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중심’모토로 3명 동업, 10명 약사 3교대 근무
프리셉터, 약사회무 책임지며 충북 약국가 롤모델로 성장

“저희 약국은 셔터가 고장 났어요. 1년 365일 24시간 문을 닫지 않으니, 사실 고칠 필요도 없죠.”

충청북도 청주시 메디팜큰사랑약국은 의약분업과 동시에 1년 365일 24시간 약국을 시작했다. 벌써 16년째. 메디팜큰사랑약국의 전용식 약사는 “카운터보다 상담을 잘하는 약국을 모토로 시작해, 이제는 365일 약국 문을 열어 시민에게 봉사하고, 후배들을 교육하는 약국으로 성장했다”고 약국을 소개했고, 유재열 약사는 “어떤 지원도 없지만 시민에게 봉사하고 약사사회의 모범이 되는 ‘정도(正道)를 걷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는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365일 24시간 시스템으로 처방, 매약 모두 잡아

큰사랑약국은 1998년에 문을 열었다. 조아제약 학술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유재열, 전용식, 최재원 약사가 힘을 합친 것. 직전까지 나혼자약국을 하던 3명의 약사는 ‘대규모의 조직적인 시스템을 가진 약국을 열고 싶다’는데 뜻을 함께하고 지금 자리에 큰사랑약국을 열었다.

당시 청주 육거리 중심가에는 40~50평대 대규모 약국들의 카운터 고용과 난매가 횡행했기 때문에 그보다 큰 규모로 ‘약사 중심의 제대로 된 약국’을 열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세 약사는 140평대 지금 자리에 8명의 약사를 중심으로 큰사랑약국을 시작했다.

인테리어에만 1억 가까이를 투자했다. 분업 전이었기 때문에 상담실 2개를 별도로 마련하고 매대만 40m 길이로 제작했으며, 냉난방 공조시설에 천장에 에어컨을 갖추고 바닥에 보일러도 깔았다. 머리는 차고 몸은 따뜻해야 한다는 약국장들의 생각에서였다. 약국 내 식당을 마련한 것은 직원들끼리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전용식 약사는 “처음 오픈 날에는 교통경찰관이 와서 거리를 정리해야 할 만큼 구름처럼 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카운터보다 상담 잘하는 약국’을 모토로 신시가지의 중심으로 성장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다 분업이 시작되면서 365일 24시간 약국을 시작했다. 처방 위주가 되는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국 자리의 일부를 24시간 운영하는 소아과에게 양보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현재는 10명이 넘는 약사가 낮(아침 8시~오후 6시), 밤(오후 6시~12시), 야간파트(저녁 11시~아침 8시)를 나눠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세 명의 대표약사가 1년씩 돌아가면서 약국장을 맡아 채용과 급여, 근무시간 등을 관리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용식 약사가 약국장으로, 오는 11월이 되면 유재열 약사에게 그 차례가 돌아간다.

전 약사는 “원래 매약으로 이름을 날렸던 약국이기 때문에 분업 이후에도 처방과 매약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제2의 성장을 할 수 있었다”며 “대규모 약국으로 시작했지만 분업 시스템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야간 구직 힘들고 지원책 전무…동료 있어 버텨

365일 24시간 시스템을 도입한 지 16년, 그동안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을까. 전 약사는 무엇보다 야간 파트의 약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제적인 수익도 거의 없다고. 하지만 밤늦게 급하게 필요한 약을 구하고는 연신 고맙다 말하는 주민들을 보며 버틸 수 있었다고. 최근에는 “큰사랑약국 같은 약국만 있으면 원격화상투약기나 안전상비약 약국외 판매 품목 확대와 같은 이슈들이 뭐하러 필요하냐”고 말하는 청주시보건소 관계자들과 동료들을 보며 그 자부심으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18년째 시간이 갈수록 더욱 돈독해지는 동업관계도 큰사랑약국 성장의 큰 버팀목이다. 약국장 중에 한 사람인 최재원 약사는 현재 충청북도약사회 회장을 맡고 있고, 유재열 약사 역시 청주시약사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어 업무 공백도 큰 상황. 전 약사는 “서로 양보한다는 마음으로 시간·금전적인 것인 부분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인간적인 믿음과 애정이 있어야

동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18년째이기 때문에 이제는 세 약국장 모두 자리를 비워도 잘 돌아가는 구조”라고 미소를 보였다. 이어 “우리 관계는 마치 ‘묵은지’와 같다”며 “지금은 내가 약국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두 약사님이 편안하게 회무도 잘 보실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제 역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선후배 함께 공부하는 ‘약국교육현장’되길

큰사랑약국은 3년째 충북대 약대 프리셉터 교육도 맡고 있다. 올해만 17명의 약대생들이 큰사랑약국을 다녀갔다. 교육생들 입장에서도 조제와 매약을 함께 배울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큰사랑약국에는 고정적으로 일하는 젊은 약사를 찾기 힘들다. IMF 이후 타지역 출신의 연령대 높은 약대생들이 많아지면서 젊은 약사의 수급이 끊긴 탓이다. 당초 젊은 약사들과 임상과 경영에 대해 토론하며 발전하는 약국을 꿈꿨던 세 약사들에게는 가장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전 약사는 “6년제 약대생들이 배출되면 충북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약사들이 실제 임상을 경험할 수 있는 ‘약국교육현장’으로 그 역할을 확장해가고 싶다”며 “마치 약학대학의 약국 교육 부속기관처럼 선후배들이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그렇게 큰사랑약국의 미래를 그려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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