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3동의 구석진 골목 사거리. 그 중심 인근에 자리한 아담한 한 약국. 정은약국의 문에는 “교육하러 다녀온다”는 팻말이 종종 걸려있다. 멀리서 처방전을 들고 찾아 온 환자들은 아쉽게 돌아선다.

정은약국의 서기순 약사는 21년째 ‘의약품 안전사용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다. 오랜 시간 이곳저곳을 누비며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앞장서 온 그는 타 강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는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의 약안전사업교육 강사단장을 맡게 됐다.

▲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정은약국 서기순 약사

약의 순기능, ‘교육’ 통해 온 국민이 누리도록

“본부 임원들과 함께 보다 ‘체계적인 의약품 안전사용교육’의 기틀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서 약사는 현재 소수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일회성으로 끝나는 교육이 아닌, 점점 높아질 교육 수요에 발맞춰 단계별 교재와 교안을 준비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국민들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우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정비가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2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학교, 요양원, 병원, 센터 등에서 강의를 진행한 그는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으로 “약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에게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 ‘앞으로는 약사한테 미리 물어 봐야겠다’라는 말을 들을 때를 꼽았다.

이는 복약지도에 소홀한 약사들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서 약사는 “건강생활에 약이 꼭 필요한 만큼 ‘약 바르게 알고 쓰기’ 교육은 전 국민의 생활전반에 걸친 안전교육의 일환으로, 많은 약사들이 참여해야 복약지도 시 어떤 약물에 관해서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 속에는 치료 목적의 의약품 외에도 접하기 쉬운 다양한 형태의 중독성 약물들-고카페인 음료, 담배, 술, 마약류 등-이 많다. 그는 “몰라서 중독에 빠지게 되는 비극이 없도록 미리 경각심을 고취하는 오남용 예방 차원의 교육을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독이 되지 않는 약’ 본연의 순기능만을 온 국민이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프약국 운영, “약사 본연의 역할 한다는 뿌듯함 커”

서기순 약사의 바쁜 일정은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20년째 약사회 회무 활동을 이어가며 서울시약사회가 주관하는 ‘파지수거어르신·가출소녀 돌봄약국’ , ‘세이프약국’ 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서울시약안전사용교육단의 ‘빨강망토 인형극단’에 합류, 학생들에게 인형극 공연을 통해 의약품의 올바른 이해와 안전한 사용 습관을 알려 주었던 경험이라고.

이런 활동들은 약국 경영에도 크고 작게 도움이 됐다. 특히 ‘세이프약국’은 서 약사가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는 데 크게 일조했다. 병원 의사의 말보다 약사인 본인의 말을 더 신뢰해 그의 설명을 들으려 찾아 온 주민도 있었다.

서 약사는 세이프약국이 환자가 약사에게 마음 편히 묻고 상담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세이프약국 상담을 통해 치매로 의심받던 환자의 증상이 약물 부작용에 기인한 것임을 밝혀내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되찾아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세이프약국 서비스 중 가장 성공하기 어렵다는 금연클리닉에서 많은 환자들의 금연을 직접 격려하고 이끌어 내기도 했다.

“세이프약국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윤 추구라는 선입견이 배제된 상담이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함께 모색하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상담에 1시간을 넘길 때도 있고, 수시로 약국을 방문해 묻는 질문들에 의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지만 약사본연의 역할을 한다는 흐뭇함이 더 큽니다.”

서 약사는 복약지도를 ‘내가 듣고 싶은 도움말’이라는 생각으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신뢰를 쌓고 단골고객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이라고 밝혔다.

주민 건강 돕기 위해 “공부, 또 공부”

수시로 부재중인 약국이지만 그의 고객들은 종종 처방전을 받아 들곤 서 약사를 기다린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고자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그는 “약사의 일이 참 좋다”고. 그래서 약사들이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경쟁이나 처방전 수용에만 매달려 이윤추구에 진력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주민 가까이에서 만성질환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생활개선과 영양요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함께 실천해 보고 싶다”는 서 약사. 부지런한 그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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