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국회의원 4명 배출, 역대 최고 수가 인상 ‘쾌거’
원격화상투약기 논란 ‘지속’, 폐의약품 재사용 보도 ‘충격’

“60년 투쟁의 역사를 걸어온 약사들이지만 올해만큼 약사직능을 위협하는 현안들에 직면했던 적이 없었다.” 취재하면서 들은 발언 중에 꼽아본 올해의 한 마디다. ‘영리법인약국 NO! 보건의료민영화 OUT’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던 약사들은 이제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규제개혁 결사반대’ 빨간 띠를 머리에 둘러매고 전국적인 결의대회를 열어야 했다.

원격화상투약기 도입부터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수 확대, 의약품제조관리자 자격 완화, 조제약 택배 배송 등 약계를 뒤흔든 현안들로 순탄치 않았던 2016년이었지만 약사출신 국회의원 4명 배출과 더불어 역대 약국수가 최고치 달성 등 걸출한 성과도 거뒀다. 저물어가는 병신년, ‘溫故知新’하자는 의미에서 약사·약국 이슈들을 중심으로 약업계의 한 해를 되짚어 봤다.

약사 단체들, 새로운 집행부 구성으로 인적쇄신
올해는 많은 약사 관련 단체들의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 올해는 많은 약사 관련 단체들의 임원 개선이 이뤄졌다. 왼쪽부터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정규혁 이사장, 대한약학회 문애리 회장, 한국병원약사회 이은숙 회장

대한약사회는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역대 가장 비대한 제38대 집행부를 출범했다.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조 회장의 인선은 일각에서 ‘논공행상’ 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약사미래발전연구원과 건강기능식품·동물약·기능성화장품 특별위원회를 신설, 약사직능의 비전과 약국경영의 활로를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와 대한약학회, 한국병원약사회도 새 얼굴을 대표로 맞이했다. 약학교육의 중앙 타워인 약교협은 지난 2월 정규혁 성균관대 약학대학 학장과 이봉진 서울대 약학대학장과의 경선 끝에 정규혁 학장을 제4대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대한약학회는 지난 9월 비공개 투표로 차기 회장 선거를 치렀으며, 문애리 덕성여대 교수가 대한약학회장 선거 이래 두 번째 여성 당선자가 됐다. 한국병원약사회는 이은숙 후보가 승기를 들었다. 이번 한국병원약사회장 선거는 사전 입후보등록제를 도입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은종영, 이용화, 이은숙 3명의 후보자가 출마하여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이은숙 당선자는 인수위원회를 구성, 내년 초 차기 집행부를 선임할 예정이다.

6만여명의 약사회원 및 약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 역시 선거 대열에 합류했다. 첫 직선제로 실시되는 제3대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임진형 후보가 최방선 후보를 누리고 당선됐다. 

약사 출신 국회의원 4명, 보건의료계 중 최다 배출 쾌거
4명의 약사 출신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된 제20대 4.13총선은 약사사회의 커다란 경사였다.

▲ 제20대 총선에서는 약사 출신 국회의원 4명이 탄생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승희, 김순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전혜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 소사)과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갑)은 지역구에서 승리했고, 새누리당 김승희 전 식약처장과 김순례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비례대표로 당선을 확정했다. 이는 보건의료인 출신 후보 중 최다수(의사출신 3명, 치과의사 2명, 간호사 1명)였다.

대한약사회는 4명의 후보가 국회 진출에 성공한 데 대해 “화합과 단결로 이룬 ‘영광스러운 약사의 새 역사’를 다시 쓴 쾌거”라고 평가하며 “이제 우리 약사사회는 이들 약사선량이 국민건강과 국가보건을 위하여 열정어린 활동과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총선의 승리를 자축했다.

보건의료계 현안이 산적한 시기에 약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행보가 약사 미래의 청신호를 켤 지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 4명 의원들은 모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배정돼 약사법 발의 및 국정감사 등 활발한 의정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필수의약품을 지정관리하고 공급불황 등 요인을 사전에 예측해 긴급 수입 등 선제적 대응을 함으로써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 및 건강권을 제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률 개정안은 6개월 후 국가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기반 구축사업을 토대로 시행될 예정이다.

약사사회 톱 이슈, 재부상한 ‘원격화상투약기’
올해 약사사회의 톱 이슈라면 단연 ‘원격화상투약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약사사회의 톱 이슈는 단연 '원격화상투약기'였다.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5월 18일 개최된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보건복지부가 원격화상 의약품시스템을 허용함에 따라 3년 전 사그라졌었던 원격화상투약기는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했다.

복지부는 원격화상 의약품판매시스템 도입을 위해 ‘약국 내 약사의 대면 판매’만을 허용하는 현행 약사법 제50조 개정안을 6월 27일 공식 입법 예고했다. 대한약사회 및 16개 시·도지부약사회는 약사법 개정을 결사반대하며 전국적인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한약사회는 규제개혁 악법 저지 투쟁위원회를 발족, 8월 24일 보건복지부를 찾아 원격화상투약기 도입에 대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반대의견서와 서명용지 2만여부를 제출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입장을 전달하는 등 투쟁 활동을 이어나갔다.

9월 말 약사법개정안의 입법예고기간이 종료되며 국회 제출이 임박해진 상황에서 약사회는 적극적인 대응태세를 갖추기 위해 투쟁위를 규제개혁 악법저지 비상대책위원회로 확대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10월 2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원격화상투약기를 도입하려는 약사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감행했다.

