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부과체계, 원격의료 등 똑같은 이슈 반복
구설수 심평원 집중 질타, 고 백남기 사망 주목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매년 다뤄왔던 이슈들을 반복적으로 다루며 ‘재탕, 삼탕’이라는 비난 속에서 치러졌다.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양승조)는 9월 26일부터 27일까지 정부 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 시작으로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올해 복지부 국감은 지난해와 같이 메르스 등의 빅이슈가 적고, 초선 의원이 많은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기존에 논의되어 왔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원격의료와 보건의료 면허관리 등의 현안들이 두루 거론됐다. 여기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반쪽국감’이라는 불명예로 막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평원 국정감사는 10월 4일 원주에서 여야 의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지만 국감 파행에 대한 여·야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오전 일정의 대부분이 할애됐고 양 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사태’에 대해서도 오전, 오후 일정 내내 설전을 벌였다.

건보부과체계 개편, 건보공단에 넘겨야
복지부 국감 첫날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집중 질의가 이뤄졌다.

더민주 남인순 의원은 “2013년에 국정과제로 삼은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 했는데 갑자기 취소됐고 올해는 국정과제로도 채택되지 않았다”며 “개편을 미루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 발표 시기에 대한 질의에 정진엽 장관은  “연내에는 힘들다. 시간이 필요한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더민주 정춘숙 의원은 “3년째 국감때마다 개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개편 작업에 의지가 없다면 개편 주체를 차라리 공단으로 넘겨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호한 ‘만관제-원격의료’, 복지부도 헷갈려
만성질환관리제가 원격의료라는 보건복지부의 발언이 국감장에서 나와 주목을 이끌기도 했다. 그동안 복지부는 만관제와 원격의료 상관성에 대해 부인해 왔는데, 민관제와 원격의료의 상관성을 묻는 더민주 정춘숙 의원의 질문에 정진엽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민관제는 큰 범위에서 보면 원격의료라고 말할 수 있는데, 직접 처방은 하지 않고 대면진료와 대면진료 사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답변한 것. 이후 정 장관은 “원격의료는 의사가 환자 진료를 하며 처방하는 행위지만, 만관제는 처방이 아니라 전화상담을 중심으로 한다”며 “만관제는 모니터링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원격의료라기보다는 '상담'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일부 수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원격의료 도입에 있어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김상훈 복지위 간사는 원격의료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원격진료가 이뤄지면 동네의원이 대형병원에 환자를 빼앗길 것이란 우려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에 정진엽 장관은 “원격의료는 의료취약지에서 보충적으로 공공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원격의료는 동네의원 중심이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고 동네의원을 활성화할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민주 기동민 의원은 “(원격의료가)의료영리화를 앞당기는 것 같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대형병원은 번창하고 기초병원은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대형병원이 좋은 게 아니다.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한다고 의료법에 명시돼 있어 영리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입장을 일축했다.

복지부 “직역간 갈등, 사회적 합의 전제돼야”
복지부 국감 이틀째인 27일에는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치과의사 보톡스 및 프락셀 판결 등 각 직역 간의 역할 정립이 복지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민주 정춘숙 의원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의협 추무진 회장에게 보톡스 프락셀 판결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추무진 회장은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는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 외 만약 면허제도를 두고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환자들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면허를 받고 나서도 전문의 제도를 둬서 학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이후 연수교육이나 평점을 통해 전문적인 공부를 더 하는 것은 국민건강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사각지대에서 임의적으로 치료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각 직역의 역할을 정립하는 게 복지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각 직역의 전문성을 갖고 의협과 한의협 등 양 단체가 책임감 있게 결론을 도출하라고 주문했는데도 정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당시 한의협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론적으로 상대 단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됐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진엽 장관은 “직역간 갈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참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현재 중단된 협의체를 의사와 한의사 등 전문가는 물론 시민단체 등 국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결점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증인 출석이 끝난 추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의사, 한의사가 함께하는 협의체에 국민이 참여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전문적 분야인데 함께 참여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의료계와 한의계 양측 간의 의견차가 워낙 크다보니 성과도 없이 협의체가 중지된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일방적으로 이끄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국감 파행, 野“사과해라”VS 與 “민생 챙겼다”
건보공단 및 심평원 국정감사는 원주 공단 본원에서 진행됐다. 처음으로 여야 모두 참여한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였지만 일주일간 불참한 새누리당의 책임을 묻는 설전으로 시작됐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본 국감 회의에 들어가 기 앞서서 새누리당 위원님들께서 그간의 이런 모습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사과의 표현을 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박인숙은 “상당히 유감스럽게 들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국회의원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국감이다. 국감이 일주일 동안 파행을 빚은 것에 대해서는 뭔가 새누리당에서 말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국민의 시각이라고 본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은 “그간 일주일간 국감에 불참했던, 민생을 챙기는 일에 대해서 소홀히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국감장에만 없었지 정책 질의하고자 했던 것은 다 배포를 했다”고 비난했다.

