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30년 취업제한 아청법 개정안 국회 계류
의협 ‘의료행위이 특수성 간과’…관련 입장 전달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취업제한 기간을 범죄의 경중에 따라 경범죄의 경우 최대 6년, 중범죄의 경우 최대 30년까지 차등화하는 법률 개정작업이 본격화됐다.

여성가족부(장관 강은희)는 11월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아청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 법률 개정을 위한 첫 단계를 밟았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11월 23일 기자들과 만나 “아청법 개정안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일률적으로 직업인에게 종신형에 가까운 과도한 양형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특히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시작된 ‘도가니법’, 의료계 저항 잇달아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아청법은 지난 2012년 8월 2일부터 의료기관까지 확대 적용됐다. 아처법 시행으로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사의 취업이 10년간 제한됐고, 의료기관의 장은 의무적으로 취업자의 성범죄 이력을 조회해야 했다. 특히 강제추행은 물론 인터넷에 음란물을 게시·유포하거나 지하철·버스 내에서 추행, 음란사진 촬영 등으로 적발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10년간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의료계에서 이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아청법이 법의 기본 취지와 다르게 성인범죄의 경우도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형의 경중이나 범죄의 내용에 대한 고려 없이 취업제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규정하며, 법 시행이전의 행위까지 적용토록 한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아청법이 개선되지 않은 경우 전회원을 대상으로 진찰행위 중단을 권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아청법으로 처벌받은 회원들에 대한 소송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불철주야 뛰어나닌 결과, 올해 4월에는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회원 6명에 대한 아청법 적용에 대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

10년 일률 취업제한에서 6·15·30 차등 제한
하지만 의료계가 축포를 터뜨린 것도 잠시, 정부는 지난 5월 죄의 경중에 따라 최대 3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아청법 개정안을 내놨다.

▲ 전자장치부착법과 아청법 개정안 비교

여성가족부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3년을 초과하는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는 경우 취업제한 기간이 30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15년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6년의 범위 내에서 죄의 경중 및 재범 위험성에 따라 차등의 선고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토록 하고 있었다.

의협은 기본적으로는 선고형량을 기준으로 법원에서 취업제한기간을 정하는 것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의료계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라는 입장이다

의협에서 제시하는 개정안의 문제점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 위반, 법간 형평성 위반 △취업제한의 상한을 30년, 15년, 6년으로 하는 명시적인 근거 부족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 위배 △의료기관 중 아동·청소년을 진료하지 않거나 대면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존재한다는 사실 간과 △환자에 대한 침습을 전제하는 의료행위의 특수성 간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유대감 학보가 치료의 최우선 원칙임을 간과했다는 점 등이다.

추 회장은 특히 의료영역에 있어서는 정당한 의료행위와 성범죄와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당한 의료행위임에도 불구, 환자의 주관적 수치심 등으로 인해 벌금형을 받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것. 또한 의료행위라는 것이 환자에 대한 침습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므로 의료인이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서는 행할 수 없는 행위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실제 의료인과 환자 간 분쟁 발생 시 환자들은 대다수 의료인의 치료과정을 꼬투리 삼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환자의 경우 성추행을 근거로 의료인에게 협박과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인을 별도로 다루지 않고 벌금형의 경우에도 취업제한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아울러 의료인이 아동‧청소년을 진료하지 않는 의료기관에까지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추 회장은 또 “정부가 의료기관 중 아동청소년을 진료하지 않거나 직접 대면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중에는 진단검사의학과 등 환자와 직접 대면하여 치료행위를 행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많으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진료를 전혀 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있음에도 취업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추 회장은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방어진료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 회장은 “의료행위 중에 환자에 대한 촉진을 기본 전제로 하는 행위가 대다수이다. 의료인은 환자에 대해 최선의 의료행위를 다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다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취업제한규정으로 인해 의료인은 환자에 대한 진료를 주저하고,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환자 치료에 있어서 악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라는 특수성 감안한 제도적 장치 필요
이에 관해 의협 측에서는 세 가지의 개선방안을 내놨다.

사람의 신체를 접촉하고, 다루는 의료인이라는 특수성 즉, 환자에게 언제든지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첫 번째이다.

이어 의료기관의 범위를 명확화 할 것을 주문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접촉 차단’이라는 이 법의 주요 입법취지에 맞게 의료기관의 취업제한 대상을 아동‧청소년을 진료하는 기관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혹은 장소적 제한이 아닌 ‘아동·청소년에 대한 진료를 금지’하는 행위 제한으로 개선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이 부분을 법률에서 규정하기 어렵다면, 법률에는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 중 여성가족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으로 적시하고, 추후 의료인단체와 협의를 거쳐 여성가족부령에서 세부적인 범위를 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진료행위 관련해 벌금형을 받은 의료인에 대한 특례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의협은 이미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얼마 전 여성가족위원회에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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