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지친 삶 위로해 줄 뿐 결코 삶 바꿔주지 않아
약사는 환자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생명이란 항상 다른 생명체와 경쟁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이 호흡기 관련 질환이다. 호흡기 질환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나며,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관련이 많고 대부분 자연적 치료(면역기능에 의해서)가 가능한 질환이다. 연령별 대표 질환을 보면 세균성 질환보다는 인체의 문제로 나타나는 질병이 많다. 인체의 문제로 나타나는 질병은 수술이나 약으로 그 질병을 완치하는 것은 어렵고, 나이가 들수록 질병은 하나씩 늘어나면서 속된 말로 스스로를 종합병원이라 부르는 환자들도 늘어나게 된다.

1) 괴물 Monster

괴물은 만화나 영화, 게임 등 대중매체 속의 공포의 대상으로 나타난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고질라, 봉준호 감독의 괴물, 부산행에 나오는 좀비 등 괴물의 형태는 다르지만 괴물은 잔인함, 잔혹함,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몬스터 호텔(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2013년)에서 나오는 괴물은 다른 괴물과 다르게 인간을 무서워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대중매체 속의 괴물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며, 결국 인간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다. 아무튼 괴물이 가장 괴물다우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괴물에 대한 조건으로 공의 경계(空の境界, 일본의 소설. 저자는 나스 키노코)에서 다음과 같이 나온다.

① 괴물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② 괴물은 정체불명이어야 한다.

③ 괴물은 불사신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위의 세 가지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조건들이다. 1번 항목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이므로 협상이나 설득, 갖가지 동정심 유발의 여지를 없애며,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2번은 “정체가 밝혀진 공포는 공포가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3번 항목은 죽일 수 없는 괴물이라면 결국 그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고, 도망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포가 가장 극대화된다는 의미이다.

2) 괴물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리너구리를 처음 본 인간은 기이한 생명체 즉, 괴물로 생각했다. 오리너구리는 오리와 같은 주둥이와 물갈퀴를 가지고 있으며, 몸통은 수달과 비슷하고, 꼬리는 비버처럼 넓적하다. 또, 포유류이면서 알을 낳고, 수컷은 뒷발에 큰 가시가 있으며 신경독을 가지고 있다. 오리너구리가 무엇인지 아는 순간 오리너구리는 더 이상 괴이한 생명체가 아니라 생명의 진화과정 중에 생존하고 있는 다른 생명체일 뿐이다. 물론 깊은 바다 속에는 인류가 알지 못하는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으나 그 생명체도 결코 괴물이 될 수 없다.

괴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괴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저, 괴물 같은 놈”

“저놈은 사람이 아니고 괴물이야”

여기에서 말하는 괴물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은 경우 많이 사용한다. 좋은 의미로는 운동선수, 가수 등 어느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괴물 투수라고 불리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가 있고, 한국에서는 류현진이 이렇게 불린다.

MBC프로그램 중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하현우)이 등장했을 때도 괴물보컬로 불리었다. 부정적 의미로는 인간성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흔히 반사회적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 APD)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도덕·양심적 판단을 지각할 수 있으나, 타인을 속이고, 범죄 행위를 하는 데에 서슴없으며, 타인에 공감하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여기에 속한다.

3) 인간은 괴물을 만든다

인간은 겁이 참 많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많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자신을 지켜줄 강한 무엇인가를 찾았다. 태초에는 사자, 곰, 호랑이 등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물이나 태양 같이 변하지 않는 자연을 신성시 하였고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생각했다. 인간이 만든 도구는 사자, 곰, 호랑이 보다 인간을 더욱더 강력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이러한 것들을 신성시 하지 않게 된다. 신성시 하던 것이 없어지더라도 인간은 그 자리를 용이나 봉황 등 다른 것으로 만들어 놓고 그것을 숭배하였다.

인류는 끊임없이 도구를 발전시키고, 도구의 발전은 문명을 발전시키고, 문명의 발달은 인간 생존이 늘어나면서 많은 법과 제도를 탄생시켰다. 법과 제도는 인간이 살면서 인간끼리 나타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살인을 막고,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것을 막아주며, 개인의 삶을 영유하게 도와준다. 법과 제도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개인의 자유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법과 제도가 완벽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인류의 역사는 발전을 하였다.

현대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물질문명이 발전한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 인간이 신성하다고 여기며 숭배하였던 어떤 것도 물질문명 앞에서는 무기력하며, 법과 제도는 물질문명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기준,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일까
위에 적었던 괴물을 다시 한 번 보자. 괴물은 말이 통하지 않고, 정체가 불분명하며, 절대 죽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기준은 내가 만들지 않았지만 인간이 만들었다. 나는 이 기준이 싫다고 말하지만 세상은 말이 통하지 않고, 사회적 기준은 변화무쌍하여 내가 얼마큼 출세를 해야 잘하는 것인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리고 경쟁이 난무하는 사회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세상 기준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지만 도망칠 길이 없고, 나는 세상 기준을 이기려고 하지만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세상의 기준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준에 맞추어서 살아야 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는 패배자, 루저(loser)가 되고 만다.

