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감염 도마 위,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한의사·치과의사 갈등 여전…리베이트 처벌 강화, 긴급체포 가능

검발노장(劍拔弩張). 칼을 뽑고 활시위를 당겨 놓은 상황으로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는 표현이다.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의료산업화 의지와 이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무능한 대처로 추무진 회장의 탄핵까지 거론됐던 2016년 1월. 1년이 지난 지금 의료계는 물론 온 나라가 검발노장의 상황에 놓여있다면 무리한 표현일까.

2015년 메르스를 겪고 더 큰 파도는 없을 것 같았지만, 검발노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올 한해 의료계에는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원내감염과 후속 조치인 면허제도 개선, 치과의사·한의사와의 직능 다툼, 의료분쟁자동조정제도 개시와 비급여 공개 움직임, 리베이트 처벌 강화 그리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최순실 게이트까지 많은 사건이 있었다.

본지에서 송년호를 맞아 2016년 의료계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ISSUE 1. 의료기관 감염문제와 면허제도 개선

메르스의 공포가 가시기도 전,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소재 다나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100명의 C형간염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의료기관을 통한 감염문제가 불거졌다. 이어 올해 들어 강원도 원주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435명, 서울현대의원에서 1만 1306명 감염 의심사례가 발생했고, 대형병원의 투석환자 감염 문제도 연이어 발생하면서 의료기관에서의 감염 예방을 위한 법개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1월 의료기관에서 의료관련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관련감염병 관리지침’을 마련해 배포했다.

지침에 따라서 의료기관은 의료관련감염병 예방·확산방지를 위해 ▲의료기관내 항생제 처방 적정성 평가 등 항생제 사용관리 강화 ▲의료관련감염병 관련 내성균 검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 의료기관내 감시체계 운영 ▲손위생, 장갑 등 보호구 착용, 환자 전용 의료용품 사용, 주변환경 소독 등 감염예방활동 ▲환자 발생 시 환자격리, 주위환자 적극적 검사와 같은 예방·관리조치를 수행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원내감염관리제도 개선뿐 아니라 의료인의 면허관리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부 의료인들의 부도덕성이 문제가 된 것. 특히 다나의원 원장이 뇌내출혈로 장애 2급 진단을 받은 상황이었고, 그의 부인이 연수교육에 대리 출석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의료인의 면허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커졌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지난 3월 의료인면허제도개선협의체의 운영 결과,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중대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해를 입힌 경우, 수면내시경 등 진료행위 중 성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장기요양등급을 받는 등 건강상 진료행위가 현격히 어려운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향정신성 의약품 고의 초과투여 등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처분기준을 상향조정(자격정지 1개월→1년)되었으며 국민보건상 위해를 끼칠 중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자격정지명령제도 신설될 예정이다.

또한 3년마다 면허신고시 진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손상, 치매 등 신체적․정신적 질환 여부를 반드시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항목 중 정신질환 등 결격사유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진단서 첨부 또는 관련기관 정보활용을 통해 확인하고, 그 외 항목은 동료평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료가 가능한지 복지부가 나서 검증을 거친다.

이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11월부터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경기도 등 3개 지역에서 비도덕적 진료행위 의심사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각 시도의사회의 ‘전문가평가단’이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 중대한 신체·정신질환이 있는 의료인 등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해당 의사에 대한 면담 등을 통해 조사를 실시하며, 해당 의사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전문가평가단만으로 조사가 어려울 경우, 보건복지부·보건소 등과 공동으로 조사하는 식이다.

본격 시행까지 아직 6개월여의 시간이 남아있는 시범사업이지만, 아직까지 의료계에서는 전문가평가제가 새로운 행정처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ISSUE 2. 치과의사에겐 敗, 한의사와는 새로운 국면

올 한해 치과의사와 한의사들과의 힘겨루기도 뜨거웠다.

특히 치과의사 측에서는 보톡스와 프락셀 레이저 시술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내면서 의료계를 발칵 뒤집어지게 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과 8월 연이어 안면부 보톡스 시술과 프락셀 레이저 시술이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프락셀 레이저 시술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졌던 8월,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안면부 레이저 시술이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지 않다고 봐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했다”며 “보톡스 시술에 이어 안면부 레이저 시술도 면허 범위 내에 속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안면이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판결”이라며 “이번 대법원 결정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관한 것으로 이는 향후 보건의료계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는 대법원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특히 대한피부과의사회에서는 이에 맞서 ‘피부구강치료학회 ’를 창립하고, 헌법재판소에소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다각도로 판결을 뒤집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기각하면서 치과의사의 영역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요구는 대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강수를 두는 등 올 초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그동안에는 정부가 원칙을 갖고 결단을 내리지 못해 양(兩) 단체 간 비방, 고소·고발 전 등 소모적 갈등만이 반복된 것이 사실. 하지만 지난 10월 공정위가 의협과 대한의원협회, 전국의사총연합 3개 단체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저지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사실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허가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듯 보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정부의 한의학 육성 움직임이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난 11월 30일 국정조사에서 한의사 혈액검사 사용 가능 유권해석에 최모씨가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보다 앞선 10월 28일에는 대한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같은 '최 씨' 성을 가진 최주리 한의사가 박근혜 대통령 오찬회동에서 한의사 현대기기 사용을 직소하고, 이후 인도순방 등에 동행하는 등 동태가 수상하다고 지적하며 최순실 씨와 오버랩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만들어낸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다가오는 2017년에도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벌이는 양 단체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SSUE 3. 리베이트 얼룩진 2016년, 결국 처벌 강화

김영란법 시행으로 미팅과 세미나 등에 각종 제약이 많아진 가운데, 리베이트 처벌 강화도 의료인들의 발목을 잡게 됐다.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이날 본회의에서는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과 약사법 개정안, 의료기기법 개정안 등 '리베이트 방지법' 3안이 모두 통과되면서 각각 의료인, 약사, 의료기기 공급자에 대한 리베이트 처벌을 징역 2년 이하에서 3년 이하로, 벌금을 3천만원 이하로 강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약사에 대한 긴급체포가 가능해진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대회원 사과문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게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국회 통과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올 초부터 이어진 리베이트 적발 사건에 따른 인과응보라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올 한해는 일년 내내 리베이트 수사와 결과 발표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한국노바티스가 압수수색에 들어가 8월, 약 26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협의로 범행에 가담한 노바티스 대표이사와 전현직 임원, 의약전문지, 리베이트 수수의사 등 34명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국정감사에서도 여야의원들의 대책 마련 주문이 쏟아졌다. 복지부가 전방위 조사에 나선 것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5월에는 지난해부터 수사가 진행된 파마킹이 사상 최대 금액인 58억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고, 6월에는 유영제약이 회사 임직원 161명, 의사 292명, 병원 사무장 38명이 연루된 45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개혁 의지와 타직역과의 갈등, 추무진 집행부에 대한 상반된 평가 속에서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의료계. 다가올 2017년, 화약 냄새를 거두고 구슬을 꿰듯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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