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부장협의회 ‘반대’ 성명 발표…조찬휘 회장, “근거 없는 ‘카더라’” 일축
내년 ‘약사면허신고·사이버연수교육으로 약정원 자산 가치 커진다‘ 소문도

약학정보원(원장 양덕숙, 이하 약정원)의 영리법인 분리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조짐이다.

지난 7월 약정원 영리법인 분리계획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8월 9일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회장 리병도, 이하 건약)가 ‘약정원 사유화 중단’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촉발된 ‘분리 반대 움직임’은 16개 시·도 약사회까지 확산됐다.

건약, “약정원은 7만 약사들의 공동 재산”

건약의 성명서는 대한약사회 조찬휘 집행부가 약학정보원의 의약품 식별등록사업을 제외한 청구프로그램 배포 및 관리 등의 사업부분을 영리법인인 유한책임회사로 분리하겠다는 방안을 내고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건약은 이번 영리법인 분리와 관련된 내용을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비밀리에 일을 진행한 데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이는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인 회무 방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약정원은 대한약사회에서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거쳐 약사회원들의 회비로 기금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대한약사회장이 이사장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약정원은 청구프로그램 PM2000을 관리하고 있다.

건약은 약정원과 청구프로그램이 7만 약사들의 공동 재산이라고 주장하며 “약학정보원과 PM2000을 유한책임회사로 분리하겠다는 것은 약사들의 공동재산을 일부 인사들의 영리기업으로 사유화하겠다는 가당치 않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원들의 승인 없이 진행되는 약정원의 유한책임회사 설립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모든 내용을 회원들에게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재단법인은 비영리법인이라 하더라도 고유목적사업에 맞는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으며, 그간 약학정보원은 PM2000등을 통한 수수료 수입 등으로 꾸준히 유지, 발전해 왔다.

건약은 “대한약사회와 약정원은 회비로 운영되는 직능단체이지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 집단이 아니다”라며 “약정원은 의약품 정보제공서비스와 약국 프로그램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약정원이 관리하고 있는 PM2000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인증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PIT3000을 새롭게 개발했지만 회원들에게는 구체적인 운영 관련 사항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건약은 “이 PIT 3000은 기존 PM2000과 달리 서버에 있는 개인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스캐너 바코드 등의 협력회사와의 연계서비스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를 밝히라”고 주문했다.

또한 건약은 조찬휘 회장에 영리법인 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봉윤 정책위원장과 양덕숙 약학정보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약사회의 임원인 두 사람이 약사들의 공동 재산을 누구와의 협의 없이 밀실에서 사유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

건약은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 조찬휘 회장이 사유화 작업을 묵인하고 두 임원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대한약사회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회장 사퇴 등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찬휘 회장, “약정원 개인 사유화는 소문일 뿐”

이에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는 약학정보원과 관련한 불분명한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현안 해결에 힘을 실어달라는 내용을 담은 조찬휘 회장 명의의 담화문을 8월 10일 발표했다.

조찬휘 회장은 담화문에서 “대의원총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대 사안을 제 멋대로 처리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근거 없이 모든 것이 불분명한 소문에 휘말리지 말라”고 일축했다.

4년 전, 조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약학정보원은 현재 법정 싸움이 진행 중이다. 조찬휘 회장은 “약학정보원의 운명이 이 법정 다툼의 결과에 달려 있다”며 “법정 다툼으로부터 약학정보원을 지켜내기 위한 대응과 대책을 마련하는 중 출범준비위원회에서 별도 회사 설립방안이 하나의 ‘안’으로 제안된 바는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안된 안에도 약학정보원의 개인 사유화를 모색한다는 내용은 절대 없으며,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고 첨언했다.

조 회장은 “약학정보원은 약사회를 비롯한 주변 기관과 단체가 출자를 한 재단법인”이라며 “이를 주식회사든, 개인 기업이든 다른 형태로 전환하려면 결코 비공개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법적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약정원, “재단법인 이사회 통해 확정할 사항”

담화문 발표 다음 날인 11일, 약정원도 조찬휘 집행부의 ‘사유화 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약정원은 건약의 사유화 획책음모 주장에 “본 재단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건약의 주장에 앞서 대한약사회 감사는 약정원의 재산분할 문제를 지적했으며 부산 지부는 이에 대한 토론을 요구해 왔다.

