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농공대학(東京農工大學)의 엔도 아키라(遠藤章) 특별영양교수(82)는 1970년대에 심장병과 뇌졸중등의 계기가 되는 콜레스테롤을 내리는 ‘스타틴’으로 총칭한 약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항생물질인 페니실린과 필적하는 획기적인 효과가 있고, 지금도 세계에서 매일 4000만 명 이상이 투약하고 있다. 세계에서 연간 매상고 약 4조 엔을 기록한 적도 있는 대형 의약품이지만 개발의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엔도씨는 66년부터 68년까지 당시 일했던 산쿄(三共)(현재 第一三共)에서 미국 뉴욕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료대학에 유학했다. 그 시절 스테이크를 먹고 있던 미국인이 자신을 피해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미국인은 콜레스테롤에 민감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람이 연간 60만~80만 명에 달했고,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인 콜레스테롤을 섭취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 콜레스테롤을 내려주는 유효약은 아직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돌아가면 발견해보자’고 결심했다.
귀국 후, 사내에 발효연구소가 설립되고 자신이 연구테마를 선택해야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아리마 코우(有馬洪)소장(고인)에게 ‘콜레스테롤 저하제 연구를 하고 싶다’고 의뢰한 후, 71년에 4명 연구자의 프로젝트 팀을 결성했다. 쥐의 간장(肝臟)에서 적출한 콜레스테롤 합성에 관계된 효소에 초산(酢酸)과 곰팡이 등에서의 적출액을 더해 합성 열쇠가 되는 환원효소의 조해제(阻害劑)를 찾기 시작했다. 약6300종류의 곰팡이 등의 적출물질을 조사하여 73년 7월, 교토(京都)의 미국 판매점에서 채취한 파란 곰팡이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콤팩틴(compactin)'을 발견했다.

74년 1월부터 중앙연구소에서 쥐를 이용한 동물시험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내려가지 않고 연구는 중지되었다. ‘왜 효과가 들지 않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생각해 조사해보니 쥐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낮기 때문에 듣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엔도씨는 ‘혈중콜레스테롤이 높은 동물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76년 3월부터 닭 먹이에 콤팩틴을 섞어 닭에게 먹이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반 정도 내려갔다. 개 또한 같은 결과가 나왔다.

76년 8월, 콤팩틴의 개발은 부활했지만 77년 4월 쥐의 시험에서 간독성이 나와 또 다시 중지되었다. 포기하려던 무렵 오사카(大阪)대학의 야마모토 아키라(山本章)의사로부터 18세 중증환자 치료에 콤팩틴을 사용하고 싶다는 의뢰를 받았다.

투여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78년 여름까지는 9명의 중증환자로 치료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30% 정도 내려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콤팩틴의 개발은 다시 부활했다. 엔도씨는 ‘몇번이나 벽에 부딪혔지만, 그때마다 아리마(有馬)소장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감회가 깊다고 했다.

78년 11월부터는 임상시험이 시작되고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2년 후에 갑자기 전면중지가 되었다. ‘개의 장기독성시험에서 발암성이 인정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78년 말에 같은 회사를 거쳐간 엔도씨는 농공대에서 그 사실을 접했지만, 지금도 시험의 결과에는 회의적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제약회사인 머크는 콤팩틴과 구조가 닮은 ‘로바스타틴’을 발견하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려되었지만 발암성이 없는 것을 증명하고 87년에 세계에서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산쿄는 머크에 뒤쳐져 89년에 일본에서 ‘프로바스타틴(상품명 메바로친)’을 발매했다. 제약회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콤팩틴과 같은 구조를 가진 7종류의 스타틴을 시장에 내놓고,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한다.

현재 제약회사는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 등이 지닌 유용한 천연물질 찾는 것을 거의 멈추었다. 하지만 엔도씨는  ‘미생물에서 물질을 찾는 연구는 머지않아 부활합니다. 연구자가 얼마나 허세를 부려도 자연에는 이기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겠죠’ 라고 대담하게 예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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