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땀 많고 구갈 심한 이열증 해소에 적격…인삼 더하면 효과 ↑
영양 골고루 전달해 위장관에 치우친 에너지 균형 잡는 역할도

약국에 있다 보면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열이 많아서 蔘을 먹을 수 없어요”, 내지는 “속열이 있어서 찬물만 마신다” 라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많이 흘려요” 등의 속열에 대한 표현 말이지요.

어려서부터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고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적었지만 요즘은 그런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듯 보입니다. 아마도 식습관이 서구화 된 데 그 원인이 있어 보입니다.

속열이라는 표현은 사전적으로 정의되어 있는 용어라기보다는 경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에 그 용어를 중심으로 환자와 상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속열과 우리가 알고 있는 열(염증으로 기인한 열)과는 본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정의를 내리는 일이 우선인 거 같습니다.

속열에 대한 처방으로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처방은 백호탕입니다. 백호탕은 이열증(裏熱證)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입니다. 물론 승기탕류도 속열을 잡아주는 약이지만 이번 시간에는 백호제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호탕은 양경의 열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약이라고 합니다. 양경이란 태양, 소양, 양명경을 모두 가르키며 표(表), 경(經), 부(腑)의 양의 부위에서의 열 증상을 말합니다. 표라도 기육간(肌肉間)의 열을 말합니다.

보통 양명에 이열증이 극심한 경우 태양, 소양경에 그 열이 파급되면서 전신적인 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사실 열이라는 것은 인체를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병적으로 항진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그럼 이열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첫 번째로는 체질 자체가 열이 많은 경우겠지요. 이 경우는 어려서부터 열이 많거나 땀을 많이 흘리거나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겠지요. 예전에는 이런 체질이 문제가 되질 않았지만 요즘처럼 아이들을 학원 학교 등에만 가두는 상황에서는 아이가 열을 발산시키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는 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감기 등을 앓고 그 사열이 표에서 이로 들어온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기가 시작된 초기에는 태양(땀이 나지 않고 열만 있는 상태) 소양(땀이 나다가 안 나다가를 반복)의 단계를 거쳐 양명으로 열이 들어가면 惡寒은 없고 오히려 惡熱하며 땀만 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양명열이라고 하지요.

세 번째는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경우인데요. 열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이 그 원인인 듯 보입니다. 열량이 높은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 열을 높이는 음식(홍삼 등)을 몸에 좋다고 지나치게 복용하다 보면 어느새 열이 많은 체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열증의 증상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1. 갈증이 많이 생깁니다. 위장에 열이 많고 진액소모가 많기 때문에 갈증이 자주 생기는데 물을 그것도 찬 물을 많이 마십니다. 찬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던지 찬 과일만 찾아도 이에 해당합니다.

2. 답답한 곳에는 잘 들어가지 못하거나 열 자극을 싫어하는 상태일 것입니다. 겨울에도 답답하다며 창문을 열거나, 사우나를 잘 들어가지 못하겠죠.

3. 땀을 많이 흘릴 것입니다. 땀은 기본적으로 열을 식히기 위해 나는 것이므로 이열이 성할 경우엔 전신적인 다한출이 생기게 됩니다.

4. 가슴이 답답하고 맥이 크게 뜁니다. 에너지 소비가 과다해지면 진액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진액의 손실은 다시 심박을 증가시키는 등의 행위를 통해 혈액의 추가공급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심장에 무리가 오게 되고 답답한 증상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5. 피부가 건조하고 입술도 건조하게 됩니다. 땀을 많이 흘려 진액이 부족해지면 갈증도 많이 나고 피부도 건조해 지겠죠.

그러면 이열(속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된 것 같으니 裏熱을 다스릴 수 있는 백호탕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백호탕

백호탕은 석고, 지모, 감초, 갱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인삼만 추가하면 백호가인삼탕이 되는 것이므로 우선 백호탕의 본초를 살펴보고 해석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석고

석고는 CaSO4·2H2O로 칼슘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석고는 칼슘의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번조 및 동계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보입니다. 용골 모려도 칼슘으로 작용하는 약제인데 모두 진정기능이 있는 약제들입니다.

석고는 체온조절중추를 억제하여 열을 내리는 기능이 있고 그 과정에서 발한을 억제합니다.

석고는 갑상선 항진증과 같은 대사항진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갑상선 항진으로 인한 다한, 전신발열에 도움이 되고 오래 사용할 경우 부갑상선의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혈액을 心肺 주위로 모이게 하여 열로 인해 뇌에서 소모된 혈액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煩渴을 다스리게 합니다.

지모

지모 역시 석고와 같이 열을 내리는 기능이 있는 약입니다. 갈증과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데 마른기침, 뼛골이 쑤시고 조열이 나며 식은땀이 나는 증상에 진액을 생성하여 치료를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백호탕에서야 지모가 석고에 밀려 부각되지 않지만 지모도 진액을 보충해서 열을 내려주는 약으로 석고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초. 갱미

갱미는 비위기능을 도와 기운이 나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열을 끄는 약만 쓰기에 위장기능이 상할 수 있어서 완충의 역할로 감초와 갱미가 사용이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 인삼을 더해주면 백호가인삼탕이 되는데 이것은 백호증이 심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진액이 소모된 경우에 진액을 더해주기 위해 인삼을 넣어준 것이라고 해석하시면 됩니다.

