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언론 보도로 약사법 위반 약국 운영 실태 드러나
약사회, “복지부에 약사면허 취소 요청도 불사” 각오 다져

지난 6월 초 제주지역 의약품 불법 판매 약국의 적발에 이어 기자 연수생의 ‘카운터’ 조제, 최근 부산지역 약사 아내의 복약상담까지… 무자격자들을 고용한 약국의 불법 운영 실태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약사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약사법 개정 반대 등 약사를 둘러싼 많은 현안들에 여론의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현 시점, 약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약사들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최근 발생한 무자격자의 조제 사례를 중심으로 약사회와 경찰청의 약국정화 작업을 살펴봤다.

 

6월 적발된 제주지역 약국, 불법 행태 여전

중국 관광객들에게 의약품을 불법 판매한 제주지역 약국 2곳은 여전히 불법 의약품 판매를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해당 약국은 중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을 고용해 의약품을 직접 판매하게 하고, 전문의약품을 세트로 구성해 처방전 없이 무분별하게 판매했다.

대한약사회 약사지도위원회는 현지점검을 실시해 6월 24일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이들 약국은 청문위원들의 개선 요구에 따라 무자격자 판매 사실을 인정, 해당 유학생들을 정리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약시지도위원회가 재점검한 8월 초까지도 제주지역 약국의 지속적인 불법판매 행태가 밝혀지면서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결국 고발을 감행했다.

그 중 전문의약품을 세트로 판매하던 A약국 약사는 아예 잠적했으며, B약국은 약사가 없는 상황에서 무자격자가 조제한 의약품과 일반약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 아내도 약사 행세…‘가족 조제’ 심각

부산지역에서는 무자격자인 약사 아내가 조제와 복약지도를 해 가족 조제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약사지도위원회와 동행한 한 의약전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약사 아내가 환자의 처방전을 받아들고 조제실로 들어간 뒤 약을 들고 나와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복용”을 지도하기까지 했다는 것.

마치 자신이 약사인 양 조제봉투에 환자 이름을 적고 약을 봉투에 담아 건네는 능숙한 모습은 그가 한두 번 조제를 해본 것이 아님을 반증했다.

약사지도위원회 관계자는 “약사 가족의 무자격 조제와 복약상담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면 약사직능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염려했다.

 

신분 위장한 ‘카운터’ 기자, 1년3개월간 불법으로 약 지어

7월 21일 보도된 ‘1년3개월, 나는 ‘가짜’ 약사였다‘ 제하의 한 일간지 기사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약사 이미지에 불가피한 훼손을 가져왔다. 기사에 따르면 기자 연수생이 신분을 숨기고 1년 3개월간 서울 도봉구 소재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뿐 아니라 올해 초 서울 시내 3곳의 약국에서도 각각 하루씩 아르바이트로 의약품 조제를 진행했다.

기자는 약국에서 ‘카운터’를 맡아 약사처럼 약을 짓거나 일반약을 판매했다. 이는 ‘의약품 조제는 약사 및 한약사만 할 수 있다’는 현행 약사법 제23조에 의거, 당연히 불법이다.

카운터를 고용한 약사는 조제실에 들어오기는커녕 카운터(기자)가 조제 실수를 저질렀을 때 나무랐을 뿐 아니라 실수 후에도 지속적으로 조제를 요구했으며 고령자 등에게 신중히 투여해야 하는 약까지도 조제를 지시했다.

 

인건비 아끼려 카운터 불법 조제 눈감은 약사들

사실 약국의 무자격자 불법 조제는 오래된 문제다.

지난 2010년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전국 약국의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 및 판매 단속 적발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서는 3년간 330개 약국이 처벌받았다고 드러났다.

그러나 약국은 넘쳐나는 약국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한 달 평균 300~400만원을 줘야 하는 관리약사를 고용하는 대신 월급 110만원~130만원을 받는 카운터에게 조제를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약사들은 ‘조제보조’라는 이름하에 카운터의 불법 조제를 이용해 온 것이다.

 

약사회, 청문회·고발 등 자율정화사업 본격화

약사지도위원회는 앞서 밝힌 제주, 부산지역 약국에 청문회를 통한 개선 촉구와 함께 자율정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고발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옥태석 부회장은 “약국들의 불법행위는 약사 직능에 대한 비판이 발생함과 동시에 약사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인 약사지도위원장은 “문제 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2번, 3번이라도 고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자율정화사업을 통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예고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잇달아 터진 무자격자의 불법 조제사태에 담화문을 통해 앞으로 “카운터를 소탕하는데 역점을 두고 혹독한 정화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이 같은 노력에 전 회원의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약사회는 “오늘부터 국민으로부터 직접 신고를 받고, 그 신고에 의거한 자체 조사와 함께 모든 기구를 가동해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약국을 이용할 수 있는 풍토를 가꿔 나가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약국의 위생 상태와 근무자 관리 실태를 엄격히 실사해 약사법을 위반한 약사의 경우 경중을 가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면허 취소를 요청하는 상황도 불사하는 자정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약사회도 동참…경찰청, ‘무면허 조제’ 특별 단속

울산, 대구, 부산 등 지역약사회에서도 ‘가장 큰 숙제’인 약국자율정화사업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무원 울산시약사회장은 “우리를 방해하는 독소들을 정리해야 회원들의 단합을 도모할 수 있다”며 “약사지도위원회 회무 경험을 토대로 불법 행위 약국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한길 대구시약사회장 역시 “불법 조제 약국들은 교묘하게 운영되며 제보조차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상황판단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척결팀을 구성하고 무기명으로 제보를 받아 척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약사회는 지난 5월부터 매달 회보를 통해 불법을 저지른 약국들의 사과문을 공개하는 등 활발한 자정 작업을 수행 중이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사과한 약국은 무려 10곳.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로 적발된 약국들은 1차 청문 후 재발방지 각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직접 약국의 실명과 약사법 위반 내용을 공개하며 개선 의지를 다졌다.

경찰청은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간 ‘무면허 조제 행위 특별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 시·군·구 보건소와 ‘경찰·지자체 상성합동단속반’을 구성하고 경찰청과 지방청에 ‘의료·의약 수사 전담팀’을 지정해 불법 조제행위 수사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전국 경찰서에 의료·의약 불법 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국민 제보를 통한 수사도 진행한다.

경찰청 측은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관계기관에 행정처분을 통보하고 자격취소·정지, 업체폐쇄 및 영업정지 등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 단속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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