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천궁 등 약재 배합하면 어깨뭉침·축농증에도 응용
無汗 개선…노폐물 배출·영양 공급·止瀉·혈액 순환에 효과

약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방제품은 어디까지나 갈근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까진 한방 전문 회사에서만 나오던 파우치 형태의 제품이었던 것을 한방제품을 전혀 취급하지 않는 제약회사에서까지 출시할 만큼 갈근탕류의 약들은 약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갈근탕 하면 갈근과 더불어 먼저 생각나는 본초로 마황이 있습니다. 마황은 에페드린의 원료의약품이기도하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약사님들에게는 갈근탕은 효과가 좋은 약이기도 하지만 사용에 주의를 많이 기울일 필요가 있는 약으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갈근탕은 약사의 임상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처방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화에서는 갈근탕을 알아보고 그에 따른 다양한 사용법을 살펴볼까 합니다.

태양병

太陽病 項背强几几 無汗惡風 葛根湯主之
太陽與陽明合病者 必自下利 葛根湯主之

태양병은 태양표허증과 태양표실증으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는데 갈근탕은 그중 태양표실증에 해당하는 상태에 사용되는 처방입니다. 몸이 건실하고 저항력이 있을 때 사용한다는 말이지요.

태양병은 고방에서 양병을 일컫는 태양, 소양, 양명의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상태로 한사가 몸을 공격할 때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조문은 한기가 몸을 공격해서 목덜미와 어깨가 당기고 땀이 나지 않으며 바람이 싫으면 갈근탕으로 치료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조문은 너무나 보편적인 표현이라서 모든 약사님들이 익숙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항온동물이라 땀으로 열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온이 너무 급변하지만 않는다면 몸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땀을 조금씩 흘려가면서 체온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열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언제나 발생될 테니 말이죠. 그런데 갑자기 찬바람을 맞게 되면 인체는 급격한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피부를 통한 열 방출을 억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피부는 땀을 내보내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근육 역시 열의 손실을 막기 위해 위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열의 추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 바람이 싫어진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선 체온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위의 변화는 생존을 위한 아주 중요한 과정으로 이해됩니다.

만약에 몸이 건강하지 못해서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능력이 되지 않거나 체력이 떨어져서 자율신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위와 같은 방어 작용을 정확히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몸이 건강해서 정상적으로 자율신경이 작동하는 경우에나 위의 작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옛날 사람들은 태양표실증이라고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 번째 조문은 태양, 양명병이 있으면 설사를 하게 되고 이때 갈근탕을 쓴다고 되어 있네요.

많은 약사님들이 첫 번째 경우는 많이 접해봤지만 두 번째 경우는 생소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갈근탕 증의 가장 중요한 단서는 無汗입니다. 땀이 나지 않는 경우에만 갈근탕을 사용하는데 만약 갈근탕 증이 오래 지속이 되면 피부에 억류된 땀으로 인한 근육통의 단계를 넘어서 체액의 불균형을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비슷한 개념의 예로 오령산이 있는데 오령산 증은 소변불리 증상이 나타나고 갈근탕 증상은 땀이 나지 않는 증상이 수반되는 것이죠. 둘 다 수분배출에 문제가 생겨 설사를 유발하는 점은 유사합니다.

땀이 지속적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체액이 피부에 정체되게 되고 소화기관을 통한 정상적인 수분 흡수가 어려워지면서 소화관에는 수분이 정체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흡수되지 않은 수분이 장관에 남아있게 되면 구역과 설사를 수반하게 되는데 이때는 필히 오한과 두통 무한 증상이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땐 갈근탕이 훌륭한 설사약이 되는 것이죠.

오령산은 혈액으로 유입되어야 할 수분이 정체가 돼서 연쇄적으로 장관에도 수분이 정체되는 것이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이므로 갈근탕 증과 구별됩니다. 따라서 오령산은 필히 구갈증을 수반하지만 갈근탕 증은 구갈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설사의 강도로만 본다면 오령산 증이 훨씬 심각하지요.

그렇다면 갈근탕이 無汗을 개선시켜서 몸에 있는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어떻게 해서 감기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지네요.

갈근탕

갈근, 마황, 생강, 대추, 계지, 작약, 감초

갈근탕은 계지탕에 갈근과 마황을 더한 처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계지탕은 감기초기에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서 땀이 나고 구역질이 나는 등 약한 사람의 감기에 쓰는 약인데 계지탕을 쓰면 작약, 대추, 감초 등으로 인해 체액과 영양이 보충되고 생강으로 인해 속이 편해지며 계지가 혈관을 확장시켜 영양이 잘 보충되게 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계지

계지는 말초혈관의 확장을 통해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상한론에서는 대체로 下法을 쓴 뒤에 생기는 衝에 사용하는데 체액소모가 심해서 보상으로 맥박수가 빨라질 때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임상적으로는 체액이 적고 혈압이 비교적 낮은 사람이 맥박수가 증가할 때 사용하는 약입니다.

