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지도만큼 ‘부작용 안내’ 충실해야…신뢰와도 직결
“당위성 못 느껴 참여 적지만 환자 권리 지켜주는 일”

▲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번약국 황해평 약사

‘잘 쓰면 약이요, 잘못 쓰면 독’이라는 속담이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은 특히 이 속담이 말 그대로 ‘유효’하다. 약은 함부로 복용하다간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잠재된 부작용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약물 부작용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일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중요 과제다.

병·의원에서도 보고가 이뤄지지만 약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이자 월등히 많은 외래 환자가 왕래하는 약국에서의 보고도 절실하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약물 부작용을 보고해야 한다”는 서울 풍납동 일번약국 황해평 약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부작용을 보고해 2014년에 이어 올해 하반기 ‘의약품 부작용보고 최우수약국’으로 선정됐다.

“약 구매율 높은 약국이 부작용 보고도 활발해야”

“약사들이 바쁘기도 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끼지 못해 복약상담은 잘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부작용 보고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보고 건수가 많지 않음에도 제가 선정된 것 같아요.” 겸손한 수상 소감을 밝힌 일번약국 황해평 약사도 처음부터 ‘부작용보고 전국 1번째’는 아니었다.

“풍납동으로 약국을 이전한 2010년부터 의약품 부작용보고를 하게 됐어요. 아산병원에서 요구가 있었죠. 당시에는 보고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처음에는 드문드문 하곤 했어요.”

황 약사가 본격적으로 활발한 부작용보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대한약사회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설립되면서다. PM2000과 보고시스템이 연동되어 작성하면 바로 전송이 가능했다. 그러나 단지 보고절차의 간소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환자들이 약국에서 약을 가장 많이 구매하지만 약사보다 대형병원 의사나 간호사의 부작용보고율이 더 높았다”며 “투약 받는 곳은 약국인데 부작용발생 시 문의하는 곳은 병원이 된다. 약사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약사를 위한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편 없는 약 복용 돕는 것도 약사의 역할

일번약국의 의약품 부작용보고 건수는 1월부터 10월까지 총 592건으로 대략 한 달 평균 60여건 내외다. 들쑥날쑥해도 하루 평균 3건 정도.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례를 몇 개 소개했다.

“안압을 저하시키는 안약을 투여한 어르신인데 안약만 넣으면 몸 상태가 다운되고 축 쳐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눈에 떨어뜨린 몇 방울이 전신에 영향을 끼치는 흔치 않은 부작용을 보면서 약사인 저도 놀랐어요.”

이뇨제를 복용해 발기부전 부작용을 겪은 남성 환자도 찾아왔다. 상담 끝에 해당 이뇨제를 출시하는 제약회사에 연락했지만 회사 역시 그런 부작용 사례는 처음이었다. 황 약사는 환자가 의사에게 처방 변경을 요청하도록 지도하며 “부작용 보고는 치료에 불편 없이 약을 복용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약지도에 ‘부작용 안내’ 더하면 환자 신뢰도 향상

“식후 30분.” 복약지도의 단골 멘트다. 황 약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환자들이 원하는 바를 전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환자들은 ‘복용약이 안전한지, 언제까지 복용해야 하는지, 이렇게 복용해도 괜찮은지’ 만큼이나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부작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도 관심이 많다고.

황 약사는 복용약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안내도 반드시 덧붙인다. “환자들은 보통 처방약 그대로 복용해요. 약을 건네주면서 대표적인 부작용 몇 가지를 안내하면 다음 방문 시나 집에서 부작용 관련 문의가 오는데 그 때 자세히 설명하죠.”

이뿐 아니라 특정 약만 남기거나 처방이 변경된 경우에도 환자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메모해 둔다. 이는 환자의 복약순응도 개선에도 직결되지만 약사와 환자 간 신뢰를 쌓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타 약국에서 조제했거나 구입했던 약물도 가져와 상담하기도 한다. 복약상담 횟수와 전화 문의가 늘어나다보니 내방객도 훨씬 많아졌다”며 부작용보고를 진행하면서 환자들이 보내는 ‘신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약국경영에 있어 신뢰받는 약국의 매출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일 터.

황 약사는 “약물 부작용보고는 업무 보는 중에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지만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가치 있는 작업”이라며 “더 많은 약국들이 보고에 적극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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