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권한 찾으려 시작한 동물약, 어느덧 인천대표 동물약국으로
진열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아…충분한 준비와 신중한 접근 필요

▲ 인천 계양구 계산동 인천시민약국 정영욱 약사

병·의원 처방전에 약국의 흥망성쇠를 맡기는 경영은 그만! 이제 약국가는 병원 의존적 경영에서 탈피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기능성화장품 등 조제약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약국의 자생력을 기르자는 변화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동물용의약품도 또 하나의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집계도 어려울 정도로 수가 적던 동물약국은 애완동물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지난 해 3,300개를 넘어섰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동물용의약품을 보유한 ‘인천시민약국’의 정영욱 약사는 약국 개국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약사의 기본적 권한인 동물약의 판매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4백 품목 이상 동물약 보유…인천서 제일 많아

인천시민약국에 진열된 동물약 품목수는 무려 400여 가지 이상. 진열대 절반은 동물약이 차지한다. 물론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10년 이상 약국을 운영해 온 정영욱 약사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동물약을 취급했다.

“2013년도에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되면서 동물약이 약사들 손에서 떠날 뻔한 순간에 동료 약사들과 꺼져가는 불꽃을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마지막 끈을 잡은 거죠.” 약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동물약 판매는 어느새 인천을 넘어 먼 지방에서까지 방문하는 약국이 됐다.

블로그 통한 소통, ‘자가치료’ 돕는 큰 힘

정 약사에게 걸려오는 동물약 관련 복약상담 전화는 하루 평균 100통. 그의 한쪽 귀에는 휴대폰 핸즈프리가 항상 꽂혀 있다고. 그렇다면 정 약사를 찾는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인천시민약국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다름 아닌 ‘블로그’의 영향이 컸다. 동물약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던 정 약사의 블로그는 점차 방문자가 늘면서 지금은 하루 방문자수 2천여명을 자랑한다.

블로그에는 정보뿐 아니라 그의 약국을 다녀간 동물 보호자들의 방문후기도 가득하다. ‘양심적이고 친절하다’, ‘반려계의 성지와 같다’,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설명해준다’ 등 내방객들이 직접 남긴 후기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동물 보호자들이 인천시민약국에 대한 신뢰를 갖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일종의 약국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블로그는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도 기능한다. 약국 방문 전에 미리 질문하는 고객들이나 기르는 동물의 건강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 이른바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self-medication(셀프메디케이션)’을 돕는 것이다.

“셀프메디케이션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정 약사는 의약품의 용량과 용법, 효능 등 정확한 복약지도를 통해 동물 보호자의 자가치료를 돕는 약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과학적 근거 기반한 동물약 정보 제공해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그는 항상 과학적인 근거를 확인한다. 논문 등 문헌이나 임상 근거가 없는 제품은 설명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 약사의 소신. 때문에 수시로 동물용의약품 관련 해외 서적을 읽고 해외 논문을 참조하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동물약만 구비해 둔다고 저절로 판매될까요? 절대 아닙니다. 최소 6개월 이상 충분한 공부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확실하게 복약지도할 수 있는 품목들부터 취급해 나가는 게 순서입니다.”

정 약사는 동물약국을 운영하려면 동물약에 대한 학술 강좌 수강과 세미나 참석은 물론, 꾸준히 공부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보호자들의 ‘마지막 보루’ 약국 되고파

그의 복약지도는 세세하게 항목별로 짚으며 설명해 주는 탓에 15분 남짓이 소요된다. 특히 종류가 다양한 백신을 구매하는 경우 중요사항과 백신접종 정보가 담긴 ‘반려견/묘 백신 복약지도서’도 함께 전달한다.

또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을 개별 포장할 뿐 아니라 약봉투에 용법, 용량과 복용 시 주의사항 등도 부착해준다.

동물 보호자를 향한 정 약사의 섬세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할머니의 병든 강아지에게 무료로 약을 지어주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된 반려견을 약제를 써 살리기도 했다.

도움 받은 사람들이 그에게 고마움을 전한 소소한 경험들은 하나둘씩 쌓이며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보람과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동물 치료를 포기하시는 분들, 힘든 환경에서 동물 키우시는 분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문 두드릴 수 있는 약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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