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블로그, 약국홍보·정보전달·환자 소통 동시에
전문성 바탕 차별화 전략, 신뢰 기반 경영이 성공의 조건

 
처방전수에 흥망성쇠가 걸린 약국 경영은 그만! 인근 병원이 이전하면 뒤이어 약국도 문을 닫는 안타까운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제 약국도 병원 의존적인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자구책을 모색할 때. 본지 최장수 코너 ‘케이스스터디’는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을 탐방하며 약국 경영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배출되는 약사는 해마다 늘어나고 약국의 시장입지는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케이스스터디 약국들은 저마다의 특화된 생존 전략으로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있었다.
이번 송년호에서는 그동안 취재한 케이스스터디 약국들을 통해 알아본 약국의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비법과 경영노하우를 정리해 봤다.

 
“‘SNS’로 환자와 친해지고, 약국도 알려요”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취재한 많은 약사들은 다양한 SNS를 통해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환자와의 특별한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환자와 소통하는 서울 압구정스타약국의 이보현 약사(320호)는 “약사는 생물학자가 아닌 화학자”라는 지론 하에 건강기능식품의 성분을 비롯, 생의학, 병태생리 등을 폭넓게 공부하며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꾸준히 업데이트 했다. 그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서울지역 자문약사로 위촉, 의약품 안전교육 강사로 활동할 뿐 아니라 ‘SNS 스타 약사’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서울 중앙메디칼약국 박웅석 약사(314호)는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자’라는 약사의 긍정적인 역할을 되살리고자 내방객들(혹은 내방할 고객들)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그는 직접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운영할 뿐 아니라 SNS를 활용해 건강과 약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평균 블로그 방문자 수는 무려 400명을 웃돌아 약국 홍보를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약국을 알게 된 손님들이 약국에 다녀간 후 감사 메시지를 남긴다”며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 특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시민약국 정영욱 약사(326호)의 블로그는 일종의 약국 홍보수단이자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도 기능한다. 약국 방문 전에 미리 질문하는 고객들이나 기르는 동물의 건강에 관해 궁금한 점을 블로그에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 이른바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self-medication(셀프메디케이션)’을 돕는 것이다.
이처럼 적절한 SNS는 환자들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 증대와 신뢰감 형성을 돕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각양각색 ‘단골약국’ 만들기 노하우
케이스스터디 약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단골약국 되기’와 ‘내 환자 만들기’를 실현했다.

경기 우리온누리약국 이지현 약사(322호)는 환자가 요청한다면 약국에 없는 일반약까지 구해주고, 환자 맞춤형 복약 상담을 제공하는 등 능동적인 서비스로 ‘내 환자’ 확보에 주력한다.

서울 정은약국 서기순 약사(324호)는 “‘약 바르게 알고 쓰기’ 교육 강사로서의 경험이 복약지도 시 어떤 약물에 관해서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약지도를 ‘내가 듣고 싶은 도움말’이라는 생각으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신뢰를 쌓고 단골고객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이라고 밝혔다.

10년째 한 자리에서 성실히 운영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제법 많은 편이라는 대구 현대약국의 최혜윤 약사(316호)에 따르면, 단골을 만드는 방법은 ‘내가 환자라면’을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약사는 “제가 환자라면 저를 위해주는 약국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환자 건강상태에 맞춰 필요한 약을 안내할 뿐, 필요 없는 약은 구매를 권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는 약 투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서울 해뜨는약국의 김경우 약사(325호)는 ‘세이프약국’, ‘소녀돌봄약국’, ‘파지수거어르신돌봄약국’ 등을 운영하며 심리적·정서적 교류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자연스레 단골환자를 만들었다.
 
차별화를 위한 보증된 전문성, 자격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약사들은 부단히 공부에 매진했다. 논문 등 문헌이나 임상 근거가 없는 제품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과학적인 근거가 입증된 내용만을 복약상담에 활용했다. 해외 서적을 읽고 해외 논문을 참조하는 것은 물론, 학술 강좌를 수강하고 세미나에 참석하며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함양했다.

