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도서 출간, 도서관 건립 등 연이어 독서 장려
정보 소외층에도 ‘책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해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종이책’ 붐이 일어나고 있다.

7월 감염병 전문 의료진들이 모여 공동으로 ‘현대인과 바이러스’를 출간한 데 이어 같은 달 ‘현대해상 마음心터’ 도서관을 개관한 것. 마음심터 도서관은 전문 사서와 의료진이 함께 운영한다. 도서관에는 안명옥 원장이 집필한 건강서적, 만화책 등도 비치되어 있었다. 연구동 1층에는 의료진과 연구진을 위한 의학 정보실도 마련되어 있다.

의료원에서 책과 관련하여 진행하는 모든 사업의 공통점은 “바쁘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알면 대처’…의료진, 환자, 일반인 독서 지원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의료진 6명이 공동 집필한 도서 ‘현대인과 바이러스’를 7월 6일 출간했다. 집필에 참여한 김가연 전문의는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안명옥 원장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을 제일 싫어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면서 “알면 대처할 수 있고, 알면 공포심도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7월 20일에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관하고,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후원하는 ‘마음심터 도서관’을 개관했다. 도서관은 기존에 있던 의학 정보실과는 다르게 의료진을 포함한 환자, 보호자, 그리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음심터 도서관’은 병동 7층에 위치해 있으며, 소장 책은 약 1300권 정도다. 의학정보실을 운영하면서 마음심터도 함께 운영하는 강지선 사서는 문헌정보학과를 나온 전문사서로서 매달 장르를 정해 추천 도서를 선정한다. 특이한 점은 문학, 비문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과 함께 노인들을 위한 큰글씨책,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국어 어린이 도서도 소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음심터 도서관은 병원 내 도서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 도서관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마음심터의 개관 목적은 안 원장의 말처럼 ‘다문화 가정, 탈북청소년 등 정보 소외를 겪는 지역 사람들에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오픈돼서 친근하다! 거동 불편하면 직접 책 배달
도서관은 입원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7층 3개 병동 가운데에 휴게실로 운영하던 곳에 설립됐다. 의학정보실 등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박미연 수련교육부장(피부과 과장)은 “공간이 오픈되어 있어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며 “엘리베이터에 타면 ‘도서관 가봤어? 시간나면 가봐야지’라고 말하는 의료진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잠금장치가 없어 도서 분실의 위험도 있지만 운영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도서관을 폐쇄하지는 않는다. 환자들과 함께 도서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도서 훼손 등의 이유로 음식 섭취도 제한되어 있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환자’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신뢰와 양심을 바탕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이동도서관 서비스’도 진행한다. 카톨릭 원목실 솔선봉사자들은 북트럭을 이용해 책을 싣고 병실을 찾아간다. 봉사자들은 “환자들이 책을 읽을 기회가 사라지면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이동도서 봉사도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보통 도서관과는 달리 마음심터 도서관은 eBook 서비스 지원이 안 되는데, 이에 대해 강 사서는 “전자책 서비스는 리더기가 있어야 하고, 모바일로 보기에는 화면도 작아 책을 읽기에 불편하다”며 전자책 서비스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책의 사랑, 중요성, 즐거움 깨달아 독서 지원
출판에 이어 도서관까지, 국립중앙의료원이 독서를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의료원의 헤드(Head) 안명옥 원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 러버(lover)다. 취미로 만화를 그리기도 하고, 책을 집필하기도 한다. 직원들의 독서교육도 많이 권유한다. 특히 동아리 같은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만은 아니다.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과장을 맡고 있는 박미연 수련교육부장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안 읽는 의사는 많다. 하지만 책은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전했다. 박 부장은 “‘의사만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건 아니지만 내가 의사이다 보니 고집이 세지는 게 느껴진다”며 “환자를 어루만져 줄 수 없을 때가 많은데 책은 정서적 안정을 주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마음을 위로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며 의료진들의 독서 참여를 바랐다.

강 사서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며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상과 지식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고, 또 저자의 가치관,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에 매력이 있다”고 독서의 즐거움을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