약사회 임원 약 50여명이 릴레이로 실시할 예정이었던 1인 시위는 현재 어수선한 국정 상황을 이유로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약사법개정안은 12월 8일 차관회의와 13일 국무회의를 거쳐 12월 중순경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다.

약국 수가 3.5% 인상…역대 최고치 달성
올해 약국 수가는 3.5% 인상률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 올해 약국 수가는 3.5% 인상되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대한약사회 이영민 수가협상단장이 협상장을 나오는 모습.

이에 2017년도 약국 수가 상대가치점수당 단가(환산지수)는 2016년도 77.4원에서 2.6원이 오른 80.1원으로 인상된다.

지난 5월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 성상철))과 수가협상에 나선 이영민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6월 1일 새벽 1시를 훌쩍 넘긴 시각,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2017년도 수가인상률 3.5%를 받아내 3년 연속 수가협상 1위(조산원 제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수가협상은 여러모로 기록을 세워 공급자 차원에서 그 의미가 깊었다.

수가인상률은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 도입 이래 10년 만에 평균 인상률 2.37%로 최고치를 달성했으며, 추가소요재정분(벤딩) 역시 8,134억원으로 전년대비 25%가 증가해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의원 3.1%, 병원 1.9%, 한방 2.9%, 치과 2.4%, 조산원 3.7%로 모든 공급자단체가 전년대비 0.2%에서 0.7%까지 올라 2013년도 이후 전 유형별 협상이 타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메르스 사태 및 의약계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보건의료 현안사항 관련 원활한 협조 등을 고려해 전년도 인상률 1.99%보다 높은 수준인 2.37%로 결정했다.

건보 재정 5년 연속 당기 흑자 및 16.9조에 달하는 최대 누적 흑자로 어느 때보다 공급자들의 기대치가 높아 난항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완전 타결을 이뤄낸 해였다.

▲ 올해는 무자격자들을 고용한 약국의 불법 운영 실태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약사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폐의약품 재사용 왜곡 보도와 무자격자 조제 논란
지난 6월 초 제주지역 의약품 불법 판매 약국의 적발에 이어 기자 연수생의 ‘카운터’ 조제, 부산지역 약사 아내의 복약상담까지 무자격자들을 고용한 약국의 불법 운영 실태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약사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특히 <한겨레21> 7월 20일 ‘1년3개월, 나는 가짜 약사였다’ 제하의 잠입 취재 기사로 무자격자의 의약품 조제 파문을 일으켰고 이어 8월 30일 후속기사 ‘나는 폐기처분용 약을 팔았다’는 근무약사 제보의 보도로 약국의 불법 행위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 했다.

기사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무자격자의 조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약 재사용 문제’”라는 제보자의 발언이었다.

버려야 할 약을 약국 자체적으로 재사용하거나, 이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도매상들을 통해 판매하는 사실은 약국 업계에서 흔히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보도를 접한 약국가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약사들은 대체적으로 기사 내용이 편향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를 전체로 호도하지 말라”는 약사들의 거센 지적에 기사를 보도한 담당기자는 금번 보도내용이 약사들에게 심려를 끼치게 된 데 유감을 표한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러한 기사들로 인해 약사 이미지에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약사법 개정 반대 등 약사를 둘러싼 많은 현안들에 여론의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 국민의 약사인식 제고를 위한 약사들의 자정 노력이 내년엔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한복입은 약사들, 지구 반대편서 ‘2017 FIP 서울’ 적극 홍보
내년에 개최되는 약사 관련 행사 가운데 가장 대규모 행사는 바로 9월 ‘세계약학연맹(FIP) 서울총회’이다. 4월 20일 출범한 조직위원회는 ‘2017 FIP 서울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목표로 프로그램 준비와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내년 9월에는 FIP총회가 예정돼 있다. 출범조직위원회는 2016 FIP와 FAPA를 찾아 내년 서울총회를 적극 홍보에 나섰다.

조직위에 따르면 FIP 서울 총회는 개국 약사, 병원 약사, 학계, 제약계, 연구소 등 범 약계의 세계적 잔치로서 이 잔치를 통해 세계를 향해 나가는 대한민국 약학과 약사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한국 약계가 변화하는 전기로 만들겠다는 전언이다.

조직위는 8월 29일 ‘2016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약사연맹(FIP)’과 11월 8일 ‘아시아약사연맹(FAPA)’ 행사에 연이어 참석하는 등 우리나라 약사와 약학의 위상을 알리는 한편 한복을 매개로 내년 FIP 서울총회를 적극 홍보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FIP 총회 기간 중에는 2017 FIP 서울총회를 홍보하는 부스를 운영해 서울총회 홍보 책자와 기념품 등을 제공했다. 부스에는 한복을 입은 우리나라 참가단 여약사들이 즉석 사진 코너를 운영하며 총회에 참가한 세계 각국 약사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2017 FIP 서울 총회’는 ‘약 너머, 진화하는 약무약학의 영혼(Medicinews and Beyond! The Soul of Pharmacy)’을 주제로 내년 9월 10일부터 9월 14일까지 5일간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외국 약사 2,000명 이상과 국내 약사 1만 2,000여명 등이 참석해 사상 최대 규모 총회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2017 FIP 서울 총회’. 대한민국 약사와 약학의 위상을 높이는 디딤돌이자 전인구 FIP 조직위원장의 말처럼 “한국 역사에 발자취를 남길” 세계적인 잔치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해결해야 할 약사 현안만 서른 가지가 산적했다는 약사사회. 마치 작금의 시국처럼 위태롭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던가. 저물어가는 병신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롭게 떠오르는 정유년을 향해 모두가 영웅이 되어 한 걸음 내딛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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