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평균 협상률 89.2%, 약품비 절감 기여해
약가 인하, 재정 절감 목적은 시장경쟁 원리 외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약가협상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건강보험공단은 7월 19일 약가협상 10주년 기념토론회를 원주 공단 본부 다목적홀에서 개최했다.

약품비 급증에 따른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도입
약가협상 제도는 2001년부터 약품비가 급증하자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하나로 2006년 도입됐으며, 신약 또는 청구금액이 급격히 증가한 약제를 공단과 제약업체가 협상해 상한금액을 결정하는 제도다. 요양급여 결정 신청 약제, 조정신청 약제, 직권결정 약제, 사용량-약가 연동협상 약제, 예상청구금액 협상 약제, 이외에 공단과 업체가 재협상하기로 합의한 약제 등이 대상이 된다.

건보공단은 지난 10년간 180여개 제약업체와 신약 410품목을 포함한 약 1,100품목의 의약품을 협상해왔다. 이중 사용량 연동 품목이 44%로 가장 많았고, 신약 38%, 조정신청 14%, 예상청구금액 4% 순으로 협상이 이뤄졌다.

사용량연동 협상에서는 협상에 의하지 않고 등재된 약제로 연간 청구금액이 전년도보다 60%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 증가한 약제(유형다)가 3분의 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약가협상 시 합의한 예상청구액보다 30% 이상 증가한 약제들이 많았다.

제약사 중 국내사는 52개, 다국적사는 130개사가 협상에 참여했고, 신약의 경우 다국적사, 사용량 연동은 국내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합의한 비율은 첫 도입인 2007년에는 80%, 2008년에는 69.3% 등 낮았으나, 지난 2014년부터는 94.1%, 2015년 95.1%, 2016년 96.4% 등 높은 합의률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평균은 89.2%다.

유형별로는 예상 청구금이 95.8%로 가장 높고, 사용량 93.3%, 조정 89.6%, 마지막으로 신약이 83.5%로 가장 낮았다. 신약의 경우 전체 411개 품목 중 68개의 품목이 결렬됐고, 그중 54개 품목은 추후 재신청 등을 통해 등재됐다.

약 가치 따른 거시적 약품비 관리는 필수
이날 발제를 맡은 최상은 고려대 약대 교수는 “약가협상이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초기 약품비 절감에 기여했으나 약품비 관리목표가 약화됐다.”고 꼬집었다. 또 높은 협상 타결률에 대한 상반된 평가, 산정방식으로 제시된 약가수준으로 협상의 폭이 좁은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약가협상이 보험급여에서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또 외국보다 정체돼 있다”며 “현재 관리조직은 복지부와 건보공단, 심평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약품비 변동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 담당을 지정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 약품비의 거시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의 기능을 약가협상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약가 인하만 목적으로 한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약의 가치에 따른 합리적 가격결정을 통한 약품비 관리목표 달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등재 후 재협상 기능을 강화할 것을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사용량약가연동제에 국한하지 않고 시장 변동에 따라 재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며 “협상 시 참고하는 대체약 및 외국의 약가가 변동됐을 경우 재협상에 들어가며, 협상 유효기간도 3년으로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토론을 맡은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지속 가능한 건보제도를 위해 향후 약품비 관리는 개별 약제에 대한 가격·샤용량 관리를 넘어 거시적 약품비 관리를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한다. 총 약품비 지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총 약품비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용기 건보공단 보험급여실장 역시 "거시적 목표 설정에 공감한다. 건보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적정한 약품비 수준을 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으로 가는 게 맞다."며 "약가협상 10년을 맞아 위험분담제와 사용량약가연동제를 통한 환급제를 도입했으나 시행 초기라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다. 하반기에는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사용량약가연동제 운영에도 보다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기고 제약기업은 지는’협상은 안돼
하지만 제약협회는 약품비 관리를 위한 건보공단과 제약기업간 협상의 결과물이 ‘건보공단은 이기고 제약기업은 지는’ 가격인하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실장은 “약가협상이 약가 인하, 재정 절감으로 이어지는 논리는 시장의 경쟁 현실을 감안할 때 명쾌하지 않다.”라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약품비가 의료현장에서 적정하고 적절하게 쓰이는지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새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품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거래가이므로 약가정책은 일부 독점신약을 제외하고는 실거래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사용량 정책은 의약품이 남용되는 곳을 찾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약품비의 거시적 목표설정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특정지표를 설정한다면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 의지가 오히려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사용량약가연동제도 역시 약가 인하시점을 조정해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신약 협상에 국한해야 한다. 또 약품비 절감보다는 예상 사용량을 확인하는 장치로써 의의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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