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케어·부작용 모니터…‘약사는 약물치료 전문가’ 인식 시켜
약국현실 실망해 취득한 캐나다 약사, 약사로서 행복 찾은 계기

▲ 우리온누리약국 이지현 약사

국내 대부분 약국들의 주 수입원은 바로 처방전이다. 메디컬 빌딩 혹은 병·의원 인근에 위치한 약국들은 많은 경우 처방·조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약국의 경영 수익이 병·의원 입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얘기와 상통한다. 처방전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판매, 상담위주 운영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우리온누리약국의 이지현 약사는 외려 “처방전을 매개로 약물 치료에 대해 복약 상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방을 매개로 복약 지도…효과적 약물 치료 도와

“약사의 역할은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돕는 것이다. 처방 위주의 약국들은 기계적으로 조제만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처방을 통해 질병을 케어하고 부작용을 모니터하는 등 직접적으로 환자의 치료를 도울 수 있다.”

이지현 약사는 처방을 수단으로 복약을 지도한다. 만성 질환, 드럭 머거(drug mugger) 등 약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이나 질환 치료를 위한 생활요법 등을 설명하며 ‘약사는 약물 치료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그가 운영하는 약국에는 이비인후과에 내원한 환자들이 주로 방문한다. 이 약사는 이석증 환자에게 신경안정제 복용 시 각별히 주의할 점이나 후두염·역류성 식도염 환자에게 생활 개선을 지도하는 등 질환 관련 전문적인 복약 상담으로 약물 치료에 일조한다.

그에게 복약지도를 받았던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질병과 치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멀리서도 다시 찾아오곤 한다고. 약사와 환자 간 신뢰는 이렇게도 확인 되는 법이다.

 

올바른 정보 제공 위한 이 약사의 공부 비법

세밀하고 정확한 복약 상담을 하게 되기까지 이 약사는 부단히 공부하며 전문성을 함양했다. 그는 “OTC, 처방약, 건기식, 약물치료 및 처방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해박한 임상 지식을 갖춰야 약사가 약물 치료 전문가로서 scope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기식에는 효능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많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다양한 서적과 논문, 연수교육을 활용한다.

이 약사의 공부 비법을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reference할 수 있을만한 국내외 약물학 관련 서적과 논문을 보며 지식을 습득한다. 단, 논문은 신뢰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귀결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함부로 공부하려 들지 말 것. 문헌 찾는 데도 연습과 지식이 요구된다.

두 번째, 임상케이스를 자주 확인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약물 및 처방가이드 정보를 숙지한다.

그는 캐나다약사회 연수교육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임상케이스를, 의사협회에서는 처방가이드를, FDA 및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 사이트에서는 건기식·일반약 정보를 공부한다.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된 ‘캐나다 약사’

이 약사가 캐나다약사회의 연수교육을 받는 이유는 그가 캐나다 약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석사 졸업 직후 개국해 5년간 약국을 운영하던 그는 “우리나라 약국들의 제살 깎아먹기에 지쳤었다”며 실망스러운 약국가의 모습에 캐나다 이민을 가겠다는 각오로 캐나다 약사 시험을 준비했다.

캐나다 약사가 되기 위해 방대한 범위의 학습과 하루 수십 번의 실기연습에 정진하던 시기는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제가 졸업한) 학교에서 약사는 약사가 아닌 과학자였다. 약사의 역할과 윤리도 재학 중에 배우지 않았다. 캐나다 약사 경험은 약학 관련 지식을 쌓고 복약상담 기술을 익히면서 약사역할에 대한 인식도 재정립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 약사는 캐나다에서 환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응대, 환자-의사-약사간 신뢰관계를 지키는 복약지도 스킬, 환자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기술을 훈련했다.

복약 상담 시 어려움을 겪고 약국 운영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그는 지금은 약사로서 행복하다. 그는 이 같은 변화가 “‘준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환자 맞춤형 서비스로 ‘내 환자’ 확보해야

캐나다는 ‘내 약국’, ‘내 약사’ 개념이 국민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내 환자’를 만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서 환자의 질병 치료 및 관리 자문과 고객 서비스가 매우 우수한 편이다.

그는 이 개념을 약국 경영에 도입, ‘내 환자 만들기’에 주력한다. 환자가 요청한다면 약국에 없는 일반약까지도 구해 주고, 병·의원에 처방 변경을 알리며, 환자 맞춤형 복약 상담을 제공하는 등 능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소비자 교육 및 약사 대상 강연도 진행하며 후배 약사들과 약대생들의 멘토로서도 활약 중이다. 새내기 약사들에게 롤모델로 꼽히는 그는 “후배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