백호탕은 열을 내리고 기운이 나게 하며 진액을 생기게 하는 약인 것인데요. 열을 내리는 약으로 석고는 체온조절중추를 조절해서 열이 과하게 생산되지 않도록 하고 지모가 폐와 위의 열을 내려 열을 식히는 기능을 하며 갱미와 감초로 약의 부작용을 줄이고 석고 등으로 인해 위가 상하지 않게 만든 약인 겁니다.

傷寒論曰, 三陽合病 腹滿身重, 難以轉側 口不仁, 面垢, 譫語遺尿, 發汗則語甚, 下之則 額上生汗, 手足厥冷, 若自汗出者, 白虎湯主之.

상한론에 이르길 삼양의 합병으로 배가 그득하고 몸이 무거우며 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섬어(헛소리, 잠꼬대 등)를 하며 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지리고, 땀을 내는 치료를 하면 섬어가 심해지고 하법을 사용하면 이마에 땀이 나고 수족이 냉해지고, 만약 스스로 땀이 나면 백호탕으로 치료한다.

몸이 무겁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은 양명열로 인해 기가 잘 돌지 못해 곤란하다는 것이지 아주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복만은 위열이 심해서 복부가 팽팽해 진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실증의 변비와는 다소 다른 상태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팽만해 보이지만 누르면 쉽게 들어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축구공에 공기가 꽉 차 있는 것 같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되지요. 만약 복부를 눌러도 들어가지 않으면 방풍통성산이나 대승기탕의 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口不仁은 입맛이 쓰면서 도무지 음식 맛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면구(面垢)는 얼굴이 지저분해 보이고 눈곱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진액이 빠져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혀가 맛을 못 느낀다며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기억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다만 음식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지 밥을 먹지 못하는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섬어는 위장관의 에너지 소비가 지나치게 커서 뇌로는 충분한 양의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해 보도록 하죠. 에너지의 소비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어 뇌와 손, 발 등 다른 조직으로 충분한 양의 혈액이 공급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헛소리를 하거나, 잠꼬대(이를 가는 것도 포함)를 심하게 하게 되고 손발 역시 차가워 질 것입니다.

결국 백호탕은 위장관의 에너지 소비가 지나치게 항진이 되어 있어 오히려 몸의 구석구석은 충분한 영양을 받지 못하고 에너지 불균형이 온 상태를 개선하는 약이라고 보여집니다. 백호탕 증을 건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은 힘도 좋고 체격도 좋은 사람입니다.

단 그것이 병적으로 치우쳐 기운이 없고, 피부가 거칠고, 손발이 냉하며, 땀을 많이 흘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흥분을 가라앉게 만들고 영양이 골고루 번져 나갈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여기에 적합한 약이 백호탕(백호가인삼탕)인 것입니다.

그러면 백호탕은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요?

1. 기본적으로 백호탕은 체질적인 열을 내릴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백호탕은 에너지가 과항진되어 열이 나는 것을 조절하기 때문에 백호탕은 냉수를 자주 찾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많은 사람의 체질개선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구내염에 쓰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국에서 사용하는 구내염용 비타민과 연고류를 사용했을 때 효과가 없다면 생약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백호탕은 위장관의 열과 염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으므로 만성적이고 호전되지 않는 구내염을 치료하는데 있어 백호탕을 잘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필자는 소시호와 팔미에 백호제를 사용하는데 단기간 사용해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곤 합니다.

3. 구취의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구취는 위장관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위장의 열이 너무 뭉쳐있을 때 발생하는 것인데, 백호제와 향사평위산 인진호탕을 같이 쓰면 아주 심한 구취의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4. 아토피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한증으로 진액이 부족해지면 피부가 건조해 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아토피가 온 경우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체격이 비만한 사람의 수장박피증에도 쓸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5. 여름에 더위 먹은 증상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찬 물을 계속 찾고 찬 음식만 먹으려고 하는 증상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6. 다한증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갈증을 많이 느끼고 열이 많은 체질의 다한증 치료에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속열(이열증)과 백호(가인삼)탕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과립제로는 인삼백호탕이 나오고 있으니 한방을 시작하는 약사님들도 한 번 고려해 보고 잘 사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약사의 임상은 약사가 얼마만큼 정확하게 약을 아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호탕 하나를 이해하는데도 이렇게 기억해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물론 이와 다른 의견을 가진 약사님들도 계시겠지만 임상가로서 이정도의 내용은 반드시 꼭 숙지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 승기탕류의 약이 판매가 부진한 이유로 생산을 중지하게 되었습니다. 익수제약에서 소화제 물약 형태로 나오던 것인데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백호탕과 같은 약도 임상의 중요성과는 달리 수요가 부족하면 사라질 수도 있는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약사님들이 사용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많은 약사님들이 백호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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