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예방법과 완치방법이 없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자 환자 10명 중 7명이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질병. 바로 류마티스관절염의 현주소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고, 관절파괴를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약제들이 등장하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는다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증상 악화와 진행을 억제하고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이미 손상된 관절과 내부 장기의 회복이 불가능하고, 완치가 어려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절이 손상되고 변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조기에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적절한 약물치료와 운동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대개는 발병 2년 이내에 관절 변형의 70% 이상이 진행된다. 관절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결국 삶의 질과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10월 세계 관절염 주간을 맞이하여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시행한 전국적인 표본조사에 의하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자신의 병명을 아는 데까지 평균 2년 정도가 소요됐으며, 관절통이 발생했을 때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약국에서 파스나 진통제를 구입하거나, 한의원에서 침이나 뜸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병의 심각성을 잘 모르다보니, 치료의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시점을 놓치고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보였는데,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이상 통증이 낫지 않으면 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발병 초기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 계획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관절의 손상과 변형 등을 막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환자들이 류마티스 전문의를 제 때에 만나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4-50대 중년 여성, 즉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어머니 세대이다 보니 온몸이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하고 약을 처방받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남편 또는 자식들이 진료비를 내줘야 병원에 올수 있는 분들이 많은데, 이미 관절 변형이 진행되어 수족을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태에서 만난 환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처음에 아팠을 때 ‘나도 혹시 류마티스가 아닐까?’ 의심을 했지만 류마티스는 검사비가 비싸고, 치료도 비싼 면역약을 평생 먹어야한다는 부담감에 일찍 병원에 올수 없었다고 호소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류마티스학회에서는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삼위일체가 되어 질병을 극복하자는 ‘1,2,3운동’과 ‘골드링 켐페인’을 10여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국가에서도 일부 환자들에게 희귀난치성 산정특례제도를 통해서 지원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또한 환자들의 모임인 ‘펭귄회’에서도 사회적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나, 다른 환우회에 비해 적극적인 활동에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아직도 자신의 병을 알기까지 2년이나 걸리고, 진단 시점에는 이미 관절 변형이 진행되어 버린 안타까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을 위해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일차적으로 류마티스 전문의들은 환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1차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이 질환의 심각성을 열심히 알려야한다.

개원가에서는 일반적인 통증치료에 반응이 없는 관절염 환자들에게 류마티스 혈액검사와 방사선 검사를 꼭 권하고 싶다. 또한 국가는 현재 의료비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혈청음성 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한 다양한 류마티스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지원의 폭을 대폭 넓혀야한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발병 조기에 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생물학적제제를 포함한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한다. 또한 현재처럼 항류마티스약제의 사용을 1차 약, 2차 약, 3차 약으로 엄격히 분리시켜, 효능이 우수한

약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보험급여규정을 개선해서, 초기라도 질병활성도가 높고 예후가 불량할 것으로 생각되는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우수한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회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치료받도록 권면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들이 장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의 삶을 살도록 돕는 것, 이것은 의사와 환자 가족 그리고 국가 모두의 몫일 것이다.

<프로필>
홍승재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박사 취득
現 경희의료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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