약정원은 현재 대한약사회가 청구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지조차도 아무런 협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요구는 “재단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약정원 감사단은 “PM2000은 대한약사회 소유로 있지만 이에 대한 운영권은 재단법인 약정원의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하며 “피치 못할 사유로 대한약사회가 직접 심사청구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경우 사업계약 양수도 고용승계 및 IT 인프라 이관 타임라인 기획 등 다각적으로 협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단은 “이러한 문제는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대한약사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재단법인의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확정 지어야 할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전국 약사회, 영리법인 분리 '반대' 의견 표명

대한약사회 전국 16개 시·도 지부장협의회(회장 이원일, 이하 협의회)는 8월 19일 약학정보원 영리법인 분리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협의회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약학정보원 업무분리와 PIT3000 서비스 관련 유한회사 설립 움직임에 대해 대한약사회 전국 16개 시·도지부장은 강력히 반대하며, 약학정보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회원들의 의견수렴 및 약사회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협의회 관계자는 약정원 관련 소식을 “신문 보고 알았다”며 “조 회장의 성명서가 발표된 후 안심한 상태에서 약정원이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결과 영리법인 분리가 이사회만 통과시키면 된다는 입장을 밝혀 와 긴급회의가 소집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약정원이 이사회를 열어 유한회사를 통해 대한약사회와의 완전한 분리를 언제 추진할지 모르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TF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먼저 조찬휘 회장의 정확한 입장을 들어보자는 생각이다.

관계자는 “두 가지 경우를 고려하고 있다. 조 회장이 복지부와의 논의 하에 어쩔 수 없이 법인 분리 추진에 끌려가는 상황인지 약정원이 더 이상 조 회장의 컨트롤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지 확인해야 한다. 혹은 약정원과 공모해 비밀리에 분리를 진행시키려는 것인지 알아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라도 입장을 밝혀준다면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 분리 반대의 궁극적 이유…면허신고 및 연수교육과 연관

전국 약사회에서 약정원의 법인 분리에 이토록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약정원은 주요 사업으로 낱알정보식별업무, 청구프로그램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청구프로그램 PM2000은 현재 재판중이며 판결에 대비해 이미 PIT3000이 마련된 상태다. 약정원이 유한회사로 분리되면 PIT3000 운영이 본격화된다. 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PIT3000 관련 자동 주문 사이트가 개설됐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자동 재고 파악이 가능하며 현재 이 사이트에 이사로 등록된 사람도 있다는 전언.

지부 관계자는 “회원 5~60%가 PM2000을 무상으로 사용 중인데 PIT3000은 유료로 제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년에 시행하려다 불발된 사이버 연수교육도 약정원 법인 분리와 연관되어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사이버 연수교육비 1만원~3만원(확정 안 됨)을 개인 약사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약사면허신고제의 도입으로 약정원이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면허 신고에는 연수교육 이수가 필수적이다. 약정원의 자산 가치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때문에 약정원을 독립시키려 발버둥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약, 토론회로 소문 진상 밝힌다

현재 회원들 사이에서는 약정원의 유한회사 전환이나 PM2000 관련 법정 판결 이후 맞게 될 복잡한 변화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결국 부산시약사회(회장 최창욱)가 나섰다. 부산시약은 9월 3일 부산 이비스호텔에서 약학정보원의 영리법인 분리 및 청구프로그램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창욱 부산시약사회장은 “약정원의 향후 운영 방향과 PM2000 승인이 취소될 경우 새로운 청구프로그램 도입과 관련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토론회의 개최 목적에 대해 밝혔다.

현재 부산시약 측은 대한약사회와 약학정보원에 토론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둔 상태다. 아울러 약정원 등과 관계있거나 해당 사안에 관심 있는 전직 약정원 임원들을 패널로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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