공단 “건보부과체계 재산 고려”…심평원은 집중 질타
이어 진행된 국감에서는 복지부 국감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건강보험 부과체계와 관련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의 입장이 나왔다. 성 이사장은 보험 부과체계 개편에 대해 동의하며 “소득 뿐 아니라 당분간은 부과대상에 재산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시뮬레이션이나 검토는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성 이사장이 “정부가 표심 때문에 건강보험 개편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인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틀 후 긴급브리핑을 열어 “성상철 이사장의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의 취지는 어디를 특정한 것이 아니고,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해 개편의 현실적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대리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번 국감의 꽃은 심평원이었다. 올해 초부터 골프 접대, 셧다운 사태 및 은폐, 강압적인 현지조사로 인한 개원의 자살 사건까지 각종 구설수에 끊이지 않아 집중 조명과 질타를 받은 것.

새누리당 김순례 의원은 이 같은 문제들의 원인이 서정숙 상임감사의 근무 태만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서 상임감사는 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심사를 앞두고 4월까지 총 52회에 걸쳐 국회에 방문했다. 이는 근무일수 4분의 1에 해당된다. 김 의원은 “언제부터 심평원이 여의도 지사를 갖고 있었냐”면서 “심평원 업무는 소화하지 못한 채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한 일정에 심평원 관용차량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또 “심평원은 ICT 블랙아웃과 골프접대 사건 등 올해 발생한 심평원 사태를 놓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감시하는 자리가 상임감사임에도 서 상임감사는 선거 출마 작업을 하면서 심평원에 지장을 준 것 없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게다가 김 의원은 심평원 손명세 원장이 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서 상임이사는 자진사퇴 해야 한다. 심평원에 아무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서 상임감사의 발언은 이기적인 행태”라고 책임을 물었다. 이에 손명세 원장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심평원은 강압적 현지조사로 의사가 자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질타를 받았다.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은 “현지조사로 인해 의사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심평원의 현지조사 과정에서의 압박감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도 현지조사의 투명성 확보, 사전 계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손명세 원장은 “건보공단의 현지확인과 심평원의 현지조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현지조사 과정을 투명화하는 데 노력하는 데 노력 중”이라며 “특히 EMR자료를 분석해 조사 정확도를 높이되,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진료비 부당청구, 조사거부 등을 하는 요양기관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거짓청구에 대한 처벌수위가 더 높아 의료기관들이 이를 악의적으로 부당청구로 바꾸고 있고, 또 조사 거부 시 업무정지가 1년뿐이어서, 거짓청구 기관들이 조사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처분을 내리는 사례도 많다는 것.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실태를 인정하며 “거짓청구가 10% 이상이면 형사고발 중이며, 6개월간 명단을 공개하고,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는 등 처벌을 보다 강화 중이다. 시스템을 정비하는 동시에 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점검체계를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현재 조사 거부율이 1% 정도인데, 이를 더 낮추기 위해 복지부와 같이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며 “조사를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DUR(Drug Utilization Review) 시스템에서 금기 약물에 대한 구멍이 발견되기도 했다.

더민주 전혜숙 의원은 “DUR 시스템을 추진한 이유는 이런 의약품 오남용의 부작용, 나아가 건보재정과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현행 DUR 운영체계 가장 큰 문제는 심평원이 관리하는 약물금기를 무시한 채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더 어이없는 것은 알람 경고에도 불구하고 DUR 금기사항이 생략되는 항목이 있다”고 비난했다.

전 의원은 “약물금기 경고가 확인되면 의사와 약사가 의약품 처방·조제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얻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상철, 손명세 “백남기 사망원인은 외인사”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해 11월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의식을 잃고 입원했지만 결국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놓고 여야가 대립했다. 특히 의사출신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손명세 원장이 “상식적으로 외인사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더민주 기동민 의원이 “의료인 출신으로서의 판단을 말해달라”고 질의하자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답변을 통해 “그동안의 정황과 언론보도, 객관적 근거들에 비춰봤을 때 외인사로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손명세 심평원장도 “실제 주치의의 판단과 주장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백남기 농민은 상식적인 의료인으로 판단하자면, 그간의 정황으로 볼 때 외인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이에 기 의원은 “소신있는 답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은 손명세 심평원장에게 “공공기관 수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의 사견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의사출신인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은 것뿐이고, 또 사망진단서 관련 문제는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니면 어느 위원회에서 다루겠는가"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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