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각 약사(서울시 강남구 열린약국)

지난 호에 이어 2016년 10월 9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나고야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의 부스를 참관한 내용 중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간추려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가 2000년 8월 1일에 전면적인 의약분업을 실시한 것에 비해 일본은 의사회의 요구로 “처방전 발행 예외 8개 조항”의 적용을 포함한 강제 의약분업을 1956년에 실시한 후 실제적으로는 부분 의약분업에 지나지 않는 분업 참여비율을 높이기 위해 일본 약국들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약국이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것이지만 그런 환경이 오히려 이번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의 주제처럼 더욱 전문성을 탄탄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약국의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데 특히 약국의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드럭스토어가 발전해오고 있다거나 법인약국이 허용되었다거나 2006년에 실시한 일반의약품 3분류제도 실시 및 일반약 인터넷 판매 허용 등과 같은 현상들은 급변하고 있는 우리나라 약계의 미래를 대비하여 잘 눈여겨보아야 할 사항일 것 같습니다.

지난 호에 다루었던 오조제/오투약을 막기 위한 세밀하고 철저한 일본 약국가의 발전된 시스템 외에 이번 호에서는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의 전문성이 강화된 점들에 대해 중점을 두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환자 복약지도 시스템 소개>
분포조제의 비중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우리나라는 의약분업 이후 분포방식에 대한 발전이 꾸준히 이루어졌습니다. 불투명했던 분포지가 조제 후 약 확인이 용이하도록 투명해 지고, 약 복용 여부를 환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일련번호가 인쇄되는가 하면 이제 환자 이름과 조제일자는 물론 각 분포마다 약 이름까지 인쇄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였습니다.

▲ 약제자동제포분배기 작동 순서

사진으로 소개하는 일본의 “약제자동제포분배기”는 우리가 행하는 모든 분포조제방식을 뛰어넘는 것인데 각 환자의 처방내용을 분석하여 조제약을 일정한 케이스에 자동 분배하고 뒷면 시트지에 복용해야할 날짜와 시간까지 인쇄하여 약 복용을 잊거나 혹시 잊더라도 그 상황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뒷면 시트에 복용 날짜와 시간이 인쇄되어 있다.

특히 정제 등 PTP포장을 뜯지 않고 그대로 분배기에 넣으면 자동으로 PTP를 까는 제포기능을 수행하여 조제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뒷면 시트에 인쇄된 바코드를 읽으면 해당 처방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 복약상담업무의 효율성 또한 높인다고 하니 분포조제가 많고 노인환자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매우 적합한 시스템으로 여겨집니다.

당장 그대로 도입하기는 힘들더라도 시스템의 크기를 줄인다든지 자동화단계를 생략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변형하여 개발한다면 충분히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장비라 생각하여 소개드립니다.

노인환자가 특히 많은 일본은 잊지 않고 약 복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발달해 있는데 사진과 같은 장비도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 약 복용시간 자동알림-복약지원로보

약을 담는 카세트에 복용할 1회 분량의 약을 담아서 “복약지원로보ⓡ”라는 장비에 미리 넣어놓고 복용해야 할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카세트가 자동으로 돌출되고 약 복용해야할 시간이라고 스피크 음성으로 알려줘 잊지 않고 약을 복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나 요양병원 등에 설치하면 큰 도움이 될 만한 복약지원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약수첩” 발행이 조제수가에 포함되어 있어 약국에서는 환자의 약수첩에 처방내역을 적어주거나 처방내역이 인쇄된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주는 약국이 많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내용 중 특이한 점은 많은 업체에서 전자 약수첩을 개발하여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환자약력 공유 시스템

대부분 인터넷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스마트폰의 어플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데 약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환자 개인의 약력관리는 위급한 상황이나 여러 병/의원을 방문하는 경우 의료진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어 일본은 조제수가 지급과 상관없이 약사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느 약국을 방문하든 한 쪽 벽면에 약수첩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의 알 권리 보장과 안전을 위해 일본은 서면복약안내문의 제공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그러함을 넘어 환자가 항상 휴대할 수 있는 약수첩에 중점을 두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 IC카드 형태의 약수첩

스마트폰 어플 약수첩 외에도 IC카드형 약수첩이 소개되었는데 신용카드 크기의 IC카드에 조제할 때마다 약국에서 처방내역을 담아주는 형태의 약수첩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다음호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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