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각 약사(서울시 강남구 열린약국)

스마트폰·IC카드 약수첩 도입, 처방 내역 모든 약국 공유
칸막이, PC 직각 배치로 사생활 보호…학술책자 보급 필요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 부스 전시장에 선보였던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일본의 IT기계’ 이야기를 이번 호에 이어가고자 합니다.

일본은 약수첩 발행이 조제수가에 포함되어 있어 약국에서 환자의 약수첩에 처방내역을 적어주거나 처방내역이 인쇄된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주는 약국이 많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 약수첩과 IC카드형 약수첩이 등장했다는 말씀을 저번 호에 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IC카드형 약수첩은 신용카드 크기로, 조제할 때마다 약국에서 처방내역을 담아주는 형태의 약수첩입니다.

환자는 스마트폰 없이도 병원이나 약국, 의원 등에서 자신의 약수첩 IC카드만 제출하면 그동안 처방받았던 약력에 대해 처방의사나 약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자 자신도 스마트폰으로 IC카드를 읽어 언제든지 자신의 처방약을 확인할 수 있는데 출시된 지가 얼마 안 되어 아직은 아이폰만 가능하고 내년 초에는 안드로이드도 가능하다는 부스 직원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적용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일본은 환자의 약력에 대한 전문인의 공유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처방내역 및 약력 공유가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사진에서와 같이 각 개인의 약력을 모아 표준화시킨 후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였다가 환자 본인의 동의만 있으면 일본 전국 어느 약국에서나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여러 업체에서 운영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약력 데이터를 모아서 저장하는 행위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의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는 우리 환경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듀얼모니터 대신 큰 모니터 하나를 약사와 환자가 함께 보며 복약상담 하는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다.

복약상담에 대한 환경에 대해서도 일본은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는데 투약창구에 칸막이를 높이 설치하여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약국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고, 듀얼모니터를 설치하기 보다는 큰 모니터 1개를 투약대와 직각으로 설치하여 약사와 환자가 함께 모니터를 보면서 상담하도록 바꿔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방식은 우리도 당장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복약상담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처방내역 자체를 화면에 띄워 약사와 환자가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이해하기 쉽고 깊이 있는 복약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 태블릿 PC를 이용한 복약상담

복약상담에 있어 일본 약국가의 또 하나의 큰 변화는 태블릿 P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투약창구에서 뿐만 아니라 임신부 등 몸이 불편한 대기 환자가 있을 때 약사가 태블릿 PC를 들고 직접 환자에게 찾아가 설명함으로써 복약상담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와 함께 약사에게는 이동의 편리성을 제공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약국관련 프로그램 업체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국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복약지도에 필요한 다양한 학술 콘텐츠가 일선 약사님들에게 잘 제공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약사 개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깊이 있게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약에 관한 모든 정보가 약사에게 집중되고 원활하게 제공되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빨리 마련되어 최종적으로는 약국을 찾는 환자에게 전문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약국뿐만 아니라 병원, 의원 및 제약사 등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아래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약국을 운영해 오면서 복약지도 측면에서의 바람은 약품의 허가외 사용(off label use)으로 처방한 약에 대해 처방의사가 처방전의 메모란을 통해서라도 처방 목적과 의도를 기술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고, 제약사의 경우 품절정보나 신약정보를 약국에 조기에 알려주고, 거래여부와 상관없이 약품 브로슈어 등의 제품정보를 모든 약국에 좀 더 원활하게 공급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환자에게 좀 더 정확한 복약지도를 하기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일본 제약사에서 제공하는 만성질환관련 학술자료

▲ 소책자 형태의 소비자용 정보지

사진과 같이 일본 제약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학술자료들을 발간하여 약국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유상인 것도 있고, 무상인 것도 있으며, 약국에서 소비자가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소책자들도 다양한 종류들이 존재합니다.

유무상의 여부를 떠나 풍부한 학술자료가 약국에 끊임없이 지원되고 있는 일본 약국가의 시스템은 약국의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들이 약국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0년 가까이 이어온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의 횟수가 말해주듯이 약국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은 역시 ‘약국 학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방약에 관해서든 일반약에 관해서든 약국 학술이 살아나야만 국민들로부터 약국의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약계의 발전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본 연수를 통해 정교하게 잘 짜인 일본 약국의 모든 시스템들은 하나같이 환자를 향하고 있으면서도 그 중심에는 항상 약국 학술의 중요성에 대한 강한 인식과 함께 일본 약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왔음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며 배울 점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약사 한 사람이 애써 노력하기보다는 대한민국 모든 약사님들이 함께 힘을 모아 환자 지향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나아가고, 유용한 학술 정보들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약사의 전문성을 높여 모든 약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어려운 약업환경 하에서 국민보건향상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약사님들과 약계 관계자님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