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노인의학 전문의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의학회에서는 이미 개설되어 있는 26개 법정 전문의들이 보는 노인 환자들이 노인의학 전문의에게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노인의학 전문의 개설을 반대해 왔다. 정부 또한 의료계의 반대 때문에 새로운 노인의학 전문과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12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냈다.

▲ 최현림 교수

이에 전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을 역임한 최현림 경희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11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을 위한 의료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노인환자 비중이 날로 커지다보니 각 진료과에서 이를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노인의학을 27번째 전문과목으로 만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 의료계에서도 노인의학 전문분야 특성을 이해하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독립된 법정 전문과목이 아니더라도 세부전문과목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노인의학 전문의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 동안에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노인은 질병의 발생이 동시 다발적이며, 질병의 양상이 어린이나 일반 성인들과 다르기 때문, 많은 의료비와 복지 예산이 들어간다. 이를 통합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의 질병 진단과 치료, 더불어 예방에도 관심을 가지고 포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1960년대 결핵 환자가 많았을 때 그들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결핵과 전문과목울 신설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노인의학 전문의가 정부가 시행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영향을 끼칠 거라 보는가?                                                                  노인의학 전문의가 신설되면 ‘노인의 만성질환에 대한 사업’이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많은 요양병원을 만들고 노인요양 병상 수를 증설하고 있는 데, 노인의학 전문의가 생기면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만성질환 관리사업도 노인의학과가 중심이 되어 내과, 가정의학과 등 지역사회에서 포괄적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을 참여시킨다면 정부의 의도대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의료계, 의료계-정부 간 합의 진행상황은?                              정부는 지난 2004년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노인의료 관련 전공의 정원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2005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전문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의료계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 아직도 정부는 의료계가 합의하여 정식으로 건의를 해오면 검토를 해보겠다는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전문과목을 만드는 데 기존의 전문과목 모두의 동의를 얻는 일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마지막 전문과목이 개설되고 나서 21년이란 세월이 지나가는 동안 새로운 전문과목이 한 과목도 신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분과전문의 또는 세부전문의를 의료계 내에서 만들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의료계 내부에서 합의가 되면 만들어질 수가 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의학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의료계 내에서 공감을 하고 있는 상태이고, 법정 전문과목으로 갈 수 없다면 세부전문의로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 의협 등 관계 당국에 바라는 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을 개발해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정부에서 노인의학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의 근거 규정에 따라 의료계의 합의와 관계없이 노인의학 전문과목을 신설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정부가 의사단체(대한의학회)에 “노인의학 세부전문의”를 만들도록 강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계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 대학원 석·박사

現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前 미국 플로리다의과대학 방문교수(노인의학)

대한노인병학회 회장 역임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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