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 지출의 60% 수준이나 의료비 증가분 감안해야
新 노인 세대 소비 증가…구체적인 노후대비 구상 필요

▲ 삼성생명 헤리티지센터 임태석 팀장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2013년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면서 자녀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한국의 60대 은퇴자 부부는 월평균 생활비로 약 208만원을 지출했다.

관리비나 공과금 외에 따로 들어가는 주거비가 없는 경우에 필요한 액수며, 어디까지나 평균 지출액에 불과하다. 평소 지출이 많은 사람이 은퇴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생활비를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이 은퇴 전 지출의 60% 수준을 유지하며 생활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전체적인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지출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질병에 걸릴 확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의료비가 그만큼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얼마 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아직 은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은퇴 후 예상되는 월평균 최소 생활비를 물었다. 50~60대는 실제 생활비와 비슷한 액수를 꼽았지만 20~30대 젊은 직장인은 실제보다 훨씬 낮은 150만~18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결혼 준비 등에 대비하다 보니 저축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래서 노후 필요 소득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낮춘 것이다.

노년 사회학자 해리스와 콜(D K Harris & E Cole)은 사람들이 노인과 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로 ‘노인은 건강이 나빠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불 속에서만 보낼 것’이라는 인식을 꼽았다.

노인이 되면 먹고사는 것 외에는 딱히 돈 쓸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신세대 시니어들은 기존 노인 세대와 확연히 다른 삶의 질을 추구한다.

이들은 대부분 건강상태가 좋고 자녀에게 의지하기보다 독립적으로 살기를 희망한다. 나이 들어서도 젊은 시절만큼이나 자유롭고 활기차게 보내려는 경향이 강하고 높은 문화적 욕구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해 이전 세대보다 소비 지출 수준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원하는 노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노인이 됐다고 갑작스럽게 하고 싶은 게 없어지거나 소비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많은 돈이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안정된 소득은 생(生)의 마지막까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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