따라서 계지탕은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사람의 체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처방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갈근탕에서는 이 계지탕에 갈근과 마황을 더한 것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지요?

마황

마황은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이 되는데요. 첫 번째는 기관지를 확장시켜 산소흡입량을 늘리는데 있고(예, 환혼탕-마황, 행인, 감초로 이루어진 처방으로 혼이 돌아온다 하여 환혼탕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기절했을 때 정신을 돌아오게 하는 처방이지요.) 두 번째로는 계지와 배오해서 발한을 시키는 데 사용합니다.

계지탕은 혈액순환을 도와서 영양과 체액이 조직에 골고루 분포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마황은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한선을 자극하여 땀이 나게 하는 것입니다.

갈근

갈근은 우선 칡뿌리이니만큼 전분이 풍부해서 안정적인 영양 공급할 수 있는 약재라고 생각합니다. 갈근은 장관내의 수분을 체표로 돌리는 작용을 하는데 ‘갈근은 뿌리가 깊어서 양명의 물을 태양으로 뿜어낸다’ 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기능을 응용해서 발한 및 피부혈관 확장의 목적으로도 쓰고 항배강과 술 해독, 지사에도 응용을 하니 말입니다.

그럼 이제 다시 갈근탕이 감기에 또 항배강에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살펴보도록 할까요?

갈근탕은 두 갈래로 쪼개서 본다면 갈근, 작약, 대추와 마황, 계지, 생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갈근, 작약, 대추는 진액과 영양을 넣어 근육과 조직의 회복을 돕고 마황, 계지, 생강은 발산작용을 도와 발한을 시키며 노폐물의 배출을 돕습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에어컨이 발달되어 있고, 또 걷기보다는 운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근육 쪽으로 혈액이 갈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근육에 젖산 등의 형태로 노폐물이 쌓여 있다면 혈액순환을 통해 그 노폐물이 제거되어야 할 텐데, 체력이 약한 이들은 계지탕으로 충분하지만 체력이 강하고 근육이 딴딴하며 심층부까지 노폐물이 쌓여있는 환자라면 갈근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요. 다시 말해 계지탕에 마황과 갈근이라는 터보를 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초기의 항배강을 개선시키려면 갈근탕 정도로도 충분하나 만약에 그 증상이 오래되고 만성화 되었을 경우엔 葛根加朮附湯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갈근탕의 마황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데 부자가 심장의 기운을 돕고, 마황과 백출이 이뇨작용을 통해 노폐물을 더 잘 제거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감기 초기에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노폐물이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고 그로 인해 오한, 발열, 신체통 등이 오게 되면 갈근탕이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고 다시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해줌으로써 몸의 통증도 없애주고 몸이 잘 회복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체력이 좋지 않거나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엔 계지탕 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실증의 건장한 체력을 가지고 있거나 통증의 부위가 심부에 위치하고 계지탕으로 충분히 개선시킬 수 없는 경우에는 갈근탕으로 그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조금만 그 범위를 확대해 보면요, 갈근탕을 다만 감기 증상을 없애는 데만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어깨가 많이 뭉칠 때 갈근탕에 팔미를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구요. 만약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이용해 쌍화 오약순기산 팔미를 같이 써도 갈근가출부탕의 개념이 됩니다.

갈근탕가천궁신이는 앞서 보인 갈근탕의 기능에 천궁과 신이가 들어가 약물을 코로 인경시키는 개념인데 축농증을 없애는데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는 주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축농증의 화농이 심하다면 배농산급탕과 갈근탕을 같이 쓰면 더 강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요.

편도염, 중이염 등에는 無汗을 확인하고 길경탕을 같이 쓰면 좋습니다.
젖몸살도 노폐물이 뭉쳐있는 것으로 본다면 갈근탕을 써서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눈다래끼나 결막염에도 갈근탕을 쓰면 효과가 좋습니다.
안면통에 백호인삼탕과 같이 쓰면 좋습니다.
피부염, 건선 등의 질환에도 갈근탕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갈근탕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기본적으로 갈근탕 하면 생각해야 할 것이 ‘영양을 넣어주고, 노폐물을 땀으로 빼내주는 약이구나’ 라는 점입니다. 영위조화를 돕는 약이라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근육에 껴 있는 피로물질을 제거할 때도 사용할 수 있고 젖몸살과 젖이 뭉쳐 수유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견비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피부염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 기육에 정체된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만 기억하면 됩니다.

갈근탕은 그 방의를 정확히 알기만 해도 다양한 해석과 응용이 가능한 처방입니다. 단지 감기약으로만 쓰기에는 많이 아까운 약이라고 생각이 되고 다만 주의할 것은 땀이 많이 나는가만 확인하면 되니 앞으로도 많은 선후배 약사님들이 이 처방을 기억하시고 많이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