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환자 하나 되어 병원 내 독서 문화 형성
병원 곳곳 작은 도서관 비치, 기증과 후원으로 운영

충북 권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에 2014년 6월 ‘가람’이라는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환자와 보호자의 치유·힐링 공간으로서 병마와 싸우며 힘들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도서를 대출해주고,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가람 도서관의 독특한 점은 설립부터 운영까지 ‘환자’와 ‘의료진’, ‘지역 주민들’이 하나 되어 참여했다는 것이다.

▲ 김동주 도서관장

자발적인 후원과 기증으로 설립되어 자원봉사자들이 관리하고 있는 가람도서관. 현재 도서관장이자 충북대병원 외과 교수인 김동주 도서관장 또한 자원봉사자로서 도서관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다.

김동주 도서관장은 “‘도서관이 있어 마음의 치료가 된다’는 환자들이 메시지는 도서관이 병원에 있어야 할 분명한 이유이다”라며 독서 지원 활동의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독서에 대한 열정과 환자를 위한 의료진 및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구성된 가람도서관은 본관 4층에 메인을 두고, 9층에 비치한 작은 책장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설립부터 운영까지 기증과 후원으로 이뤄져
가람 도서관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소화기내과)의 아이디어로 설립됐다. 한정호 교수는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독서라고 생각했고, 지인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도서관을 세울 수 있었다. 도서 발전 기금과 도서 기증은 물론 한 교수의 가족들이 직접 봉사해 도서관을 운영했던 것. 한 교수는 현재 도서관장인 김동주 관장에게 도서관 운영을 부탁했고, 김동주 관장은 한 교수의 뜻을 이어받았다.

현재 가람도서관은 도서관장 1명, 담당자 1명, 사회복지사 1명, 자원봉사자 10명이 관리하고 있다.

도서관은 대략 33.6평 규모로, 소장되어 있는 책은 약 3천여 권 정도다. 김 관장이 감염에 취약한 독자들을 위해 기증한 책 소독기도 비치되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3권을 3일간 빌릴 수 있다. 필요 시 무한 연장이 가능하다.

▲ 본관 4층에 위치한 가람도서관

▲ 본관 9층에 위치한 가람도서관

호스피스 병동인 9층에 위치한 도서관은 장기 입원환자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 사용되고 있으며, 규제 없이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충북대병원에는 가람도서관 이외에도 소아병동에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책방이 있는데, 이 또한 어린이 도서 출판사인 ‘아람(대표 이병수)’의 기증으로 운영되고 있다.

환자 및 보호자 스스로 도서관 문화 형성해
도서관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실무 부서가 없어 도서관 운영이 허술할 것이라는 예상은 금물이다. 환자와 보호자 스스로 병원 내 도서관 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 보호자가 소야병동에 위치한 작은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충북대학교병원 담당자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김동주 관장은 “원래는 휴게실로 사용되던 곳을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딱히 음식물과 음료 반입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자체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도서관이라는)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음 없이 책만 빌려 가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소아병동에서 만난 어린이 환자의 어머니는 책장이 어질러져 있다는 이유로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기자와 함께 이 모습을 목격한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요청을 받은 것도 아닌데 (환자의)어머님이 스스로 책장을 정리하고 계신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독서 참여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도
충북대병원은 환자뿐 만 아니라 직원들의 독서 참여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동주 관장은 “지난 10월 17일 처음으로 책 나누기 캠페인 ‘책 읽는 동주씨’를 진행했다. 도서관장인 저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캠페인”이라고 소개했다. 또 김 관장은 “도서관과 관련한 홍모물, 벽보는 이미 설치했으며, 책갈피가 달려있는 엽서를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나눠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병원 내 교수들, 직원들이 도서관을 많이 방문하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이러한 홍보들을 하면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 관장은 “하지만 지금처럼 (가람도서관이)예쁜 인테리어에 3천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게 된 것은 모두 병원 내 교수님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신 결과다”라고 밝혔다.

“힐링 주는 독서는 치료가 된다”
김동주 관장은 병원 내 독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독서는 곧 치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병은 의사가 치료하는 것이지만, 병을 치료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외적인 일이다. 멋진 작품, 차 한 잔, 독서 등의 감성적인 일들은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특히 마음의 안정과 힐링을 준다는 점에서 치료의 한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충북대병원이 문화공연, 명화갤러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삭막한 병원 공기에 온기를 주는 문화 예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관장은 “가람 도서관도 그 문화 콘텐츠 중 하나이다. 독서를 통해 병원을 찾는 아픈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직원들과는 책과 독후활동을 통해 책 읽는 병원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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