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화기내시경 검사, 시술에 따른 의료 수가는 다양한 행위 별로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상부소화관내시경 검사 수가는 의원은 45,700원 병원은 42,360원이다. 그런데 이 비용은 세계적으로 최하 수준이다. 예를 들어 우리와 비슷한 의료 체계를 가진 일본에 비해 약 1/3, 국민소득이 훨씬 낮은 인도의 1/4 수준이며, 사회주의적 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1/14, 나아가 미국 수가의 1/80 정도에 불과하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및 심사평가원 공개 자료에 따르면 상부 소화기내시경검사의 원가는 인건비, 재료비 장비비 간접비 위험도 원가 등을 종합하면 100,066원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원가의 40% 정도로 내시경 수가가 책정된 이유는 약 20년 전인 1997년에 책정된 내시경 장비비에 비해 그 동안 장비비만 해도 약 10배 이상 상승하였고, 그나마 조사된 내시경 시술 상대가치 점수에다 비정상적인 변환지수를 곱하여 턱 없이 낮은 수가가 책정하게 되게 되어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하게 되었다. 또한 사용된 내시경 기구는 약 40분에 걸쳐 철저히 멸균 소독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최소한 18,000원 정도의 소독 비용이 소요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소독 수가가 0원 이라는 점도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이렇게 소화기 내시경 수가가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게 적게 책정되다 보니 생존을 위하여 의료 인력을 감소하고 아주 싼 장비와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하루에 많은 내시경 검사나 시술을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게 되고, 국민 안전을 위한 기본적 소독 지침을 따르기 조차 어렵게 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결국은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환자의 안전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직접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개원가에서는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면 할수록 손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소화기 문제가 있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내시경검사나 시술을 안 할 수 없고, 결국 환자를 유치하여 진료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간과 비용 손해를 감수하면서 내시경 검사나 시술을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 김용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

결론적으로 환자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진료와 안전한 검사 및 치료를 제공 받을 권리를 위해서, 그리고 의료 제공자 측의 입장에서는 제공한 의료 시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극단적으로 낮게 책정된 소화기내시경 수가를 하루 빨리 현실화, 정상화 하는 게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박사 취득

現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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