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줄지만 관절전문의원으로 10년째 지역 파수꾼 자처

MBA, 직원교육 매진하며 개편 준비…1차의료기관 지원 필요

“갈수록 의원급에서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줄어들면서 수술실과 입원실을 접고 비수술적치료로 방향을 선회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외과의사로서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수술 환자이든 비수술 환자이든 저를 찾아오는 모든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고 싶습니다.”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에서 개원 10년차를 맞이하는 본앤본정형외과 조용진 원장은 정형외과 의원급으로는 드물게 수술실과 입원실을 갖추고 환자들을 맞고 있다. 지역의 특성상 생활보호대상자도 많아 경영 측면에서 힘든 것이 사실.

지금까지는 외과의로서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이런 규모를 유지해왔다는 조 원장은 최근 비수술적 치료를 주력하는 병원으로 규모를 축소할지, 장비와 홍보·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규모를 확대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어 이를 결정하기에 앞서 경영공부와 직원교육에 매진하고 있다며, 제2의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을 털어놨다.

‘제대로 된 관절수술하는 정형외과의원’ 컨셉

본앤본정형외과는 2007년 지금 자리에 문을 열었다.

대학시절부터 개원을 염두에 두었던 그는 ‘제대로 된 관절수술을 하는 의원급 정형외과’를 열고 싶다는 목표 아래, 한양대병원에서 2년간 무릎인공관절, 삼성서울병원에서 1년간 무릎인공관절과 어깨관절 전임의로 근무했다. 이후 천안충무병원과 서울시 강남구 마디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아 지난 2007년 본앤본정형외과를 열었다.

현재 본앤본정형외과의 식구들은 13명. 조 원장과 간호사 6명, 물리치료사 3명, 원무부장 1명, 방사선사 1명 등이 환자들을 맞는다. 무릎, 어깨에 특화된 그이기 때문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동네 환자들이다.

때문에 조 원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근처에 중소규모 전문병원이 많아지면서 수술하는 병원으로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 조 원장은“처음에 생각했던 관절전문병원으로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이라 어떻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정체성을 살리고, 한편으로 내가 꿈꾸던 병원을 이뤄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차별성 찾으려 다양한 MBA 과정 섭렵

하지만 무작정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 원장은 제2의 도약을 결정하기 전, 우선 경영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세계경영연구원 MBA과정과 서울대병원 의료경영고위과정(AHP)을 수료하였으며 최근에는 서강대학교 온라인 MBA과정을 밟고 있다. 다른 병원과 차별성 없이 규모만 키우는 것으로는 설 자리가 없다는 위기의식과 더불어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 의료인들의 경영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조 원장은 “여러 MBA 과정을 거친 결과, 결국 보고 드는 것보다 우리 현실에 맞게 찾아서 적용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금이라도 차별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영 분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직원교육’이다.

조 원장은 환자 케이스별로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일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교육을 진행한다. 올해 초기에 도입한 이 회의는 질환별로 케이스를 공부하고, 수술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외에도 직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했다. 순번에 따라 간호사가 케이스 발표를 하고, 조 원장이 이에 대해 보충설명을 하는 식이다. 업무 관련된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 별도로 갖는다.

정부의 ‘1차 의료 활성화’ 노력 필요

하지만 조 원장은 이런 노력 외에 근본적으로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대한민국 의료 환경이 1차 의료기관에서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스템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그는 최근에 시작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대상을 정형외과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고혈압과 당뇨만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보장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현재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어 있어 필요 없는 진료와 수술이 횡행해 보험재정이 누수 되고, 1차의료기관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진료과별로 1차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의들을 활용한다면, 결국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한국의 의료상황이 녹록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개원의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나 역시도 안주하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프로필>

본앤본정형외과 원장

강서구의사회 총무이사

한양대병원 인공관절, 관절경 전임의

삼성서울병원 관절경 전임의

前 마디병원 관절경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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