고 있다. 일반적인 상속세 및 증여세의 국세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고,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신고된 내용이 거짓이거나 누락돼 신고한 경우에는 1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속·증여세 특례 제척기간으로 차명 재산, 국외 재산 및 등기·등록 또는 명의개서가 필요하지 않은 유가증권, 서화·골동품 등 50억 원 이상의 재산에 대한 상속·증여의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일부 고액 재산의 상속 또는 증여에 대하여는 국세부과제척기간에 제한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상속세 또는 증여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을 다른 세목에 비해 길거나 특별한 경우에는 무제한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유는 상속 및 증여재산의 특성상 주로 가족 단위의 거래이므로 객관적인 증거 취득이 어렵고, 등기·등록 또는 명의개서가 필요하지 않은 유가증권, 서화·골동품 등의 경우에는 본인이 신고하기 전에는 과세당국에서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8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16년 세법 개정안 내용에는 상속·증여세 특례 제척기간 적용 사유에 비거주자인 피상속인의 국내 재산을 상속인이 취득한 경우를 추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는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으나, 상속세를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비거주자의 상속 여부를 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세탈루를 방지하기 위해 국세부과제척기간의 보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씨의 사례에서 1999년 증여 건을 두고 2016년 현재 국세부과제척기간 15년이 지났음에도 합산과세로 부과 처분을 한 국세청의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1996년 개정으로 신설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단서 조항으로 인해 김 씨가 1999년 증여받은 10억 원은 2016년 현재 증여 무신고에 대한 부과제척기간 15년이 경과했음에도 2008년 재차 증여에 대한 10년 내 합산과세 규정이 적용돼 부과 처분이 된 것이다.

증여세는 개개의 증여 행위마다 별개의 과세 요건을 구성하므로 시기를 달리해 여러 개의 증여가 있으면 부과 처분도 각각 별도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분할 증여를 해 누진세율을 적용받지 않음으로써 조세를 회피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합산과세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즉, 증여 후 동일인에 의해 10년 이내에 재차 증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종전 증여분과 합산해 증여세를 부과, 누진세율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다.

◆ 10년 이내 재차 증여, 합산해 누진세율 적용
과거에는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된 종전 증여의 합산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지만, 1996년 12월 30일 자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제58조 제1항 단서를 신설해 재차 증여의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하는 종전 증여에 대한 증여세의 부과제척기간이 만료한 경우에는 그 증여재산가액을 재차 증여의 증여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직접적으로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증여에 대해 합산과세 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종전 증여를 재차 증여에 합산해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작성됐다고 보아야 한다.

과세관청의 다수 예판에서도 종전 증여가 국세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재차 증여의 합산 기간에 해당하는 때에는 증여재산가액에 합산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단서 규정의 신설로 김 씨의 사례처럼 과세 시점 현재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증여라 할지라도 그 후 10년 이내에 재차 증여가 있다면 합산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속 또는 증여는 다른 세목과 달리 일반적인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했다고 해 안심할 수 없다. 법인세, 소득세 등의 세목은 국가에서 부과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5년에서 10년이지만, 상속 또는 증여세의 경우에는 10년 혹은 15년으로 부과제척기간을 더 길게 두고 있으며, 차명 재산, 국외 재산 등 50억 원 이상의 재산에 대한 상속 또는 증여의 경우에는 한정된 기한이 없다. 더불어 국세부과제척기간 10년 혹은 15년이 지난 종전 증여도 이후 재차 증여가 있었다면 50억 원 미만의 증여라 할지라도 김 씨의 사례와 같이 합산돼 과세될 수 있다.

과거 증여 또는 상속과 관련해 잘못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내역이 있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으며, 그 시간이 지날수록 납부불성실가산세로 인한 추징세액이 더 커지게 된다.

과거 실수로 잘못 신고했거나, 신고 누락한 증여가 있다면 일반적인 국세부과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해 안심하지 말고, 추후 발생할 가산세 등을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신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만약에 김 씨가 재차 증여를 2008년이 아닌 2010년에 받았다면, 1999년 최초 증여 이후 10년이 경과했으므로 10년 내 합산과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2010년 증여에 대하여만 과세됐을 것이다. 또한 김 씨가 2008년 당시 재차 증여시기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2년을 더 기다렸다가 증여받았을 것이다.

최근 김 씨와 같이 상속세 절세 목적으로 사전에 자녀에게 여러 번에 나누어 증여하는 것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증여는 한 번 이루어지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사전에 증여 계획에 문제점이 없는지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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