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현 약사

빠른 고령화와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로 혼자 생활하는 노인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년기 독거 현황과 정책적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독거노인 수는 137만9066명으로 전체 노인의 20.8%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에는 현재의 1.6배인 224만 7,735만 명, 2035년에는 342만 9,621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의 89.2%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질환 종류별 유병률은 고혈압 56.7%, 관절염 33.4%, 당뇨병 22.6% 순이다. 65세-69세의 평균 만성질환 보유 개수가 3.15개인데 비해 70세-74세의 만성질환 보유 개수는 3.47개, 75세-80세 만성질환 보유 개수는 3.61개로 증가한다.(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방안 연구 정영호 2013 )다.

Shepherd 등(2012)은 미국 약물유해반응 관련 사망을 분석에서 75세 이상 노인에서 약물유해반응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뚜렷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OR=6.96, 95% 신뢰구간 6.30~7.69).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의 쇠퇴와 약물 대사의 변화, 다중약물 복용 등으로 노인은 약물 사용에 있어 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2년 고령화연구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65~74세 노인은 약 2%만이 의약품을 복용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비해, 85세 이상 노인은 약 20%가 의약품 복용을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부분적으로 필요하거나 전적으로 필요하였다.

한강성심병원 윤종률 교수가 2007년 노인복지관 진료실 방문한 8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평균 복용약물 개수는 7.2개였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무슨 약인지 모르는 노인은 50%였고 약물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의 평균 복용약물 개수는 13.7개로 약을 알고 먹는 환자(6.8개)에 비해 2배 이상 많았으며 부작용을 경험한 노인의 평균 약물수가 11.8개로 그렇지 않은 노인(6.3개)보다 많았다.

지금의 인구변화의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노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약물사용의 관리와 사회적 제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약사 인력과 전문성을 활용한 방법으로 노인 대상 약물사용관리와 약사 방문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번 기고에서는 방문약사제도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약사 방문서비스의 있어 대표적인 예로 일본을 들 수 있다. 약사인력 양성 및 활용 방안 연구(권경희, 2013)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약사가 자택에서 요양하고 있는 통원이 힘든 환자 에 대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사가 약학적 관리지도 계획을 방문 전에 책정해서 환자의 집을 방문, 약력관리, 복약지도, 복약지원, 약제복용 상황 및 보관상황 확인 등을 실시하고 의사에게 방문 결과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문서로 제공했을 경우 산정된 ‘재택환자 방문약제관리지도료’ 혹은 ‘주택요양 관리지도료’를 지급받는다. 2009년 기준 일본의 전국 약국 5만 3,642개 중 ‘재택환자 방문약제관리지도료’를 신고한 약국은 3만 8,736개에 달했다. 재택의료에서 약사의 필요성으로 다음과 같은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 고령자가 많은 재택의료의 특성

1) 재택환자의 의약품 사용관련 문제로서 의약품의 보관 현황, 약 복용을 잊어버리는 상황, 다 복용하지 않고 남기는 상황, 복용 약물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음.
2) 노화에 따른 합병증과 이에 따른 다중 약물 병용 경향·중복 투약 상호 작용의 리스크의 증대
3) 재택 완화의료를 위해 필요한 마약류는 불량 재고로 남는 사례가 많아 환경보호 및 마약류 오남용 방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
4) 시각·연하 능력 등의 신체 기능의 저하에 기인하는 복약 관리의 복용 방법의 적절한 지원
5) 신장·간 기능 저하와 체성분 조성의 변화에 따른 체내약물동태의 변동이나 개개인의 생리 기능에 따른 처방·조제·복약의 관리가 필요

○ 재택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소요 비용의 적절한 균형

1) 안전한 약물 치료를 확보로 전체 비용 억제
2) 간호, 간병자들이 부득이하게 약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
3) 다직종의 협업과 상호 전문성을 발휘하고 적정한 서비스의 제공

○ 재택을 담당하는 의사의 부담 경감

1) 처방 제안·처방 설계 지원(제형, 용법, 용량, 약제 선택 등)
2) 약학적 관리 지도에 근거한 환자 상황의 확인과 피드백
3) 환자의 요양 상태에 따른 용법·용량의 조절과 처방 변경의 제안
4) 복약 상황(적정 사용), 부작용 등의 확인
5) 환자의 상담 요구와 관련 직종에 대한 연락 등의 분담

일본의 약사들은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 처방전에 근거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른 조제(1포 포장, 현탁액, 마약, 무균 조제)
2) 환자의 집에 의약품·위생 재료의 공급
3) 약력 관리(약을 제때 복용하는지 확인)
4) 복약 설명(복용 방법이나 효과 등의 설명, 복약 지도·지원)
5) 복약 상황과 보관 상태의 확인(복약 방법의 개선, 복약 달력 등에 의한 복약 관리)
6) 부작용 등의 모니터링
7) 재택 주치의에 대한 처방 지원(환자에게 최적의 처방(제형·복용 시기 등을 포함)제안)
8) 남은 약의 관리, 마약의 복약 관리와 폐기
9) 케어 매니저 등의 의료 복지 관계자와의 제휴·정보 공유
10) 의료 복지 관계자에게 의약품에 관한 교육

참고로 연간 먹다 남은 약의 잠재적인 약제비는 475억 엔으로 추정되며, 약제사의 방문 지도 등에 의해 개선된 금액은 424억 엔으로 잠재적인 약제비의 90%에 해당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방문약사사업이 몇몇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지자체 예산을 통해 제주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문약손’ 사업이 대표적이며 경상북도 약사회는 2016년을 ‘방문약손사업 활성화의 해’로 정하고 이전까지 봉사활동 개념으로 해오던 사업을 도의 지원을 받는 사업으로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다.

이전부터 여러 지역 약사회에서 ‘방문약손’ ‘정약용’ 등의 사업을 지차체 혹은 사회복지 단체와 함께 했던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시도가 부족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방문약사 서비스”제공 시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약사가 어떠한 정보를 파악하며 그 효과를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은 아직 없다. 지역 약사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자칫 ‘봉사활동’의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한약사회와 정책연구소, 사회약학 분야의 노력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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