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학교병원(병원장 서창석)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개별 의료기관에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 2018년 2월부터 시행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과 관련, 사실상 국내에서 연명의료와 관련한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과 과제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고윤석 교수

이날 발제를 맡은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관리, 등록기관에 대한 관리 및 지도감독 등 큰 역할이 부여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전문성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확보를 주장했다.

고 교수는 "기관이 연명의료 관련 업무에 대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월한 관련 지식을 토대로 자문하고, 현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끊임없이 제안하는 전문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특정 재단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고 국가가 투자를 해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 미국 등 해외에서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없기 때문에 독립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토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리에 참석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 또한 “사전의료계획서 작성 및 신속한 조회를 할 수 있는 정보관리능력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핵심”이라며 “개별 의료기관에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역할을 넘긴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중립적이고 다양한 단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함을 볼 때 의료기관보다는 제3의 중립적 기관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김소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서울대병원에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며 “하지만 전문성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등을 평가한 결과 서울대병원은 부적합하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국립중앙의료원,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국생연), 서울대병원 4곳의 적합성을 평가했더니 서울대병원이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서울대병원은 (연명의료가) 조직전체의 관심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며, 지속성 측면에서도 모기관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소규모 독립기관의 경우 1명으로 인해 기관이 잘못될 수 있는 위험이 가장 크다”며 “연명의료 결정법이 제정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문성,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등 요소에 따른 전문적 분석을 통해 선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김명희 사무총장 또한 “의료기관이 맡으면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의사가 기관장이 되면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며 “의료기관에 맡기면 연명의료결정과 관련한 모든 업무가 의료계 내에서 이뤄져 환자, 종교인, 학계, 일반인 등 관련자 참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윤영호 단장

한편 서울대병원 윤영호 공공의료사업단장은 별도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설립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윤 단장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의 역할이 치료가 불가능해졌을 때 치료의 포기가 아니라, ‘질병을 가진 인간을 전인적으로 돌보는 의료’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명의료관리기관을 별도로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국가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조직은 대부분 운영되고 있다”며 “연명의료관리기관만 별도로 존재하면 진료현장에 부담을 주는 규제기관이 될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

황의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내년 상반기 입법예고를 통해 구체적인 기관 역할을 정의하겠다고 밝혔다.

▲ 황의수 과장

황 과장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라는 이름만 놓고 보면 연명의료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것은 사전의향서 관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연명의료기관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는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다양한 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이 법령 위임범위에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의견 등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하위법령을 마련해 내년 초 입법 예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장은 “연명의료법 하위법령을 정비할 때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을 넣어야 하는데 다양한 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이 법령 위임범위에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연명의료법 성패를 좌우할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 굉장히 중요하다. 향후 국회와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며 국립연명의료기관의 역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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