나는 결코 패배자가 아닌데 사회적 기준은 나를 패배자로 만들었고 내가 보는 사회적 기준은 어느 순간 괴물이 되어있었다.

4) 삶에 지친 사람을 위하여

삶에 쫓기고 지친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약국이다. 이런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얘기한다.

“○○○없애주는 약 주세요, ○○○ 낫는 약 주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꼭 하는 말이 있다.

“빨리 낫게 해주는 약으로 주세요.”

이 사람들은 지금 당장 아픈 부분이나 불편한 것을 없애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방문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약을 먹고 빨리 자신의 불편한 것을 없애려는 것일까?

우선 아프니까 그렇다. 아프면 힘들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하니까 그렇다. 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고 한가하게 쉬면서 아픈 것이 없어질 때까지 쉴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큰 이유가 하나있다. 약이란 지친 삶에 대한 위로(慰勞)이다.

힘들고 지칠 때 도저히 움직일 수도 없고 잠을 잘 수도 없을 때 약만큼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없다. 약은 잠이 안 올 때 잠을 잘 수 있게 해주고, 야근을 해서 피로한데 피로를 없애주기도 하고, 인체의 이상을 치료해 준다. 근데 약을 먹을 때만 좋아지고 약을 먹지 않으면 다시 나빠진다.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약이 필요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다. 약은 지친 삶을 위로해 줄 뿐 결코 삶을 바꿔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지쳤을까?

바로 사회적 기준이라는 괴물 때문이다. 명절날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구직자는 “아직 취업 못했니”, 직장인은 “결혼 언제하니, 돈은 모았니”, 결혼 한 사람은 “얘기 언제 낳니”, 학생은 “○○은 이번 시험에 1등하였다고 하더라” 등등 모든 질문의 기준은 사회적 기준에 의해서 하는 것이고 이것을 들은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죄인 같고 패배자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명절날 뿐 아니라 사회적 기준은 항상 나와 같이 존재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드라마나 TV를 볼 때도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사회적 기준을 맞추어서 살아야 하기에 삶이 지치고 마는 것이다.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를 들으면 많은 위로가 된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많은 노래가 있지만 이 노래를 적은 이유는 노래 가사 때문이다.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대 아픈 기억을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라고 하고, 그대 힘든 일은 그대 탓으로 생각해 버리란다.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내 탓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말라 하고, 새로운 꿈을 꾸라고 한다. 이 노래는 과거에 대한 한마디 위로도 없다. 과거에 그렇게 살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후회하지 말라하고 새롭게 시작하라고 한다.

약사는 환자의 지친 삶에 대한 위로로 약을 주면서 환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우리가 사회적 기준을 바꾸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사회 탓만 하면서 그냥 참고 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사회적 기준이라는 괴물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면서 한 가지 빼 놓은 것이 있다.

바로 나와 나와의 관계이다.

내가 삶을 살고 있지만 날 위해서 살지 않고 있다. 나는 사회적 기준에 의해서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가정생활을 할 뿐 나를 위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만을 위해서 움직이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나는 오늘도 나를 돌보지 못하고 있다.

약사는 환자에게 약을 주면서 환자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사회적 기준에 떨어졌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해야 하며, 힘든 삶을 살지만 꿈을 가지라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약사는 환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해야 한다.

약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환자가 직접 해야 하며 그것을 약사가 알려주는 것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나는 일기를 쓰라고 한다. 그냥 일기를 쓰는 것도 좋지만 “선물 일기”를 쓰라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선물일기는 나에게 하는 선물일기이다.

요즘 TV광고 중에 박카스 광고가 나온다.

여기에 힘들게 일하고 삶에 지친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문구가 “난 오늘 나에게 박카스를 사줬습니다”라고 나온다. 내가 사먹었든 나에게 사줬든 박카스를 먹은 행위자체는 똑같다. 하지만 인식의 차이는 너무나 크게 나온다. 나에게 박카스를 선물했다는 것은 오늘 수고한 나에게 하는 작은 위로가 된다. 작은 위로는 삶에 대한 긍정의 에너지가 생기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환자에게 약은 작은 위로이다. 하지만 위로만으로 삶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내 삶을 바꾸는 것은 내 자신이고 나 자신을 사랑해야만 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고 새로운 삶은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약을 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변해야 하고 환자가 변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해야 하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한테 하는 작은 행위라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선물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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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나무위키검색, 괴물
동아일보, 한국인 연령대별 최다발병 질환은…, 2008-06-28
한겨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앓는 질병 1위, 2015-07-26
TV 박카스 광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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