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신체적 증상 함께 이해…있는 그대로 보는 존경 필요
환자의 행동 ‘왜’보다 ‘그럴 수 있다’는 인정이 소통의 시작

돼지꿈을 꾸면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어떤 경우에는 로또를 사기도 한다. 반대로 악몽이나 좋지 않은 꿈을 꾸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고 아침부터 많은 조심을 하게 된다. 또 너무 생생한 꿈을 꾸게 되면 꿈에 대한 해몽을 하기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하지만 결론은 “꿈보다 해몽”이라는 것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꿈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꿈은 그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기분은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이 바뀌게 된다.

1) 징크스 Jinx

징크스(Jinx)는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 관계적 믿음을 이른다. 이러한 징크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집단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이 있다. 집단의 구성원은 일반적으로 집단의 징크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징크스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징조, 흉조로 번역이 된다. 징조(徵兆)는 어떤 일이 생기기 이전에 그 일에 대해서 미리 보이는 여러 가지 조짐, 또는 그 일이 일어날 기미나 낌새를 말하고 흉조(凶兆)는 불길한 조짐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징크스로 시험 보는 당일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고, 지금은 그리 많지 않지만 숫자 4가 들어간 것을 불길한 징조로 보는 경우도 많았다. 이와 반대로 시험보기에 앞서서 엿을 먹고, 숫자 3이 들어가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발생하는 일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징크스는 사람들의 생각하기에 따라 변화한다. 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로 여기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길조로 생각한다. 까마귀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나라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까마귀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징크스를 미래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로 번역한다면 아마 불안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맞을 것이다. 시험이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도 잘 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시험이라는 부담감, 결과에 대한 불안은 시험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된다. 그리고 시험 당일 미역국을 먹든, 엿을 먹든 시험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것은 미역국보다는 엿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징크스를 일으키는 것은 마음이지만 우리는 징크스를 일으키는 것을 물건이나 어떤 행위로 보고 있다. 매일 시합을 준비하는 운동선수들에게서 자주 보인다.

최고 정상에 오른 김연아 선수도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바로 묵주반지이다. 한 번의 경기로 점수가 매겨지고 정해진 규칙을 모두 지켜야 하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실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하여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구나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게 심리적 부담감이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카톨릭 신자인 김연아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묵주반지를 끼고,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등장하였던 것이다.

농구스타 출신으로 방송에 나오는 서장훈은 시합을 이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징크스가 생겼다고 한다. 시합을 하기 전에 방안에 있는 음료수를 정리하고, 샤워는 정해진 시간에 1시간정도 한다고 한다. 그런 자신만의 징크스는 더 이상 시합을 하지 않는 현재도 지속된다고 한다. 화장대의 화장품을 정리하고, 냉장고의 모든 음식은 가지런히 정리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시합이라는 불안 때문에 생긴 징크스가 시합이라는 불안이 사라져도 몸에 밴 습관처럼 강박증, 결벽증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2) 불안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불안과 불안장애는 현대인에게 흔한 정신질환이다. 과거에도 불안에 관련된 질환은 많았으나 대부분 겁쟁이나 나약한 녀석으로 치부되었을 뿐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뿐이다. 왜냐하면 불안이란 생명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토끼는 풀을 먹으면서도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귀는 소리를 듣고 눈은 소리의 내용을 항상 확인하면서 풀을 먹는다. 인간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물질문명이 발전하면서 불안의 실체가 사라지고 불안만 남아 있게 되었다.

① 불안은 습관과 관습을 만든다

삼시세끼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다. 생존에 가장 알맞게 먹는 방법이 하루 3번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끼면서 삼시세끼라는 단어가 생겼을 것이다. 습관이나 관습 모두 그 당시 생존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었을 것이다. 즉, 습관이란 일상생활 속에서 불안을 없애거나 회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② 불안은 잊혀지지 않는다

전례동화에는 호랑이가 많이 등장한다. 가끔 귀엽거나 멍청하게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로 나온다. 또, 과거에는 전염성 질환으로 죽어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호랑이와 전염성 질환에 대한 불안은 사라졌지만 그 기억은 현재도 존재한다. 흔히 환 공포증(環 恐怖症, 질병에 등재 되어있지는 않다)으로 불리는 증상은 특정 무늬에 혐오감을 나타낸다. 주로 호피무늬, 둥근 무늬가 반복되는 무늬(흔히 물방울 무늬), 해바라기 등에 나타난다. 이러한 무늬는 주로 맹수나 질병과 관련이 있는 무늬이다. 이런 무늬가 나타날 때 인체는 불안을 느끼며 그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또, 일상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공포증도 있다. 이러한 공포증은 다양하며 특정 단어를 공포증 앞에 붙여서 부르게 된다.