경기 광혜당약국의 서정민 약사(318호)는 환자의 치료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10년간 한방, 대체의학 등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고민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각 질환별로 이론과 상담내용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환자 상담에도 적용하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이에 서 약사의 약국이 입주한 메디컬빌딩의 한 병원은 “우리 병원의 경쟁력은 ‘약국’”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노력을 전문가로서 인정받게 된다면 더 가치 있을 터. 이를 위해 경기 선온누리약국 최지선 약사(317호)는 각고의 노력 끝에 ‘BPS(미국전문약사, Board of Pharmacy Specialty)’를 취득,  ‘우리나라 최초’ 종양약학 미국전문약사가 됐다.

이지현 약사는 캐나다 약사가 되기 위해 방대한 범위의 학습과 하루 수십 번의 실기연습에 정진하던 시기가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철저한 준비가 약사로서 행복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약사들의 자격증은 보증된 전문성이자 다른 약국과 차별화된 경쟁력인 셈이다.

건기식·동물약·기능성화장품 등 품목 확대
약국의 판매 품목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도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 등이 약국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서도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기능성화장품, 동물용의약품 등 조제약 외 제품을 판매하며 전문성으로 입지를 굳힌 약사들도 많다.

서정민 약사는 직접 건강기능식품 회사를 설립, 부수적인 수익 창출을 꾀했다. 그는 “세계 1위 회사의 가장 좋은 원료만 사용한 식품”이라는 타이틀로 가맹 약국을 모집, 내년이면 1,000곳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편 집계도 어려울 정도로 수가 적던 동물약국은 애완동물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지난 해 3,300개를 넘어섰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동물용의약품을 보유한 인천시민약국의 정영욱 약사는 약국 개국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약사의 기본적 권한인 동물약의 판매를 적극 추천한다.

정 약사에게 걸려오는 동물약 관련 복약상담 전화는 하루 평균 100통. 그는 동물약 판매 확대를 위해 6개월 이상 철저하게 준비했으며, 그의 세심한 상담은 점차 동물 보호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반응은 곧 총매출 절반이 동물약 판매 수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복약지도 시스템 및 앱 개발도 ‘척척’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는 ‘약사’라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큰 착각이다.

케이스스터디에서는 IT기술을 활용해 환자 편의와 약국 홍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약사들도 소개했다. 서울 정문약국 이근호 약사(제321호)는 러시아, 몽골, 중국 등 각지에서 방문하는 환자들을 위해 직접 다국어 복약지도 시스템을 제작했다.

다국어 복약지도 시스템은 엑셀을 기반으로 응용한 어플리케이션 시스템(VBA, Visual Basic Application)이다. 이 약사는 병원에서 자주 처방되는 복약지도 내용과 이를 각국 언어로 번역한 표기를 전부 입력,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특히 복약지도에 가장 중요한 정보인 복용 방법과 복용 시간을 다국어로 전달할 수 있도록 주력했다. 이 약사는 “이전보다 외국인들에게 복약지도하기 훨씬 수월해졌다”며 “자국어로 정확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약국을 다시 찾는 외국인 내방객들이 많다”고 밝혔다.

박웅석 약사는 수선화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수선화헬스케어 어플은 구두나 서면이 아닌 스마트폰을 활용한 서면복약지도 보급을 목적으로 박 약사가 1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회심작이다. 이 어플은 사용료와 잉크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복약지도와 약제비 영수증 등을 이미지파일로 전달해 환자들이 필요할 때 출력이 가능하다.

아울러 제약사에 의약품 주문을 비롯해 다음 내원일 알림, X-RAY 및 각종 검사 결과 알림 등 치료 관련 알림 기능과 진료가 필요할 때 주변 병원·약국 검색과 위치 서비스 기능, 약국·병원이 현재 영업 중인지 알려주는 기능 등 유익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 어플은 약사와 환자들에게 상당한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러한 업적으로 말미암아 그는 금천구약사회 정보통신위원장을 거쳐 현재 서울시약사회 정보통신이사로 서울시약의 홈페이지 전면 개편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성공 약국의 공통분모는 ‘환자와의 신뢰’
지금까지 케이스스터디 약국들을 통한 약국의 경영 비법에 대해 살펴봤다. 각기 다른 노하우와 전략으로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기자가 취재를 하며 느꼈던 성공적인 약국경영의 공통분모는  바로 환자와의 ‘신뢰’였다. 신뢰는 환자를 생각하는 진정어린 마음에서 비롯된다. 신뢰를 기반으로 본인 약국만의 특화 전략을 통해 내년에는 약사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경영을 일궈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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