③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화가 난 곳에서는 화를 못 내다가 다른 곳에 가서 화를 낸다는 뜻의 속담이다. 과거에는 주로 신분 때문에 나타났다면 현대에서는 많은 사회문제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많은 상거래에서 등등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이럴 때 보통의 경우 참는 것이다. 하지만 한 없이 참을 수는 없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주로 짜증이나 우울로 나타나게 된다.

짜증은 약자에게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고, 우울은 불안이라는 공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나타나게 된다.

④ 불안이 어떠한 형태든 인체는 같은 반응을 보인다

[표 1]의 불안장애의 종류 및 증상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보인다. 바로 HPA axis(Hypothalamic Pituitary Adrenal Axis)의 작용과 교감신경의 흥분(SAM pathway)이다. 스트레스 반응으로 불리는 이 반응은 인체가 생존을 하기 위해서 환경에 적응하는 반응이다. 즉, 불안이 나타나면 인체는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고, 적응이란 불안상태를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불안을 제거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게 되면 신체에서 나타나는 반응(소화불량, 가슴 두근거림, 근육긴장, 발한 등)으로 불안은 가중되고, 가중된 불안은 신체에 더 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불안이 제거되지 못하면, 인체는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신체는 많은 손상이 나타나게 된다.

3) 불안은 인체에서 나타나며 인체의 손상은 불안을 일으킨다

소화제를 사먹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밥을 먹었는데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신경 쓰는 일이 있었더니 소화가 안 돼요.”

진통제를 사먹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아프니까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신경 쓰는 일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파요”

현대의학의 가장 큰 장점은 질병을 세분화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대의학의 가장 큰 단점은 질병을 세분화해서 본다는 것이다. 소화제를 사먹는 사람들조차 정신적 증상과 신체적 증상을 같이 얘기하는데 이 두 증상을 따로 보게 된다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그저 대증요법만 되고 만다.

그런데 정신적 증상을 파악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목에 이물감, 소화불량 때문에 약을 드시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신경성이라는 말이다. 환자 자신은 별로 신경을 쓰는 것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는데 신경성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으니 답답할 뿐이다.

신경성, 불안이란 개인마다 너무나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개미만 보아도 난리가 나는 사람이 있고, 징그러운 뱀을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 있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 즉, 불안이란 그 사람이 싫어하는 모든 것이다. 이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가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공포가 될 수 있고, 불안이 되기도 한다. 이것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은 바로 환자를 존경(尊敬)하면 된다. 존경, 영어로는 respect(어원, re(=back, again) + spect(=look)) 이 말은 환자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다.

“신경 쓰는 일이 있었더니 소화가 안 돼요.”

“아니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

“밥을 먹는데 옆에 강아지가 있잖아요.”

“그래요, 근데 예전에 개한테 쫓긴 적이 있나요?”

“아뇨, 예전에 개를 키울 때마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요.”

귀여운 강아지가 환자에게 해를 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또, 개 때문에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개가 있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강아지는 호랑이보다 더 불안한 존재일 수 있다. 환자가 강아지조차 싫어한다는 것을 ‘왜’라는 질문보다 ‘그럴 수 있다’는 인정이 환자와의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다. 인정을 받은 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노력할 수 있게 되고, 약은 환자의 불안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최소로 줄여 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이다. 꿈을 꾼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다. 해몽은 지금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에 많은 일을 겪었다. 그것이 좋든 싫든 그것은 이미 과거이다. 과거의 기억이 현실을 지배하면 불안을 물리칠 방법이 사라진다. 과거의 기억을 잊을 방법은 없다. 아무리 힘들지라도 과거의 모든 일을 추억으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우리는 항상 순간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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